골대사학회 등 의학계, 공개시연 의학적 오류 지적..."흉내내기 불과"

대한한의사협회가 '골밀도 측정기 시연'으로 되레 역풍을 맞는 분위기다.

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어필하고자 했지만, 반대로 현대의료기기에 대한 한의사의 무지를 확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한골대사학회 양규현 회장(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13일 대한의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2일 있었던 한의협회장의 골밀도측정 공개시연은 '흉내내기'에 불과했다"며 "측정부위와 방법부터 결과의 해석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연세의대 양규현 교수는 13일 의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의협 골밀도측정 공개시연'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첫째는 측정 부위와 방법이다.

양 회장은 이날 "한의협회장은 시연 후 측정부위를 묻는 질문에 양쪽 복숭아 뼈에서 골밀도를 측정했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골밀도 검사는 뼈를 대상으로 하는 검사로, 발을 검사한다면 발 뒤꿈치 뼈인 종골을 검사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양쪽 복숭아 뼈에서 골밀도를 측정한다는 것은 의학적 소견에서 보자면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측정부위도 모르는 상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연을 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둘째는 결과의 해석이다.

앞서 김필건 회장은 29세 남성환자의 골밀도 검사결과가 T-score -4.4로 측정되자 "골밀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 골감소증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결과를 해석했다.

그러나 의학계의 해석은 다르다.

T-score가 -4.4라는 값은 80대 이상 노인환자 가운데서도 건강이 안좋은 경우에나 나타나는 결과로, 20대 젊은 남성의 T-score가 -4.4로 측정됐다면 이를 참값으로 믿어 바로 진단을 내리기보다는 기계의 오류나 측정부위의 오류를 의심, 재검 등을 시행하는 것이 의학적인 상식이라는 지적이다.

양 회장은 "젊은 남성의 T-score가 -4.4라면 황당할 정도로 낮은 수치"라며 "기기에 대한 지식이나 원리를 알고 있었다면 수치 오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재측정을 해야했지만, 한의협회장은 이를 근거로 해당 남성이 '골감소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모의환자의 골밀도 수치로 T-score를 적용한 것도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T-score는 50세 이상 여성환자에서 받아온 참값이므로, 젊은 환자에게는 기준값으로 삼을 수 없다"며 "아예 기준값을 잘못 정한 상황이므로 골감소증, 골다공증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없다"고 잘라 말했다.

양 회장은 "결과적으로 보면 한의협회장의 골밀도측정 시연은, 현대의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A부터 Z까지 모두 다 잘못된 것"이라며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이번 시연은 한의사가 현대의료기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만 다시한번 확인시켰다"고 평했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사진 왼쪽)과 양규현 교수.

의사협회도 힘을 보탰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한의협회장은 현대의료기기인 골밀도측정기 시연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자행한 것도 모자라, 의학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명백한 오진을 내렸다"며 "이는 의료인로서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하는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추 회장은 "역설적이게도 한의협의 이번 시연은 단 하나의 현대의료기기도 그들에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의협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등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계속해서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덧붙여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불법사용 저지를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추무진 회장은 "전국 한의원에서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대의료기기에 대해 행정당국이 전수조사를 실시, 행정지도와 행정처분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불법의료신고센터를 통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신고를 받아 보건당국에 고발조치함으로써 불법을 근절하겠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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