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경희대병원 조상호 교수, 링 고정술 동반 리모델링 수술 최초 성공 소회

▲ 조상호 교수는 "생명을 살리는 의학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진로를 택하고 싶었다"며 흉부외과 의사가 된 계기를 밝혔다.

의료진은 아침 8시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수술을 집도하기 위해 심장을 멈춰놓은 3시간 30여분을 포함해 전체 9시간 가량을 꼬박 한 환자에 매달렸다.

환자는 다른 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대동맥 근부 확장증을 진단 받은 경우였다. 동맥이 파열되지 않는 한 뚜렷한 증상이 없지만, 파열됐을 때 사망할 확률이 80%에 달하는 질환이다.

집도의는 기존 수술법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판막의 생리적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리모델링 수술에, 재확장을 방지하기 위한 링 삽입술을 동반 시행해 국내 최초로 성공시킨 강동경희대병원 조상호 교수(흉부외과)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최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여러 문헌을 참고하면서 준비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덤덤히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흔히 시행되는 재삽입술 대신 리모델링 수술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동맥 근부 확장증 치료는 심장수술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신경쓰이는 수술이다. 어떤 방법으로 치료할까 많이 고민했는데, 출혈 위험은 있지만 좀 더 완치에 가까운 리모델링 수술을 택했다. 재삽입술의 경우 출혈 위험은 적지만 조직을 인조혈관 안으로 완전히 삽입하는 과정에서 남아 있는 근부의 활동이나 탄력성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여기에 링을 삽입해 근부가 다시 늘어나는 것을 막고자 했다.

집도의로서 느낀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 같다.

리모델링과 링고정술을 동반 시행하는 방법이 처음 소개된 건 2000년대 후반이다. 해외 사례와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어떻게 하면 출혈을 적게 하면서 수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연구를 많이 했다. 대형병원이 아니라서 언제나 다양한 유형의 환자들이 있는 게 아니고, 그럴 수록 나 같은 흉부외과 의사는 모든 수술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번 경우처럼 관심 있는 영역은 평소 철저히 준비해둔다. 그런 환자들이 왔을 때 경험이 없어서 돌아가시게 할 순 없으니까.

흉부외과 전공의가 부족한데 평소 근무는 어떻게 하나?

응급수술이 생기는 빈도를 떠나서 언제나 대기 상태라고 보면 된다. 흉부외과 전공의 정원은 따로 없고, 만약 지원자가 있으면 선택적으로 논의를 거쳐 뽑게 해주는 가정원이 있는데 (병원이) 개원한 이래 단 한 명도 없었다. 휴가가 아니고서는 서울을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다. 나 같은 경우는 특히 심장혈관쪽이라서, 응급환자가 오면 최대한 빨리 처치해야 한다.

'기피과'로 분류되는 과 얘기를 안 꺼낼 수가 없다. 남들이 잘 가지 않으려고 하는 분야를 택한 계기? 

의대에 들어가면서 생각한 진로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생명을 살리고 싶다는 것,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게 해주고 싶다는 것. 후자는 재활의학과 등을 들 수 있을 거다. 의학의 본질은 생명을 살리는 것인데, 거기에 가장 가까운 과를 택하고 싶었다. 그 중에서 심장분야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덜컥 흉부외과에 지원했다. 그뿐이다. 

흉부외과 의사로서 느끼는 보람에 대해 얘기한다면.

일하는 게 물리적으로 힘든 건 아니다. 어느 정도 적응도 됐고, 수련 받을 때와는 다르게 시간도 조절할 수 있고. 다만 심리적인 측면에서 힘든 점이 있다. 늘 완벽한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흉부외과 의사로서 모든 환자를 100% 합병증 없이 치료할 수는 없다. 어떤 상황도 생길 수 있고, 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계속하는 이유는 결국 보람 있으니까. 돌아가실 뻔한 환자들이 살아서 나갈 때, 외래에서 볼 때 같은 순간들 말이다. 복잡한 심장수술에 성공했을 때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흉부외과를 이끌겠다는 생각으로 병원에 온 건 아니다. 그런 거대한 비전 보다는 개인적인 비전, 흉부외과 의사로서 나에게 수술 받은 사람들이, 최소한 의사를 잘못 선택해 안 좋아지는 상황은 안되게 하고 싶었다. 늘 그런 생각으로 어려운 수술에 대비하고 준비해왔다. 심부전 환자 치료나 인공심장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향후 연구도 병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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