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 독점에서 비스타틴계 병용으로 내연 확대

 

LDL 이론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새 치료지침은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1차목표를 LDL 콜레스테롤 조절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심혈관질환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질치료를 통해 최종적으로 심혈관질환 이환 또는 사망위험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Korean Heart Study(KHS)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심혈관질환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는 남성에서 고혈압·흡연·이상지질혈증 순이며 여성은 고혈압·이상지질혈증·고혈당·흡연이다. 총콜레스테롤 200mg/dL 이상일 경우 관상동맥질환 위험도가 증가하며, HDL 콜레스테롤이 높을수록 심뇌혈관질환 위험도는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떤 방식으로든 지질을 잡아야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의 지침이 LDL 콜레스테롤 저하를 1차목표로 내세우는 것은 그 자체로 심혈관사건 위험감소를 담보할 수 있다는 ‘LDL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지질치료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약제의 특성보다는 LDL 콜레스테롤 강하 자체에서 기인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어떠한 약제 또는 전략을 사용하든 LDL 콜레스테롤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우선이다.

워낙 강세인 스타틴의 아성으로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LDL 이론’은 최근 다시 중앙무대에 등장했다. IMPROVE-IT 연구를 통해 지지를 받게 된 ‘LDL 이론’이 ‘스타틴 이론’과 대등하게 서 있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서 스타틴 단독과 스타틴 + 에제티미브 병용치료를 비교한 결과, 1년 시점의 평균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70mg/dL 대 54mg/dL로 차이를 보였다. 집중조절 효과는 궁극적인 임상혜택으로 이어졌다. 7년 시점에서 첫 주요심혈관사건(MACE) 발생률이 34.7% 대 32.7%로, 에제티미브 병용군의 상대위험도가 6.4% 유의하게 낮았다.

연구의 핵심은 두 가지 측면에서 조명할 수 있다. 첫째, 스타틴에 비스타틴계를 더해 LDL 콜레스테롤을 기존 목표치보다 더 낮출 수 있었다. 둘째, LDL 콜레스테롤을 최대로 낮게 조절한 결과 심혈관사건 위험이 더 줄었다. 지질치료와 관련해 ‘(스타틴에 더해지는) 비스타틴계 약물’과 ‘Lower is Better’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부각된다.

스타틴 + 비스타틴계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새 지침은 LDL 콜레스테롤 강하를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1차목표로 내세우는 동시에, 이를 위한 약물요법에 스타틴을 앞세우고 있다.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용량을 조절하라는 주문이다.

미국과 차별화되는 점은 고콜레스테롤혈증에만 국한하지 않고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병태의 이상지질혈증을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스타틴에 더해지는 비스타틴계 요법도 약물치료의 한 축을 이룬다.

지침은 현재 사용되는 지질치료제 중 스타틴을 1차선택으로 권고하며 “비교적 부작용이 적고 LDL 콜레스테롤을 낮춤으로써 생기는 심혈관질환 위험감소 효과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LDL 강하효과와 이에 따른 심혈관질환 예방효과에 있어 스타틴을 대적할 자가 없다. 주목할 대목은 한국인에서 스타틴의 지질강하 효과에 대한 언급이다. 학회는 국내 연구자료를 인용, “한국인의 경우 동일 스타틴 용량에서 LDL 콜레스테롤 강하율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중앙의대 김치정 교수팀이 지질동맥경화학회 저널 JLA 2014;3:21-28에 게재한 연구를 보면, 한국인에서 기본용량의 스타틴이 매우 효과적이어서 중등도위험군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고위험군에서는 상당 부분의 환자에서, 초고위험군에서도 일부에서 치료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었다. 이어 연구팀은 “한국인에서는 대부분의 경우에 저용량 스타틴으로 시작해 필요에 따라 용량을 증가시키는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견해를 전했다.

새 지침은 또 스타틴을 투여해도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 미만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 에제티미브(Class IIa, Level B), 니코틴산(IIb, C), 담즙산결합수지(IIb, C) 등 비스타틴계 약물을 병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스타틴 사각지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병용약물의 역할을 인정한 것이다.

고중성지방혈증
고중성지방혈증은 혈중 중성지방이 200mg/dL 이상인 경우로 정의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30세 이상 성인에서 유병률이 18.6%로 높기 때문에, 심혈관질환 예방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지침은 중성지방이 200~499mg/dL인 경우, 1차적 목표로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도록 안내하고 있다. 한편 LDL 콜레스테롤 목표를 달성한 후에, 생활습관 개선에도 불구하고, 중성지방이 200mg/dL을 넘으면 이를 조절하기 위한 여타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중성지방 조절을 위한 약제로는 피브린산유도체(Class I, Level B), 니코틴산(IIa, B), 오메가-3지방산(IIa, B)을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저HDL콜레스테롤혈증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인구에서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유병률이 28.4%에 달한다. 지침에서는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1차치료 목표를 역시 LDL 콜레스테롤 조절로 잡고 있다. 여기에 더해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기 위한 약물전략으로 니코틴산(IIa, A)과 피브린산유도체(IIb, B)를 내세웠다.   이상돈 기자

[Expert Opinion / 김상현 서울의대 교수]

- LDL 이외의 지질인자에 대한 치료도 포괄적으로 권고했는데, 이유는?
이번 지침에서는 아직 결론이 명확치 않은 부분이라도, 필요하다면 기존 근거들을 충분히 고려해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치료가 이에 해당한다. 아직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를 통해 궁극적인 심혈관질환 임상혜택이 증명돼 있지 않다. 하지만 역학, 유전, 기전, 마커연구 등에서는 충분히 효과가 입증돼 있다. 최종적으로 우리나라 환자들에서 전통적으로 관찰되는 고TG·저HDL의 특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확실한 추가연구가 나오기 전까지는 기존의 데이터에 근거해, LDL 조절 이후 2차적으로 해당 지질인자들의 조절을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 약물치료는 어떤 기조를 유지하고 있나?
스타틴이 80이라면 나머지 20은 비스타틴계에 할애했다. 심혈관질환 2차예방에 있어 스타틴 고용량 또는 중강도 용량 이상의 치료가 1차선택이다. 하지만 고LDL·고TG·저HDL이 겹치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의 경우에는 스타틴에 다른 약제를 병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스타틴에 불내약성인 경우에 추가적으로 비스타틴계 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종합하면 스타틴을 하나의 축으로, 이외 열악한 반응률·불내약성·복합형 이상지질혈증인 경우에 비스타틴계 치료의 병용을 또 다른 축으로 세웠다. 이번 지침은 LDL 콜레스테롤을 굉장히 중요시 했지만, 그렇다고 스타틴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LDL 이론과 스타틴 이론을 조화시켜 반영했다. 개인적으로 두 이론이 상호배척 관계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LDL 콜레스테롤의 강하가 중요한 것이 사실이고, 현재까지 스타틴의 강하효과가 가장 우수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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