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자문위 투표 결과 10:5로 반대 우세

비스타틴계 약물의 심혈관계 혜택을 최초 입증하며 에제티미브(상품명 제티아)에 강력한 힘을 실었던 IMPROVE-IT 연구. 그러나 관상동맥심질환자에게 심혈관사건 예방 목적으로 에제티미브 투여를 권고하기에는 아직까지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적응증 확대는 시기상조" vs. "연구가치 인정돼야"

미국식품의약국(FDA) 내분비 및 대사질환 약물 자문위원회(Endocrinologic and Metabolic Drugs Advisory Committee)는 최근 심혈관사건 2차예방을 위한 에제티미브의 적응증 확대 여부를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14)와 올 여름 NEJM 등에 발표됐던 IMPROVE-IT 연구가 심도깊게 검토됐다.

 

개표 결과는 10:5.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IMPROVE-IT 연구가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로 호평을 받았던 점을 고려한다면 다소 의외의 결과다.

IMPROVE-IT 연구는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을 경험한 1만 8000여 명을 대상으로 에제티미브 + 심바스타틴 복합제(상품명 바이토린)와 심바스타틴 단독투여를 7년간 비교했다(NEJM 2015; 372:2387-2397).

에제티미브 복합제군은 심바스타틴 단독군 대비 심혈관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뇌졸중, 혈관재개통술, 입원 등 복합심혈관사건에 대한 상대위험도(RR)를 6.4%, 절대 위험도를 1.8% 감소시켰다.

이날 반대표를 던진 패널의 대부분은 단일 연구만으로 임상적 유효성까지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미약하다는 입장. 즉 통계적으로는 유의했을지 모르지만 임상현장에 대한 영향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패널 위원장을 맡은 Robert J. Smith 교수(브라운대학)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실질적인 근거(substantial evidence)의 정의가 상당히 좁다(narrow)고 판단해 반대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 디자인이나 신뢰도가 단연 우수하고 약물 자체도 위험도를 낮출만한 효과가 있다고 보지만, 아직 정확한 기전은 알 수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반대 의사를 표한 베일러대학 Milton Packer 교수는 "IMPROVE-IT 연구 결과는 동전던지기와 마찬가지다. 동일한 연구를 다시 한번 시행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올런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출혈성 뇌졸중 위험에 관한 문제가 제기됐다.

전체 환자의 11%에서 일차종료점에 해당하는 데이터가 누락됐지만 어떻게 추정할 것인지에 관한 대안이 없으며, 스타틴을 복용 중인 모든 관상동맥질환자에게 에제티미브를 추가하려는 의욕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의견도 있었다.

 

물론 비록 수는 적지만 찬성 측 의견도 만만치는 않다.

찬성표를 던진 5명 중 1명인 Brendan M. Everett 교수(브링검여성병원)는 "완벽함은 매우 좋은 적"이라면서 "임상현장의 질문에 완벽한 답을 줄 수 있는 완벽한 임상시험은 불가능하다. 내 관점에서는 승인을 지지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한 William R Hiatt 교수(콜로라도의과대학) 역시 에제티미브의 2차예방 적응증 확대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Hiatt 교수는 "IMPROVE-IT 결과가 상당히 긍정적이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반대 의견이 많아 놀랐다"며, "전통적으로 FDA의 역할은 연구 결과가 긍정적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임상현장에 대한 적용 가능성은 가이드라인 제정 위원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종일 설전을 벌인 끝에 Packer 교수는 제품 라벨에 가능성을 언급하자는 의견을 냈다.

지금 당장 적응증을 추가하기에는 데이터가 충분치 않지만 7년동안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부분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그는 "심혈관사건에 대한 효과는 알려진 바 없다는 현행 제품라벨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IMPROVE-IT 연구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나 같지 않겠냐"며 "그는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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