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논문에서 유효성·안전성 입증

▲ 위내시경 시 소장으로 장세정제를 주입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당일 대장내시경이 때아닌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로부터 시술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는 보도가 나간 후 일부 병원들에 "위험한 시술이 아니냐"는 전화 문의가 쇄도했고, 실제 시술건수도 10~20%가량 줄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는 일반 대장내시경마저 취소하겠다는 환자들도 나온다.

이런 불안감을 조장할 만큼 당일 대장내시경 시술은 정말로 위험한 걸까?

위·십이지장에 장정결제 직접 주입, 이미 10년 전부터 시도

당일 대장내시경이란 기존에 경구로 복용하던 대장정결제를 내시경을 통해 위 혹은 십이지장에 직접 주입함으로써 설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일명 '설사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대장내시경'으로 검사 전날 대장정결제를 복용한 뒤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하는 고통을 덜어주는 데다, 역한 맛 때문에 대장정결제를 복용하지 못했던 환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의협에서는 대장정결제 주입의 용법·용량에 관한 허가사항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역류할 경우 폐렴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해당 시술을 금지시켰는데, 그렇다고 학술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2006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추계학술대회 구연 세션을 통해 소개됐던 고신의대 김규종 교수팀(내과학교실)의 논문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Korean J Gastrointest Endosc 2008;36:138-144).

연구팀은 하루에 위, 대장내시경 검사를 모두 시행한 성인 남녀 60명(평균연령 53.7세)을 장정결제 복용군(33세)과 내시경 주입군(27명)으로 나눠 무작위 대조연구를 진행했다.

복용군에게는 당일 아침 9시부터 4 L의 PEG (polyethylene glycol) 용액을 마시게 했으며, 내시경 주입군에게는 아침 9∼10시경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하행 십이지장에 90mL의 NaP (sodium phosphate) 용액을 겸자공으로 주입한 뒤 물 200mL를 추가 주입했다.

그 결과 흡입액의 양이 내시경 주입군에서 유의하게 적었음에도, 대장정결도와 아프타성 궤양 유무, 생체징후에는 차이가 없었다. 내시경 주입군에서 혈청 인산(상승)과 칼륨(감소) 수치가 변화 했지만 임상증상을 동반하지 않은 채 모두 1일 후 정상화 됐으며, 구토 증상도 경미한 수준이었다.

당시 연구팀은 "위, 대장내시경 검사를 모두 시행하는 경우 NaP 용액의 내시경하 주입이 대장 전처치의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90 mL를 한번에 투여했을 때 안정성 및 대장정결 효과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결론을 냈다.

순천향의대도 2007년 대한소화기학회지(Korean J Gastroenterol 2007;50:78-83)에서 "상부위장관내시경을 통한 대장 전처치 시 환자 순응도가 좋았다"며, "충분한 양의 물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발한, 심계항진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장정결제 복용이 어려워 검사가 불가능한 경우 세심한 관찰과 함께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검사 순응도 개선...유효성·안전성도 문제 없어

현재 시행되는 당일 대장내시경 시술도 기본 기조는 10여 년 전과 동일하다.

당시에 쓰였던 NaP 용액 대신 PEG 용액의 맛을 개선시킨 크리쿨산이나 피코솔루션이 사용되는데, 장운동을 촉진 차원에서 비타민C 성분을 섞고 장정결제 용량을 반으로 줄이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올해 초 한림의대 정성원 교수(강남성심병원 소화기내과)가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Dig Dis Sci 2015;60:54-64)에 따르면, 대장내시경을 시행할 때 PEG와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을 경구 투여한 그룹과 십이지장에 직접 주입한 그룹으로 나눠 비교한 결과, 각각의 효능이 동등했으며 폐 역류 등 심각한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장정결제를 십이지장으로 주입받았던 그룹은 '매우 편함'·'조금 편함'·'조금 불편함'·'매우 불편함'의 4단계 가운데 '매우 편함'·'조금 편함'을 선택한 비율이 65.1%로 경구 투여한 그룹(28.4%)보다 현저하게 높았으며, 향후 같은 방식으로 내시경을 받을 것인지 묻는 질문에서도 82.5%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렇듯 환자 만족도가 높다보니 전국적으로 20개가 넘는 기관에서 당일 대장내시경을 하고 있으며, 몇몇 대학병원도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다만 대학병원에서 더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안전성 문제라기 보다는 시스템적인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결제 투여 30분 후부터 바로 배변이 시작되므로 화장실이 딸린 1인실이 배정돼야 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전담간호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민영일 박사(현 나무병원 대표원장)는 "외국의 여러 논문들에서도 입원 환자나 경구투여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대장정결제를 직접 주입하는 방식으로 대장내시경을 시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숙달된 의사와 전문간호사가 함께 철저한 모니터링을 거친다면 당일 대장내시경은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지금까지 당일 대장내시경 2300건 정도를 했는데, 폐흡인이나 저산소증 같은 부작용은 단 1건도 없었다"면서 "이번 의협의 성명으로 자칫 대장내시경 시술 자체가 위험한 것으로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피코솔루션과 크리쿨산을 위나 십이지장에 직접 주입하는 용법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일한 성분인 코리트산은 '경구투여가 곤란하거나 환자가 경구투여를 원치 않는 경우 코위영양관으로 투여할 수 있다'고 허가를 받았다"며, 향후 허가변경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아울러 "내년에는 몇몇 대학병원 및 기관과 연계해 당일 대장내시경에 관한 임상연구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다기관연구를 통해 더 많은 사례가 모이면 안전성에 대한 논란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