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대장내시경=위험한 시술' 환자 혼란..."근거없는 시술 강행했나" 소송 땐 악용 우려도

대한의사협회가 내놓은 당일대장내시경 시술 금지 지침을 놓고 의료계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환자 안전을 위해 의료진의 주의가 필요하다는데는 동의하지만, 갑작스런 시술금지 지침 발표로 오히려 환자와의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는 지적.

구역 등의 증상으로 장세정제 경구 복용이 어려운 경우 등 '우회적' 방법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별한 대안도 없이 시술금지 조치부터 선언하고 나선 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의사협회 "안전·효과 근거없다...당일 대장내시경 시술 금지"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4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당일 대장내시경의 안전성과 효과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의 시술 금지를 회원들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사례는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을 당일 동시 실시하는 경우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식으로, 위 내시경을 진행하면서 장세정제를 위나 십이지장을 통해 주입해 장을 비워내고, 대장 내시경을 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의협은 의료광고 심의 중 해당 사례를 접하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히 환자 편의나 의료기관의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해당 시술을 남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접근이다.

의협은 "위 내시경으로 장 세정제를 주입하는 당일 내시경 관련 광고를 접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우려, 소화기내시경학회와 식품의약품 안전처에 각각 의학적으로 적절한 방법인지 여부와 세정제 품목허가 여부를 질의했다"며 "그 결과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학술적인 근거가 부족하고 허가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국민의 건강과 안전, 이로 인한 회원들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해당 시술을 금지할 것을 회원들에 안내했다"고 말했다.

'당일 대장내시경=돈 버는 시술?'...의료계 저격수 된 의협 '유감'

다른 의료계 전문가들도 시술 전날 경구로 장정결제를 복용해 장을 비운 뒤, 다음날 대장 내시경을 실시하는 방식이 표준적인 시술법이라는데는 동의한다.

다만 이물감이나 구역 등으로 장세정제 경구복용을 어려워 하는 환자 등 대체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는 근거도, 의료계 내부의 의견조율도 없이, 의협에서 갑작스럽게 '시술 금지' 조치까지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원가 한 관계자는 "의협은 당일 대장내시경 시술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할만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마찬가지로 시술금지 조치를 내릴 정도로 치명적인 부작용을 동반하는 위험한 시술이라는 근거도 없다"며 "노인과 만성질환자 등 일부에서는 시술에 주의가 필요할 것이나, 대다수 건강한 환자는 물론 앞서 말한 주의가 필요한 환자군 모두에 대해 이미 의사의 판단하에 안전하게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의협의 이번 발표로 당일 대장내시경 시술 자체가 의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근거도 없이 하는 위험한 시술인 거첨 낙인이 찍혔다"며 "오남용의 우려가 있거나, 일부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면 학회의 가이드라인을 정리하거나, 시술시 의료진의 주의를 요구하는 선에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맞다. 공신력을 가져야 할 의사협회가 내부 의견 조율도 없이, 일방적이고 섣부른 발표로 오히려 환자의 불안감만 부추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의사 지킨다는 시술 금지 조치, 소송 땐 되레 악용 '우려'도  

회원들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려 한다는 의협의 설명과 달리, 오히려 이 '시술 금지' 지침이 향후 의사 회원들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내과 한 관계자는 "의협의 시술 금지 지침은 의사가 아닌 국민들의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작게는 대장 내시경 시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불편감을 따지거나, 더 나아가서는 의료분쟁 발생시 '의사협회가 금지한 시술을 강행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논리로 악용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의협은 논란의 소지가 큰 시술인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협 김주현 대변인은 "약을 주입하는 방식이나 사용하는 약제 모두 문제의 소지가 있는 만큼, 향후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의사가 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에 국민건강을 지키고 의사회원들의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술 금지 지침이 향후 소송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하나, 오히려 소송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학회 가이드라인이면 충분했다고도 하는데 학회에는 별도의 의견서를 보냈고,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의협이 전면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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