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 치료 바로보기 ④ - 서연석 고려의대 교수 

▲ 서연석 고려의대 교수  바이러스 보유자는 증상 없어도 꾸준히 관리 국내 B형 간염 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환자가 많다는 방증이다. 불과 5년 전 2000억원에 그쳤던 이 시장은 지난해 34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유비스트 기준). 이처럼 환자가 늘면서 간경변 질환도 크게 늘고 있다. 간경변증의 가장 흔한 원인인 바이러스성 간염(B형, C형 등) 때문이다. 대한간학회 백서에 따르면, 2012년 성인에서의 간경변증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0.5%이며, 65세 이상의 인구에서는 1%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일단 간경변증이 발병하면 치료를 받아도 굳어진 간이 원상태로 회복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예방법이 중요하지만 아직 간경변 질환에 대한 인식은 그리 높지 않다.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처럼 증상 없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상이 있더라도 원인질환만 잘 치료하면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합병증 관리도 필요하다. 간경변 전문가인 고려의대 서연석 교수를 만나 간병변 질환의 특징과 원인별 치료전략을 들어봤다.

 

- 간경변은 어떤 질환인가?
간이 손상되면 치유반응이 일어나는데 손상과 치유가 반복적으로 장기간 진행되면 점차 간에 섬유화 물질이 쌓쌓인다. 이후 정상적인 간의 구조가 없어지고 결절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를 간경변이라고 한다.
 
- 임상에서 간경변은 어떻게 진단하나?
간경변은 조직학적 진단을 기본으로 하나 실제 임상에서는 간경변증에 따른 문맥압 항진증으로 인한 복수, 간성뇌증, 정맥류 등의 합병증과 영상 소견 및 간기능 저하로 초래되는 혈액소견을 기초로 진단한다. 혈액검사는 프로트롬빈 시간, 빌리루빈, 알부민과 혈소판 수치 등이 사용된다.

영상검사상으로는 보통 초음파나 CT를 봤을 때 간경변의 특징적인 것들을 보고 판단한다. 간경변증 초음파검사의 전형적인 소견은 간표면의 결절상(liver surface nodularity)이며 이는 재생 결절, 섬유화 반흔 및 간엽의 비균일적 위축과 비대에 기인한다.

이 외에도 비장 비대, 둔한 모서리, 형태학적 변화(간내 결절, 우엽 및 좌엽 내측 구역의 위축, 좌엽 및 꼬리엽의 비후, 문맥 주위 공간의 확장 등), 도플러 검사에서 문맥혈류의 속도, 간 정맥 형태의 변화 등이 도움을 주는 소견이다.
CT, MRI의 경우 꼬리엽/우엽 비로 진단한다. 0.65 이상이면 간경변증으로 본다. 임상현장에서 흔히 측정할 수 있는 간수치기능검사인 ALT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 상당수 많은 환자와 의료진들이 지방간 다음에 간경변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간경변의 원인질환은 무엇인가?
사실 지방간은 간경변의 원인에서 적은 부분을 차지한다. 간경변의 원인질환 중 제일 많은 것은 B형 간염이다. 전체 환자의 65~70%를 차지한다. 그다음 알코올성 간질환이 15%이며, C형간염에 의한 것이 10% 정도이다. 지방간으로 인한 간경변 환자들은 진단하기가 어렵다. 대개는 단계가 진행되면서 지방들이 다시 없어지기 때문에 조직검사상에서도 진단이 어렵다. 그외 나머지가 비알코올성, 원발성담즙성 경화증 등이다.

-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간경변의 치료목표는 원인질환을 최대한 치료해서 섬유화가 진행되는 과정들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다음에 생기는 합병증 즉 복수나 정맥류 출혈 등의 발생을 예방하는 전략으로 나뉜다. 이미 섬유화가 진행된 물질들을 직접 없애는 치료는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이러한 트렌드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과거 교과서에 간경변증은 비가역적인 질환으로 한 번 생기면 안 없어진다고 했지만 요즘은 원인질환을 확실하게 관리할 수 있는 치료제들이 생기면서 섬유화가 줄고 간경화 자체가 없어진 예들이 관찰되고 있다. 따라서 간경변증이 있더라도 원인질환을 효과적으로 장기간 치료하면 없앨 수 있는, 즉 가역적인 질환이다. 
 
- B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 환자가 대부분인데 항바이러스 치료 외에 다른 조치는?
간경변증이 없는 환자보다 간경변증이 생긴 이후에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은 합병증이 잘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위험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항바이러스제를 쓰면서 복수 등의 다른 위험들은 줄었지만 간암의 위험은 남아 있다. 따라서 간암이 생기지 않는지 체크해야 한다.
 
-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 간경변 환자들은 어떻게 치료하나?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들은 금주가 유일한 치료법이며, 비알코올성 간경변은 식이조절 및 운동을 통해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 지방간이 대개 뱃살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 간경변 섬유화 물질을 치료하는 직접적인 약물은?
현재 섬유화 물질들을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하게 증명된 약물은 없다.
 
- 간경변의 대표적인 합병증은?
복수가 가장 많고, 정맥류 출혈, 간성혼수가 포함된다. 간암도 합병증으로 여기고 있다.

- 간성혼수 예방 목적인 필수 아미노산의 유용성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쓸 수 있는 필수 아미노산인 BCAA(Branched-chain amino acid)제제는 L-이소류신, L-류신, L-발린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간성혼수와 관련이 있다. 간경변이 있을 때는 BCAA의 구성 비율이 떨어지며 이로 인해 BCAA에 대한 방향족아미노산(aromatic amino acid)의 비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러한 비의 변화가 간성혼수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BCAA 제제의 투여가 간성혼수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BCAA 투여가 간성혼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메타분석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또 하나는 영양보충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있다. 간경변증 환자들에게 단백질을 많이 보충하는 것은 간성혼수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심한 간경변증이 있는 사람들은 육류를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안 된다. 반면 충분한 영양의 섭취는 간기능의 회복 및 면역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간성혼수의 유발 위험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 BCAA 제제의 투여로 영양을 보충하면 간기능 및 면역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를 통해 심한 간경변증 환자의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간경변 치료분야에서 최근 연구되는 분야는?
다기관 연구들이 몇 개 있다. 정맥류 출혈 예방법에 대한 연구로 향후 1년 정도 걸릴 예정이다. 또 재출혈 예방에서 어떤 관리법이 좋은지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 간경변을 치료하는 의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바이러스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은 증상이 없더라도 꾸준히 원인질환을 치료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간염은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환자들이 수년간을 치료받지 않다가 복수나 황달이 발생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환자들을 관심 있게 보고 이들에게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금주와 체중관리가 중요하다는 점도 알려줘야 하며 적절한 식습관과 운동습관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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