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장기지속형 주사제 근거 마련 위한 경구제와 비교·분석연구 돌입

국내 정신과 전문가들이 국내 재발환자에게만 쓰이는 장기지속형 주사제(이하 LAI) 처방 확대를 위한 '묘책' 마련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비정형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LAI와 경구제의 임상경과 등을 비교하는 임상연구에 본격 돌입한 것.

2014년 10월부터 시작된 연구는 오는 1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조현병 환자 393명(LAI군 94명, 경구제군 299명)이 등록됐다. 이런 상황속에서 지난 16~17일까지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연구개요 및 1차결과'가 간략히 소개됐다.

 

발표된 1차 결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상당부분 일치했다는 평가다.

근거수준이 높은 무작위 연구(RCT) 및 관찰연구들을 비교·분석한 결과 2세대 LAI 가 비정형 경구제제보다 재발률이 낮았고, 완화율, 순응도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 즉 LAI 가 경구제와 비교했을 때 치료지속성이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아울러 경구제보다 약물 중단율이나 부작용으로 인한 입원률도 낮고, 기타 부작용은 경구제보다 낮거나, 유사했다. 단 추체외로 증후군 위험은 LAI가 유의하게 높았다. 추체외로 증후군은 약물 투여 후, 급성으로 나타나는 운동 곤란증으로 약물 투여 시 수 시간 혹은 수일 사이에 턱, 혀, 눈, 사지, 눈, 및, 동체근육에 동반되는 지속적인 운동 곤란증이다. 

하지만 분명 제한점도 존재했다. 신규 조현병 재발환자 중 LAI 주사제 사용률이 미비하고, 재발과 관련된 요인을 식별하는데 제약이 따랐기 때문이다.

임상적 기초자료로 활용 될 수 있을 것 기대치 ↑

연구팀은 이를 감안해, 경제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LAI 단독보다는 경구제와의 병용이 많은 임상적 현실을 반영해 LAI+경구제 병용군을 경제성 평가 모형에 반영했다.

서재경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오직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경제성 분석 모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후, 해외 사례에서 사용한 모형을 검토해 국내현실에 맞는 모형을 구축하고자 했다"면서 "임상자문회의를 거쳐 최종모형을 선정해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2014년부터 2년동안 비정형 LAI와 경구제를 각각 처방받은 조현병 환자에 대한 처방내역 및 약물치료, 순응도 등을 비교하고, LAI에 대한 경제성을 평가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대상군은 만 18세부터 64세이하 조현병 신규 진단자 중 재발을 경험한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단 첫 재발일 1년 전 시점부터 △임신, 암으로 인한 입원 또는 의료이용이 1회 이상인 경우 △2세대 경구제 또는 2세대 LAI 사용내역이 없는 경우 △의료급여 정신과 청구내역이 있는 경우는 제외됐다.

특히 연구팀이 주도적으로 조사하는 부분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약물 순응도 및 복용력 △임상증상(PANSS, CGI) △재발 및 이상반응 여부 △삶의 질(EQ_5D) △비공식 의료비용 △시간비용 및 간병비용
등이 있다. 의료비용과 삶의 질은 환자등록자료(건강보험청구자료 검토)에서 수집해 LAI의 비용대비 효과 및 효용을 평가할 예정이라고 연구팀은 부연했다.

전북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정영철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조현병 환자의 약물 치료 선택 방향성을 제시하고 순응도 향상과 재발 감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임상적 기초자료로 활용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턱 높은 보험 기준이 제일이 문제네

그렇다면 LAI 가 국내 조현병 등의 치료에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현병은 질병의 특성상 환자 스스로가 질병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도 인지하기 어려워 의사가 처방한 용법과 용량을 따르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이 줄때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장기지속형 주사제, LAI다.

 

비정형 LAI는 미국, 캐나다, 독일 등에서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 우월성을 인정받아, 이미 '장기전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몇몇 연구결과, 첫 입원 치료한 조현병 환자가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사용했더니, 경구용 약물 대비 입원 위험성이 50~65% 감소됐다[Am J Psychiatry 2011;168:603-609]. 비순응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도 LAI가 경구형 약물군에 비해 환자 1명당 기대수명을 약 0.39년 연장시켰고, 재발률은 2.93배 낮췄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유럽, 동아시아권 국가 등의 LAI 처방률은 약 20% 수준이다. 특히 독일은 36%, 영국은 50%으로 처방률이 가장 높고, 아시아권 국가의 경우 홍콩이 37%로 가장 빈번하게 처방됐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이진, 우리나라의 경우 처방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국내 LAI 의 까다로운 보험기준이다. 전 세계에서 LAI 에 대한 보험적용 기준을 두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현재 경구제를 투여해 안정적인 투여용량이 정해진 환자 중 '약물복용에 대한 순응도가 낮아 자주 재발하거나 증상이 악화되는 환자'라는 조건에 부합해야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전남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완 교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효과와 안정성에서 경구제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면서 "영국과 핀란드 등에서는 주사제가 입원률과 재발율을 막아줘 비용을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보고된 만큼 우리나라도 주사제 처방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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