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보건복지부 종합감사장.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과 보건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의 질의응답 중 한 토막.

최동익 의원: 이번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투유유 교수는 중의학을 한 사람이죠?
권덕철 실장: 약학을 기초로 하고 중의학을 썼습니다. 약학을 기초로 한 것이라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최동익 의원: 우리나라에서 중의학을 해서 그런 상을 받을 수 있었겠습니까? 의료기기를 못쓰는데...그러니 대한민국은 노벨상을 받을 수 없는 겁니다.
권덕철 실장: 의료기기 사용과 약학을 사용해 말라리아 치료제를 만든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최동익 의원: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개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던 발언을 인용한 듯) 장관은 찬성한다는데 실장은 반대하는 겁니까?
권덕철 실장: 물론 한의사 의료기기와 관련한 법 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명확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법률적인 부분은 사회적 의견이 수렴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취재부 고신정 기자

중국의 첫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배출소식을 놓고 국내에서 때 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투유유 교수가 개똥쑥을 이용해 말라리아 치료제(아르테미시닌)를 만든 것이 '현대의학(약학)'의 성과인지, 아니면 '전통의학'의 성과인지를 두고 연일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

노벨상이 수여된 최고 권위의 의학적 성과 앞에 한의학과 현대의학으로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이라는 국내 이슈와 맞물려 각계의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대한의사협회는 "노벨상을 수상한 투유유 교수는 전래의학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현대의학적 방법과 원리로 말라리아 약을 개발한 것"이라며 "버드나무 추출물인 아스피린처럼 아르테미시닌도 개똥쑥의 미량 성분을 추출해 합성하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임상시험으로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 받은 후 세계적으로 보급 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통의학에서 쓰였던 약초가 재료가 되긴 했지만, 이를 말라리아 치료제로 완성한 것은 현대의학과 약학이라는 설명이다. 

반대로 대한한의사협회는 중국의 이번 노벨상 수상을 전통의학의 쾌거라고 밝히면서 "한국도 한의학을 적극 활용하고 보호·육성·발전시킨다면 노벨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의협은 "한의학의 과학화와 현대화, 세계화를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나아가 "한의사의 보다 정확한 진단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의료기기 활용은 한의학 과학화, 현대화의 가장 기본이다. 협회 내에 의료기기 교육센터를 설치, 한의사들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추가적인 교육을 우선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도 논란에 가세했다. 지난 8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 등은 투유유 교수의 수상 사례를 들어, 국내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규제'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잠깐, 우리나라에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한 것이 정말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규제 때문일까.

물론 투유유 교수가 전통약초인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전통의학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기회를 엿보아 나가야 한다는데는 동의한다. 다만, 그 방법이 엑스레이나 초음파 등 진단기기의 사용에 있으냐면 그에는 쉽사리 동의할 수 없다.

신약의 개발과 질병의 진단은 완전히 다른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또 앞선 복지부의 설명처럼, 투유유 교수는 베이징대 약학과를 나온 약리학자로, 개똥숙이라는 약초에서 치료성분을 찾아내긴 했지만, 이를 말라리아 치료제로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는 생화학이나 약학 등 과학적인 접근 방법이 이용됐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국내 기초의학자들의 노벨상 무관 이유를 '지속적인 연구환경 부재'에서 찾는다.

성과 위주의 연구환경으로 인해,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 속에 연구를 계속할 수 없고, 이로 인해 기초의학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노벨상을 수상한 말라리아 치료제도 수십년간의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로,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큰 몫을 했다.  

노벨상 수상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우리나라의 연구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초의학을 포함해 의학분야 전반에 대한 R&D 투자를 늘리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일 수 있겠다. 

주지하다시피 의료계와 한의계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놓고 1년 가까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 단체 모두 일련의 갈등상황을 '밥그릇 싸움'으로 보지 말라고 외치고 있지만, 모든 보건의료 사안을 의료기기 사용 문제와 '엮어' 제 주장만 펼치는 모습을 국민들이 어찌 달리 해석할 수 있겠는가.

중국에서조차 투유유 교수의 연구성과를 두고, 중의학만의 성과라거나 현대의학만의 성과라고 말하지 않는다. 투유유 교수 스스로 "수년간 단체로 난관을 극복한 연구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중국 과학자 전체의 영예"라고 밝혔던 것처럼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이 함께 한 성과라는 것이 맞는 얘기겠다.

멀리 중국의 성과를 끌어 와 싸움의 도구로 삼고 있는 우리 의료계에 이런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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