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감 종합] 복지분야 전문성 부족 '난타'-의료현안 애매한 태도로 구설 자초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이 국정감사 데뷔 무대에서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평생을 의료계에 몸담아 오다 국무위원으로 옷을 바꿔 입은지 불과 보름만에 맞이한 국정감사이니, 준비가 부족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

그러나 복지부 장관으로서 갖춰야 할 보건복지에 대한 철학이나 소신 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 여야의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 정 장관은 다수 복지 현안은 물론, 가까운 의료현안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해 의원들의 원망섞인 질타를 받았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논란 등 민감한 의료현안에 대해 애매모호한 대답으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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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전문성 부족' 문제점 노출...'메르스 장관' 무색한 상황도

10일 오전, 국정감사 초반에만 해도 정진엽 장관은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이었지만, 의원들의 답변에 비교적 무난히 대응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문정림 의원의 질의에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가장 큰 임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철학을 밝히는가 하면, 원격의료 전면 확대 가능성을 우려에도 "대도시에서까지 (진단과 처방을 포함하는) 원격의료를 시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기초연금 문제 등 각종 복지현안에 대해서는 그 내용을 확실히 숙지하지 못한 듯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원들의 질문에 마땅한 답변을 찾는 듯 메모를 뒤적이며 수초간 '침묵'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장관을 대신해 실국장이 대답에 나서는 상황도 잦았다.

정 장관의 소극적인 태도에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업무파악이 안됐다면 차관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이러면 장관 체면이 무엇이 되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메르스 장관'이라는 이름을 무색케 하는 상황도 나왔다. 

메르스 후속대책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국회 메르스 특위 결의안의 내용조차 미처 파악하지 못한 듯한 모습이 벌어진 것. 이에 남인순 의원은 "국회 메르스 특위 결의안의 내용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냐"고 강력히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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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조정해야 할 주무부처 장관이,,," 논쟁적 사안에 우물쭈물 '논란 자처'

국감이 늦은 오후까지 이어지면서, 사실상 '실언'에 가까워 보이는 답변들이 나오기도 했다.

대표적인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논란.

초반 정진엽 장관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논란과 관련한 의견을 밝혀달라"는 김명연 의원의 질의에 "유관단체들과 협의해 최대한 자율적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견지했으나, 오후 질의에서 "개인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대답을 내놓으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최동익 의원이 의원은 "한의사들의 X-ray 사용과 관련해 정형외과 의사들이 반대하고 있다. 이를 허용할 계획은 없느냐. 장관 역시 정형외과 의사로인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강하게 몰아 붙이면서, 밸런스가 깨졌다.

논란을 부를만한 대답은 그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정진엽 장관은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해 '의사 동의절차'를 간소화 할 필요가 있다는 최동익 의원의 질의에 초반에는 "약에 대해서는 처방하는 사람의..."이라며 의사 처방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최 의원이 "정부가 동일성분에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인정한 약에 대해서 (대체조제를) 활성화 하자는 것인데 그게 안 되느냐"고 따져묻자 결국 "다시 한번 검토해 보겠다"며 물러섰다.

마취간호사 제도 법제화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찬성의 뜻을 밝혔다.

정 장관은 "마취전문간호사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는 최 의원의 질의에 "마취간호사 제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대체조제 활성화, 마취전문간호사의 도입은 각각 의사와 한의사, 의사와 약사, 의사와 간호사가 첨예하게 의견대립을 벌이고 있는 민감한 사안.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의료계 안팎에서는 직역 간 갈등을 조정해야 할 복지부의 수장이 하기에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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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알고 있습니까?"...답답한 의원들 '호통만'

11일 진행된 이틀째 국감에서도 장관이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종진 의원은 "장관 된지 10일이 넘었는데, 업무 파악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답변이 잘못됐으면 앞으로 개선하겠다고 강단있고 명확하게 답변해야 하는데, 시간만 모면하려는 식으로 두루뭉술한 답변만 계속한다"고 비판했다.

일부 의원은 아예 "이런 현안이 있습니다. 장관, 알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으로 질의를 시작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의원 스스로 "이 문제는 장관은 잘 모를 것 같고, 실무자가 나서서 답해달라"고 재촉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장옥주 차관이 나서 "제가 답변하겠다"고 말하는 상황도 있었다. 흔히 벌어지지 않는 일이다.

정 장관의 소극적인 태도, 원론적인 답변에 복지부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도 했다.

김재원 의원은 의료급여 정신과 정액수가 개선, 천연물신약 담당 공무원 징계와 관련해 복지부에 서면답변을 요청했으나 각각 '협의해 결정하겠다' '감사원에서 징계 이야기는 없었고 글로벌 기준에 맞게 안전성, 유효성 심사기준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며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공무원들이 도대체 내용을 알고 답하는 것이냐"고 강력히 질타했다.

김성주 의원은 "답답한 국감이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며 "복지부 장관이 됐다면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답변을 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써주는 모범답안이나 메모로 답변 할 것이 아니라, 소신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진엽 장관은 "의욕을 갖고 장관직을 수용했는데 아직 업무파악이 미숙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은 "장관으로 10일 정도 업무를 했는데, 그 중 3일은 다른 일을 처리하느라 준비가 부족했다"며 "하지만 장관으로서의 의욕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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