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선제 재선' 영광의 주인공서 비판의 중심으로...취임 4개월 추무진 회장을 만나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을 지난 26일 협회 집무실에서 만났다. 추무진 회장은 지난 39대 의협회장 선거에서 당선, 직선제 전환 이후 첫번째 재선 회장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적지 않은 회원들은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추 회장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고백했다. 37대 집행부가 남긴 극도의 혼란 상황을 수습하고, 규제 기요틴에 강력히 저항하는 모습을 보며 믿음을 가졌다고 했다. 그러나 39대 집행부가 출범한 지 불과 4개월이 지난 지금, 추무진 회장은 비판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무추진' '역추진'이라는 비아냥 속에는 의사 회원들의 답답함이 녹아 있다. 39대 집행부가 들어선 지 4개월이 지났다. 아직 초반이지만 의협·집행부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지 않다. 그 핵심에는 '의협이 회원들의 정서와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자리하고 있다.-여러 상황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회원들께 말씀 드릴 기회를 갖지 못했다. 섣부른 해명이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많은 말씀을 드리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업무로 자연스럽게 증명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시도의사회나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모임을 통해 설명을 드렸는데, 그 내용을 회원들께 공개하고 설명드리는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 지적에 감사하며 받아들이고 있다.가장 대표적인 것이 '35번 의사'를 둘러싼 논란이다. 해당 의사와 서울시장의 주장이 배치되는 상황에서 의사단체장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부분을 두고, 섣부른 사과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충분히 지적하실 만한 상황이다.당시 상황을 좀 설명 드리자면, 전날 밤 서울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면서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갔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파악하고자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이에 기자회견 발표 직전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당시 실무진이 마련한 발표문에 손으로 '사실관계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적어 넣었고, 회견장에서 구두로 그 내용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다수의 보도에서 이 부분이 부각되지 못한 채 사과에만 초점이 맞춰졌다."송구스럽다"는 표현은 35번 의사에 대한 비난이나 대리 사과가 아니라, 부실한 메르스 대응체계로 인해 국민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데 대해, 의료단체 대표 자격으로 유감을 표한 것이었는데 잘 전해지지 못했다. 본연의 취지와 의도가 어떠했든 협회장으로서 신중히 처신하지 못해 혼란을 야기한데 대해 해당 회원과 그 가족, 회원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또한 35번 의사, 아니 박 선생님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추무진 회장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35번 의사의 건강, 쾌유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차례 언급했다. 협회장 신분을 떠나 같은 의사 동료로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추 회장은 35번 의사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수차례 병원을 찾기도 했다. 입원 직후인 6월 9일에는 비공개 일정으로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격리실 바깥에서나마 환자의 상태를 살폈고, 같은 달 말에는 의사협회장으로 공식방문해 동료의사들과 시민들이 적어 준 응원메시지를 모아 만든 책자를 전달했다. 첫 방문때 쾌유기원 메시지를 프린트 해 전달했는데, 이후 해당 인쇄물이 환자의 침상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회원들의 정서를 잘 모른다는 비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진석 교수를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으로 임명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간 연구소의 역할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의료전문가단체로서 의협이 정부 정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동안에는 한건 한건 방어하는데 급급했다. 의협이 정책을 선도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전문가를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진석 교수가 워낙 정책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는 상황이었고, 두루두루 천거를 받기도 했다. 제가 직접 이진석 교수를 찾아가 연구조정실장직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고 이 교수가 흔쾌히 승낙했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 현재 많은 역할을 해주고 계신다.

비판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나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진석 교수 이전에는 연구조정실장이라는 자리가 그리 주목을 받는 자리가 아니었다.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었다. 이진석 교수가 오면서 자리가 부각되고, 역할도 많아졌다.

성과가 없다는 비판도 높다. 성과가 없다기보다는 체감할만한 성과가 없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다. 일차의료 활성화나 노인정액제 개선 등 현안 해결에 진척이 보이지 않는다.

-노인정액제와 차등수가제 개선, 의정합의 이행, 리베이트 쌍벌제 개선, 아청법 개정, 의료인폭행방지법 제정 등 의료계가 원했던 것들이 바로바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답답할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의협의 일이라는 것이 딱 부러지게 성과를 내기가 힘이 들더라. 다만 조금씩 진일보 해 원하는 것에 가까워지고 있다. 일례로 의료인폭행방지법의 제정은 38대부터 꾸준히 노력한 결과로, 법안 통과 목전까지 와있다. 전공의 처우개선을 위한 단독법안이 발의된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서히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 회장의 임기를 3년으로 준 것은 이 모든 일들을 꾸준히 해나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38대 회장 시절 협회 안정화에 회무의 중심을 두었다면, 지금은 안정 속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는데 집중하고 있다. 

목소리가 작다, 이슈 파이팅에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메르스 사태 때 있었던 의료계 우호적 여론을 정책개선과 연결짓지 못했다는 점을 두고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메르스 후속대책과 관련해서는 현재 협회와 의료정책연구소 주도로 자체적으로 백서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당연히 보건의료 정책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함께 담길 것이다.

여러가지 과제가 있겠지만,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가장 시급하다. 지금의 의료환경은 1·2·3차 의료기관이 모두 경쟁하는 시스템이다. 칸막이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 의료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의뢰-회송체계를 제대로 갖춰 의원과 병원, 상급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한다. 그 시작은 일차의료 활성화와 수가 개편이다.

의미있으나 주목받지 못했던 성과도 있다. 의사연금사업의 진행이나 전공의 특별법 제정 추진은 회원 권익 보호를 위해, KMA policy 제정은 의사단체의 역량강화에 있어 꽤나 의미있는 일로 보인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회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연금이나 보험사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일례로 메르스 사태 때와 같이 의사가 갑작스럽게 진료를 못하게 되면 당장에 큰 경제적 타격을 받게 돼, 생황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긴다. 그간 공제회에서 배상쪽 문제만 진행해왔는데, 회원들은 위해 연금이나 보험쪽으로 사업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의원총회 의결을 받아야 하는 사항이라, 일단 자료를 충분히 검토, 수집하고 사업성이 있다면 대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생각이다.

전공의특별법은 전공의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전공의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의료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되므로, 그 대안으로 호스피탈리스트제도 도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일부에서 대체인력의 하나로 PA를 거론하고 있지만, 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의협은 보건의료 관련 인력 중 최고의 법정 전문가단체이나 정부나 국민을 상대로 보건의료 관련 제도나 의료윤리 등에 일관되고 명시적인 정책과 전략이 부족하다. KMA Policy 제정으로 협회 내 합리적인 의사결정과정을 만들고, 협회 정책의 공신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의협 회장으로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의사협회는 회원들의 권익을 지키는 단체다. 그것은 제가 회장으로 있는 한, 절대 잊지 않고 지켜나갈 가치다. 두 번의 선거를 치르고, 지난 1년간 의협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회원들을 만났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간 회원들께 받은 것들을 반드시 성과로 돌려주고 싶다. 덧붙여 정책적인 면에서는 보건의료정책을 선도적으로 끌고 가는 역량을 마련하고 싶다. 보건의료전문가 단체로서 통일 후를 준비하는 노력도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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