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RCT 연구 결과, 성기능•삶의 질 개선 효과 안 나타나

▲ 남성 호르몬제인 테스토스테론이 RCT 연구에서 발기능과 삶의질 개선에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오면서 새로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남성 호르몬 제제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될 만한 연구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에 나온 연구는 메타분석이 아닌 수많은 연구자가 필요성을 주장했던 이중맹검, 위약대조, 평행그룹 무작위 연구(RCT)라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연구는 최근 미국의사협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JAMA에 실렸다(NCT00287586, JAMA. 2015;314(6):570-581.)

TEAAM으로 불린 이 연구는 미국의 주요 병원 3곳(Charles R. Drew Univ., Kronos Longevity Research Institute, Boston Medical Center)에서 테스토스테론을 사용한 남성들을 3년 동안 관찰했다.

1차적으로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경동맥 내막 중막 두께(IMT)와 관상동맥 석회화 진행 정도를 위약과 비교했고, 2차로 성기능과 삶의 질 개선도를 평가했다.

1893명을 모집해 최종 308명의 남성이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7.6세로, 절반가량은 고지혈증을 동반하고 있었다. 또 고혈압과 당뇨병은 각각 42%와 15%로 그야말로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환자들이었다.

베이스라인에서 총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100~400ng/dL(평균 306ng/dL)이었으며, 프리 테스토스테론(free testosterone)은 50pg/ml 미만으로 대부분 호르몬 수치가 낮거나 낮은 정상에 해당되는 남성들이었다. 이들은 연구기간 동안 총 테스토스테론을 500~900ng/dL로 맞췄다.

심혈관사건 위험과는 무관

최종 결과, IMT는 두 군 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왔고(위약군 0.010mm/year , 테스토스테론군 0.012mm/year; 95% CI, -0.003 to 0.003, P=0.89), 관상동맥석회화 점수 또한 유사했다(각각 -41.4Au/year, 31.4Au/year, -45.7 to 24.2; P= 0.54).

게다가 테스토스테론 수치 변화는 IMT 변화와 관상동맥석회화 점수와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결론으로 그동안 문제됐던 테스토스테론과 심혈관 사건이 일단락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3월 미FDA가 여러 연구를 근거로 테스토스테론이 심장발작과 뇌졸중 발생 위험이 있다며 라벨 변경을 지시한 사건이 있었다.

근거는 다양했다. 미국보훈처(Veterans Affairs)에 등록된 환자들을 관찰 분석한 결과 관상동맥 조영술과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시행받은 이들은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에 비해 사망, 심근경색 또는 허혈성 뇌졸중의 발생이 29% 증가했다. 이 외 다른 연구에서도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받은 남성들은 투약시작 3개월 후 심근경색 발생 위험은 36%까지 올라갔다.

특히 미국국립보건원(NIH) 지원으로 실시된 TOM 연구결과 65세 이상에서 심근경색 발생위험은 테스토스테론 치료 90일을 기점으로 2배 이상 높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 의사들이 같은 해 4월에 미국심장학회(ACC 2015)에서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두 건의 연구결과를 대대적으로 발표해 진화에 나섰고, 이번 RCT 연구까지 나오면서 심혈관 위험성 논란이 중화된 셈이다.

건국의대 권혁중 교수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반적인 심혈관 사건(MACE)이 아닌 관상동맥 위험 척도와 혈관 석회화 점수를 본 것"이라며 "그럼에도 다른 지질, 혈압, 혈당 등의 요소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는 심혈관 위험 논란이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발기능•삶의 질 개선 없어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번 RCT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의 주요 투여 목적인 성기능 개선이나 건강과 관련된 삶의 질도 평가했는데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온 것이다. 즉 혈관 위험도 증가시키지 않았고 더불어 성기능도 개선시키지 못한 것이다.

성기능 평가척도인 국제 발기력지수(IIEF)를 통해 분석한 결과 발기능, 오르가즘 기능, 성욕 등 전반적인 만족도 면에서 모두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다.

그 외 호르몬 투여 시 흔하게 나타나는 헤모글로빈과 전립선특이항원 수치가 유의하게 증가한 것 외에 혈당, 지질(총 콜레스테롤, HDL, LDL, 중성지방) 등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만 보면 테스토스테론의 효과 논란도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혜택 환자군 범위 찾는 연구 필요”

권 교수는 "테스토스테론이 낮은 또는 낮은 정상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성기능 개선을 입증하지 못한 메타분석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다"면서 "이번 연구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애매모호한 남성에는 성기능 개선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역으로 "호르몬 수치가 좀 더 많이 떨어져 있는 남성에 대해서는 성기능 및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연구를 통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심혈관 논란에 대한 결론과 더불어 어떤 남성에서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했을 때 가장 좋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찾아야 하는 숙제를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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