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가 남성에서의 테스토스테론 치료와 심혈관 위험도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특히 이번 성명서는 지난 3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발표한 안전성 서한과 방향성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FDA는 남성에서의 테스토스테론 치료 적응증을 엄격하게 강조하며 잠재적인 심혈관사건 위험도를 강조했지만, AACE는 적응증에서 명시하는 기저질환보다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 환자에서의 폭넓은 적용 가능성을 제언하고 있다.

잠재적 심혈관사건 위험 강조한 FDA
지난 3월 FDA 안전성 서한의 주된 내용은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에서 잠재적인 심혈관사건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FDA의 일관된 기조다. 지난해에는 승인받은 테스토스테론 제제를 투여받은 남성에서 잠재적인 뇌졸중, 심장발작, 사망 위험도 증가가 보고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 FDA 자문위원회는 고령 남성의 성선기능저하증 완화를 위한 테스토스테론 사용률 감소를 위해 제제의 안전성 라벨을 변경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이번 안전성 서한에서도 FDA는 테스토스테론 제제는 고환 장애, 뇌하수체 장애, 성선기능저하증 유발 뇌장애 등으로 인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감소된 환자에게만 투여할 수 있도록 승인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FDA는 "임상현장에서는 테스토스테론 치료가 적응증 외 노화로 인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진 환자에게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들 환자군에 대한 효과 대비 안전성은 명확하지 않다"며 임상현장에서 잠재적인 심장발작, 뇌졸중 등 심혈관 위험도를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AACE, 테스토스테론 적으면 심혈관 위험 ↑

 

반면 AACE는 "FDA의 발표를 포함, 최근 사회적으로 남성 환자에서의 테스토스테론 치료가 심혈관 위험도를 위험을 높인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지만, 학술적인 타당성 평가는 없었다"며 근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서에서는 우선 남성의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비만, 제2형 당뇨병, 대사증후군 등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간 연관성이 견고하게 구축돼 있다고 전제했다.
전향적 관찰연구들에서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환자에서 심혈관사건 위험도가 높았고, 70세 이상 연령에서는 사망률 예측 마커로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는 것.

또 최근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모든 원인 또는 심혈관 사망과의 연관성이 보고되기도 했다. 또 "지속적으로 성선기능저하증 남성환자에서 테스토스테론 대체치료(TRT)가 인슐린 저항성, 허리둘레, 지방량 등 심혈관 위험인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TRT 치료에 무게를 실었다.

그런 한편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관리해야 하는 위험인자보다 질환에 대한 마커로 역할이 국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고,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위약군 임상시험에서는 혈당 개선을 보이지 못했다며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와 함께 테스토스테론의 심혈관 위험도 증가를 지적한 연구들이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지 못했고 다수의 연구들은 디자인에 결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심혈관사건 종료점에 말초혈관 부종, 고혈압, 심계항진 등 실제 임상적 유의성이 명확하지 않은 평가기준을 적용했고, 심혈관질환이 주요 종료점인 연구도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테스토스테론 치료와 심혈관질환 위험도 증가 간 연관성을 제시한 회귀 분석 연구도 설계측면에서 베이스라인의 테스토스테론의 보정, 평균 1년의 충분하지 않은 추적관찰기간 등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적용 가능 환자 범위 확대해야"
AACE는 FDA가 안전성 서한을 통해 강조한 내용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큰 틀에서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환자에서 치료를 고려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이에 성명서에서는 오전 10시 이전에 2회 이상 측정했을 때 총 테스토스테론 또는 유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증상성 남성 환자에게 TRT를 고려할 것을 강조했다. 즉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저하된 기저원인보다 환자의 전조 및 증상,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따라 치료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한 것이다.

이에 대해 AACE는 "남성에서 30세 이후부터 테스토스테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제하며, "고령과 관련된 테스토스테론 감소가 비만, 제2형 당뇨병, 만성 신장질환, 기타 만성질환 등의 동반질환과 연관성을 보인다. 하지만 이 질환들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모든 연령대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가적으로 AACE는 성명서를 통해 "테스토스테론 감소는 황체형성 호르몬의 증가와 동반되는 경우가 있지만, FDA 안전성 서한에서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고, 현재 장기간 치료를 받는 고령 환자나 삶의 질 개선을 경험한 고령 환자가 TRT를 중단해야 할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며 추가적인 논의의 필요성에도 신경을 썼다.

한편 유럽의약국청(EMA)은 지난해 11월 테스토스테론 제제와 심질환 위혐도에 대해 근거들이 일관된 결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정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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