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동네의원 카드수수료율 대형병원의 1.7배...'진료수가' 발 묶여 가격조절도 불가능

# 이비인후과 의원을 운영 중인 개원의 A씨와 대형병원을 운영 중인 병원장 B씨. 이들이 각각 이비인후과 수술 시 사용되는 치료재료 '메로셀'을 300개씩 구입해 사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재료 구입에 소요된 비용은 각각 336만원으로 같다. 그러나 시술 후 회수된 재료대를 따져 보니 A씨에게는 원가보다 10만원 적은 326만원이, B씨에게는 6만원 적은 330만원의 돈이 남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여기에 한 가지 상황 설명을 더해보자. A의원과 B병원에서 시술받은 환자들은 모두 재료대를 포함한 진료비용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동네의원인 A의원에 적용된 카드 수수료율은 2.7%, 대형병원에 속하는 B병원에 적용된 수수료율은 1.5%였다. 동네의원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국회가 다시 한 번 '멍석'을 깔았는데,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1500원 진료비도 카드로…수수료 부담 급증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는 개원가 숙원사업 중 하나다. 신용카드 사용 증가와 더불어 실제 동네의원에서도 진료비를 카드로 결제하는 사례가 크게 늘면서, 의원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어서다.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에 적용되고 있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평균 2.32%. 가맹점별 수수료는 최대 2.7%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동네의원 진료비 카드 결제율은 98%에 육박한다. 절대 다수의 환자가 5000원 미만 소액결제를 포함해 진료비 대부분을 신용카드 결제방식으로 지불하고 있다는 얘기다.개원가 한 관계자는 "카드 이용이 활발해지다 보니 대부분의 환자가 1500원, 3000원 내외의 본인부담금까지 신용카드로 결제한다"며 "이로 인한 의료기관들의 부담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실제 의원급 의료기관에 적용되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2.7%로 가정했을 때, 감기환자 한 명당 110원(초진 기준, 본인부담금 4200원), 노인환자 한 명당 40.5원(정액제 기준, 본인부담 1500원 기준) 정도가 카드 수수료로 빠져나간다.총 진료비 매출이 한 달에 3000만원이고, 진료비 카드 결제율이 98%라면, 해당 의원에서 지불되는 신용카드 수수료는 월 81만원, 한 해 972만원에 달한다.좀 더 범위를 확대해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에 같은 공식을 대입해 보면, 지난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총 진료비 매출액인 11조 3000억원 가운데 2990억원이 카드 수수료로 지불됐다는 계산이 나온다.영세·중소사업장 수수료 우대, 동네의원엔 그림의 떡동네의원의 카드 수수료는 같은 의료업종 가운데서도 높은 편이다.신용카드사들은 연 매출을 기준으로 각 가맹점별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한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매출 규모가 큰 대형병원은 적게는 1.5~2%, 병원급은 2.2% 정도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는 일반사업장도 마찬가지로, 대형마트의 카드 수수료율은 일반 슈퍼마켓에 비해 크게 낮다. 규모의 경제를 감안한 논리다.정부도 영세-중소사업장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높다고 판단, 이들에 대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혜택을 받는 동네의원은 많지 않다.의료업종 가운데는 영세-중소사업장에 속하지만, 일반사업장에 비해서는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 보니 대부분의 의원이 우대 수수료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탓이다.현행 여신전문금융법은 매출액이 2억원 이하인 사업장은 '영세사업자'로 구분해 1.5%의 우대 수수료율을, 매출액 2억원 초과~3억원 미만인 사업장은 '중소가맹점'으로 구분해 2%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의료기관은 치료재료나 약품구입에 소용되는 비용이 커, 매출이 실제 수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잡히다 보니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에 들기가 쉽지 않다.이비인후과의사회 관계자는 "의료업종 가운데서도 의원만 차별적인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며 "정부는 매출이 높다는 이유로 우대 수수료율 적용을 거부하고, 카드사는 매출이 적다는 이유로 수수료율 인하가 불가능하다고 버티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수가로 통제되는 진료비...수수료 부담되도 못 올려

일반사업장이라면 재화의 가격을 올려 수수료 부담을 더는 자구책을 쓸 수 있겠지만, 의료업종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정부로부터 '수가'로 가격통제를 받는 구조다 보니, 스스로 가격조절을 할 수 없는 까닭이다.

개원가는 의료업종의 특성을 반영해 우대 수수료율 기준을 달리 적용하거나, 의료업종 자체를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으로 삼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과 개원가 관계자는 "일반사업장은 카드 수수료를 물건이나 음식에 값에 반영하는 방법으로 비용의 일부나 전부를 보전할 수 있으나, 의료서비스는 대부분 정부로부터 가격통제를 받는 상황"이라며 "수수료 부담을 고스란히 해당 기관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비인후과 개원가 관계자는 "치료재료와 백신비용의 경우 정부가 정한 가격에 물건을 가져다, 마진 없이 환자에게 시술하는 것뿐인데도 그에 따른 수수료까지 의료기관이 모두 짊어져야 한다"며 "의료업종의 특성을 반영해, 수수료율 적용방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이 납부한 건강보험료가 신용카드사의 '과도한' 이익으로 귀속되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논리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은 "보건의료 서비스는 국민건강과 생명의 보호라는 공공적 성격이 강한 공익 사업이고, 타업종과 달리 서비스의 가격을 통제받고 있다"며 "여기에 과도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까지 부담하고 있어 경영 악화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건강보험 요양기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국민이 납부한 건강보험료에서 지급받고 있는 만큼, 과도한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가 산정될 경우 건강보험료의 일부가 요양기관을 통해 신용카드사의 이익으로 귀속되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수수료 인하 최적의 타이밍", 이번엔 잘 될까?

이와 관련 최근 국회에서 동네의원을 포함한 영세-중소사업장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개원가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된 동네의원 카드수수료 인하 법안(여신전문금융법 개정안)은 모두 6건.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매출액에 관계없이 우대 수수료를 적용하게 하거나,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넓혀 동네의원들도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는 방안, 신용카드 수수료율의 법정 최고한도를 2%로 아예 제한하는 방안 등이 제안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이다. 이 의원의 법안은 의료업의 특성을 반영해,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매출액과 관계없이 중소가맹점에 준하는 1.5%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소액결제 수수료를 아예 없애자는 제안도 나왔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1만원 이하의 소액카드 결제에 대해서는 중소신용카드가맹점의 가맹점 수수료를 면제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둔 상태다.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늘리고, 수수료율 부담은 더 낮추는 김기준 의원의 법안도 주목을 끌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영세사업자의 범위를 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 범위를 매출 5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한편, 각각에 적용하는 우대수수료율 또한 현재보다 0.5%씩 낮아진 1%, 1.5%로 인하하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기준 의원은 "카드수수료 인하는 소상공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사안이며, 9월 정기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킬 최적의 타이밍"이라며 "최선을 다해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의료계도 힘을 보탠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의료행위의 공공성과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수수료 체계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민의 의료복지를 지키려면 수수료율 인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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