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한덕종 교수팀, 췌장이식 300례 첫 달성

▲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췌장이식팀 한덕종 교수(아래 왼쪽에서 두번째)는 7월 15일 제1형 당뇨병 환자인 민씨(아래 왼쪽에서 세번째)에게 뇌사자의 췌장을 이식한 후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국내 첫 췌장이식 300례를 자축했다.

당뇨병 환자에게 완치 희망을 선사하는 췌장이식수술이 단일기관에서만 300건을 채우며 효과와 안정성을 입증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췌장이식팀(한덕종·김영훈 교수)은 지난 7월 15일 제1형 당뇨병 환자인 민씨(남성·24세)에게 뇌사자의 췌장을 이식한 후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국내 첫 췌장이식 300례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시행된 전체 췌장이식 450여 건 중 약 66%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진 셈이다.

 

이식 후 환자 생존율 98%…세계 유수기관과 대등

▲ 300번째 췌장이식 환자 민씨에게 췌장이식수술을 시행 중인 모습

췌장이식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안 되거나 분비된 인슐린이 체내에서 적절히 작용하지 못해 심각한 합병증을 보이는 당뇨병 환자에서 정상 장기를 대체해, 인슐린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 치료법으로 꼽힌다.

1992년 시행 초기만 하더라도 뇌사자 기증의 절대적 부족 및 이식 후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지난 23년 간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한 끝에 삶의 질은 물론 장기생존을 보장하는 경지에 이르게 됐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췌장이식을 받았던 300명 환자의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년 생존율은 98%, 10년 생존율은 95.1%로 나타났다. 이는 췌장이식수술의 메카로 불리며 2천례 이상 세계 최다건수를 자랑하는 미네소타대학병원의 환자 생존율 97%(1년)를 넘어서는 기록이다.

이식 후 더 이상 인슐린 치료가 필요 없는 하는 이식편 췌장 생존율은 93.8%(1년)로, 당뇨병 환자 10명 중 9명이 수술 직후부터 인슐린 주사를 끊고 합병증 진행도 사라져 당뇨병이 완치됐음을 시사했다.

1992년 7월 신부전증을 수반한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신장과 췌장 동시이식을 처음 시행했던 한덕종 교수팀은 2005년 살아있는 사람의 췌장 일부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으며, 2012년에는 혈액형이 맞지 않는 기증자의 췌장을 이식해 ABO 혈액형 부적합 췌장이식도 가능케 하는 기록을 세웠다.


수술건수 꾸준한 증가세로 연간 40건 육박

2005년까지 매년 한 자리 수에 그치던 췌장이식 시행건수는 2006년 23건을 기점으로 매년 두 자리 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2013, 2014년에는 가장 많은 38건이 시행됐으며 올해는 7월까지만도 33건을 기록해 예년의 속도를 훌쩍 뛰어넘었다.

300례의 췌장이식 환자 유형 분석에 따르면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제1형 당뇨병 환자가 223명, 체질량지수(BMI)는 정상이면서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가 77명을 차지했다.

이식형태 유형에서는 췌장 단독으로 이식을 받은 환자가 103명, 당뇨 합병증으로 신부전이 동반돼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 받은 환자가 159명, 먼저 신장이식을 받고 일정시간이 경과된 후 췌장이식을 받은 환자가 38명으로 확인됐다.

즉 조기 췌장이식을 받지 못해 췌장과 더불어 신장이식까지 받아야 했던 환자가 전체 300명 중 절반이 넘는 197명(65.6%)에 달한다.

또한 전체 300명 가운데 뇌사자의 췌장을 이식받은 경우가 280건, 생체이식을 받은 경우는 20건으로 간, 신장 등 생체이식 비율이 70%가 넘는 다른 장기보다 생체기증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덕종 교수는 "1992년 첫 시행됐던 국내 췌장이식수술 능력은 세계의 어느 병원과 비교해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는 만큼 발전해 왔다"면서 "이번 300례 달성이 국내 췌장이식수술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영훈 교수는 "췌장이식은 당뇨병 약물이나 인슐린 주사와는 달리 당뇨병 완치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당뇨병이 지속될수록 다양한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져 환자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 초기 췌장이식수술을 통해 합병증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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