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률 90% 육박…조기이식으로 합병증↓, 삶의 질·생존율↑

▲ 서울아산병원 한덕종 교수(오른쪽)가 2005년 12월 국내 최초 생체 췌장이식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모습

평생 약물을 복용하거나 인슐린을 투여받으며 만성신부전, 당뇨발, 실명과 같은 합병증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던 당뇨병 환자들에게 췌장이식수술을 통한 완치의 희망이 보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한덕종 교수는 "최근 이식수술의 기술 및 면역억제제가 발전하고 수술 후 관리 경험이 쌓이면서 췌장이식 성공률이 크게 향상됐다"며 "기존 인슐린 주사나 경구용 혈당강하제와는 다르게 췌장이식이 당뇨병 완치의 길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한덕종 교수팀, 23년간 271례 국내 최다기록

▲ 한덕종 교수

한 교수팀은 지난 1992년 국내 최초로 췌장이식을 도입한 이래 최근까지 인슐린 치료로 혈당조절 효과가 충분치 않거나 만성 신부전증 등 심각한 당뇨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 271명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이식수술을 시행해 왔다.

그 결과 이식받은 췌장의 인슐린분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이식편 췌장의 1년 생존율이 87%로, 수술을 받은 당뇨병 환자 10명 중 9명이 이식 직후부터 인슐린 주사를 끊었고 관련 합병증의 진행도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식 후 생존율도 95.7%(1년), 91.2%(5년), 89.3%(10년)로 확인돼 당뇨병 환자에서 삶의 질과 장기생존을 보장하는 근본 치료법으로서 가능성을 입증받았다.

환자유형 분석에 따르면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제1형 당뇨병 환자가 202명,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이면서 인슐린저항성으로 인해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는 69명이었다.

이식형태 유형에서는 췌장 단독으로 이식을 받은 환자가 90명, 당뇨병 합병증으로 신부전이 발생해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받은 환자가 146명, 신장이식을 먼저 받고 일정시간 경과 후 췌장이식을 받은 환자가 35명으로 파악됐다.

췌장이식의 지연으로 만성 신부전 등의 합병증 발생해 췌장과 더불어 신장까지 이식해야 했던 환자가 전체 271명 중 66.7%(181명)에 달한 셈이다.

국내 치료성적은 세계적 수준 but, 기증률·인식 극복 과제

인슐린 치료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1966년 미네소타대학에서 처음 시도됐던 췌장이식수술은 오늘날 전 세계적 300여 곳 이상의 이식센터에서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7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신부전증을 수반한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신장과 동시이식을 시행했던 게 최초인데, 기증자수의 절대적 부족과 낮은 성공률, 이식 후 관리의 어려움 등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난 23년 간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해 왔다.

▲ 표. 서울아산병원 췌장이식 생존율 분석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2005년까지만 해도 매년 시행건수가 한 자리 수에 그쳤던 데 반해 23건이 시행됐던 2006년 이후로는 매년 두 자리 수를 기록하며 9년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 2013년과 2014년에는 연달아 38건이 시행됐다.

이식 시행률이 본격적으로 늘면서 치료 효과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는데, 2006년 이후 이식편 췌장 생존율 96.7%(1년)와 87.3%(5년), 환자 생존율 97.9%(1년), 95.0%(5년)라는 기록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췌장이식의 메카로 불리며 2천례 이상의 세계 최다 췌장이식 기록을 자랑하는 미네소타대학병원의 97%(1년)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한 교수는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수록 망막질환, 말초혈관질환 등 관련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져 환자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면서 "인슐린 치료가 어려운 당뇨병 환자들에게 초기에 췌장이식수술을 시행하면 신장이식을 포함한 다양한 합병증을 예방하고 환자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식수술은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등 계속적인 관찰과 관리가 요구되지만 최근 면역억제제의 개선 및 병합요법에 따라 수술 후 환자들이 겪는 문제점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며, 당뇨병이나 인슐린 치료에 따른 고통보다 나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국내 췌장이식센터의 우수한 실력에도 2014년 12월 기준 시행건수가 374례에 그치는 등 아직까지 당뇨병 환자에 대한 췌장이식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며, "뇌사 기증자의 절대적인 부족과 췌장이식에 관한 낮은 인식 등 원인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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