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나트륨, 많아도 탈 적어도 탈

▲ 소금 이미지 컷 김수지 기자
일반적으로 과도한 소금 섭취는 심혈관 질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고혈압이 해당된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게 되 혈압이 상승하는데 혈액 내 나트륨 비중이 증가하고 삼투압 원리로 체내 수분이 혈관 속으로 이동하면서 결국 혈압이 증가하거나 또는 나트륨에 대한 호르몬계의 반응이 변화돼 혈압이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짜게 먹지 말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문에 많은 의사가 소금 섭취량을 줄이거나 저염식을 권장하고 있다. 정부도 나트륨을 줄이자는 공익캠페인을 진행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소금 섭취량이 적어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다소 혼란스럽다.

지난 2011년 미국의사협회가 발간하는 학술지인 JAMA와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 중 하나로 꼽히는 NEJM이 낮은 소금 섭취의 유해성을 입증한 논문을 실으면서 촉발됐다. 과도한 소금 섭취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너무 낮아도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에 대해 한계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내 최초로 소금과 심혈관 연관성을 연구해온 동국의대 이무용 교수(심장혈관센터장/임상시험센터장)도 최근 대한순환기학회지에 논문을 내고 이들 연구에서 사용된 측정법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에서 영국의 Professor Francesco Cappuccio (University of Warwick, Warwick Medical School, United Kingdom)는 유수의 저널에 실린 해당논문의 여러가지 오류를 지적하면서 그 연구의 결과가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발표한 적도 있다. 그리고 메디칼 전문지에서는 그 연구의 책임저자인 캐나다의 Salim Usulf교수가 많은 식품회사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연구의 신뢰성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했다.

본지는 논란이 되는 논문을 다시 돌아보며 이를 계기로 소금과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을 짚어보고, 가장 합리적인 임상 권고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80년대 INTERSALT 연구 후 '나트륨 주의보'

소금과 심혈관질환 발생과의 연관성을 입증한 대표적 연구는 바로 INTERSALT다. 이 연구는 전 세계 단면연구로서 소금 섭취가 많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결과는 지난 1988년 BMJ에 실렸고 이후로 소금의 과량 섭취는 체내 유해하고 나아가 심혈관질환인 고혈압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핀란드에서는 과도한 소금 섭취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하여 1970년대부터 전국적으로 생활습관 개선 사업을 시작하여 2000년대에 들어서 소금섭취 감소의 효과로 관상동맥 질환과 뇌졸중에 의한 사망이 뚜렷하게 감소되었다.

또한 소금 섭취와 심혈관질환의 관련성을 연구하게 된 단초가 됐다. 이후 관련 연구가 잇따라 나왔고, 결국 과도한 소금섭취는 심혈관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범(?)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연구에서 나온 근거를 토대로 세계보건기구(WHO)도 하루 권장 나트륨 섭취량을 일일 2000mg 이하로 제시했다. 소금으로 환산하면 5~6g 정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어떠한 RCT(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연구)에서도 소금과 심혈관 위험 증가의 관련성을 입증한 연구는 없다. 또 소금의 적정 용량이 연구된 바도 없다.

다만 체내 나트륨이 많을 때 혈압이 올라가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1982년 RCT 연구를 통해 소금섭취를 줄였을 때 수축기혈압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가 나왔고 당해 Lancet에 실리면서 주목받았다.

당시 영국 런던의대 MacGregor GA 박사는 하루에 복용하는 소금 섭취량을 절반으로 줄이면(162±9mmol/day에서 86±9mmol/day) 수축기혈압이 7.1mmHg가량 떨어진다고 보고했다. 이후 BMJ, JAMA, 미고혈압학회지에 무작위연구, 메타분석, 코크란 분석 등 관련 연구가 쏟아져 나오면서 MacGregor 박사의 연구를 뒷받침했다.

2012년 미국고혈압학회 저널 Am J Hypertens 2012;25:1-15에는 저염식과 고염식을 했을 때 혈압, 레닌, 알도스테론,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고한 코크란 분석 결과가 실렸는데 여기서도 소금 섭취를 줄이면 혈압을 낮출 수 있음이 확인됐다.

이듬해 BMJ에 실린 코크란 체계적 고찰과 여러 개의 무작위 연구를 메타분석한 연구에서도 낮은 소금 섭취(75mmol/day)는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을 각각 4.18mmHg과 2.06mmHg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왔다(BMJ 2013;346:f1325).

그 외에도 TOHP I과 TOHP II 연구에서는 장기적으로 저염식을 했을 때 심혈관질환을 25%가량 낮추는 것으로 나와 예방 측면에서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BMJ 2007; 334:885-8).

이러한 연구가 나온 이후에도 수많은 연구가 발표됐으며, 그에 따라 소금과 고혈압과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학자는 없다. 나아가 고혈압은 심혈관질환 유발 위험인자인 만큼 과도한 소금 섭취는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도 할 수 있다. 하지만 RCT가 없어 어느 정도가 적정하거나 유해한 양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동국의대 이무용 교수는 "소금과 심혈관질환에 대한 상관성을 밝히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면서 "또한 일상생활에서의 소금섭취량을 정확히 계산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뜻밖의 반론 "소금 너무 적게 먹어도 심혈관 위험"

이러한 한계 때문에 소금의 유해성 논란은 관련 연구가 나올 때마다 학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지난 2011년 JAMA에는 지금까지 나왔던 결과와 정반대인 결과가 실리면서 논란의 불씨가 됐다.

캐나다 맥마스터의대 O'Donnell MJ 교수는 ARB 치료제인 텔미사르탄 랜드마크 연구로 평가받는 ONTARGET 연구와 TRANSCEND 연구에 참여한 환자를 토대로 소금 섭취량과 심혈관사건 연관성을 관찰했는데 소금 섭취가 적은 군에서도 심혈관사건 발생률이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연구 결과, 하루에 소금을 7~8g 복용하는 군은 4.0~5.99g을 복용하는 군과 비교해 심혈관 사망률이 53% 더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심근경색증, 뇌졸중,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도 48%에서 51%가량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소금을 적게 복용하는 군에서도 심혈관 질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루에 소금을 2.0~2.99g을 복용한 군은 4.0~5.99g을 복용하는 군 대비 심혈관 사망률이 19% 증가했고, 섭취량을 2.0g 미만으로 더 낮추면 사망률이 37%까지 늘어났다. 또 심부전으로 인한 위험도 23% 더 높았다.

이러한 결론을 토대로 O'Donnell 교수는 과량의 소금 섭취도 안 좋지만 너무 적어도 심혈관질환이 증가할 수 있다며 적정복용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같은 결과가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역학 코호트 연구인 PURE 연구에서도 밝혀지자 학계는 혼란에 빠졌다.

특히 이전 연구에서 나트륨 민감성이 있는 사람들에서 심혈관 질환의 발생이 높은 것은,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소금섭취 감소를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 연구는 무려 15만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적정 소금 섭취량을 찾기 위해 진행됐는데, 하루에 소금을 7g 이상 복용한 군은 표준치로 설정한 4.0~5.99g 복용군보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15% 더 높았다. 또한 하루 소금 섭취량이 3g 이하인 군도 심혈관 사건이 27% 더 높게 나타났다.

이 외에도 유사한 결과는 많다. 루벤의대 Stolarz-Skrzypek K 박사가 3681명을 평균 7.9년간 관찰한 연구가 2011년 JAMA에 실렸는데 소금 섭취를 낮음, 중간, 높음으로 평가했을 때 각각의 사망률은 4.1%, 1.9%. 0.8%로 나타나 오히려 섭취량이 낮을수록 사망률이 증가했다. 그러면서도 고혈압 발생률은 27%, 26.6%, 25.4%로 큰 차이가 없었다(JAMA 2011;305:1777-85).

그는 "소금 섭취가 고혈압 또는 심혈관질환 합병증 위험을 높이지 않았으며 나아가 소금 과소섭취는 오히려 심혈관 사망률과 연관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연구대상·섭취량 측정방법 오류 지적

너무 극단적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일까? 이러한 최신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기 보다는 연구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생겨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논란거리는 소금 섭취량 측정 방식이다.

소금 섭취 조사는 설문조사를 하거나 24시간 동안 또는 특정 시간대에 소변을 받아 이를 토대로 소금 섭취량을 계산하는 방법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모두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통일된 기준이 아닌 바에는 연구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설문조사를 통해 소금 섭취량을 계산하는 방법은 대규모 연구를 할 때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확한 복용량을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루종일 복용한 음식 종류와 양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할 경우가 많아 여러가지 오류가 나타날 가능성이 혼재한다.

그리고 식생활의 특성이 서로 다른 나라간에 호환되는 섭취량 조사 방법이 없어 각 나라간에 비교가 어려운 단점을 가지고 있다. 특정 시점의 오줌으로 평가하는 단회뇨를 사용한 소금 섭취 측정은 일반적으로 회귀식을 사용하여 통계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계산된 값이 중앙값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있으며, 양극단으로 갔을 때 과측정 또는 저측정하는 경향성에 의하여 오차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4시간 측정방식은 문화나 식습관을 보정할 수 있다. 다만 양을 모으는 것이 불편하고, 신기능이나 다른 물리적 환경에 의존적이라는 단점도 있다.

이무용 교수는 "소금 섭취량을 측정하는 방식이 여러가지이고, 각각의 연구마다 서로 다른 방식을 사용했다"며 "이러한 측정방식이 통일되지 않으면 연구마다 오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대부분 대상자의 실체 섭취량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JAMA와 NEJM에서 O'Donnell 박사가 주도한 연구에서는 베이스라인 시점에서의 소금 섭취량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따라서 한 번의 조사를 기준으로 해당 만큼의 소금을 10년간 장기간 복용한다는 가정 하에 이뤄졌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사람들의 행동 패턴 변화를 무시한 연구라는 점을 지적하며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유럽심장학회에서는 이러한 단순한 관찰연구를 분석한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단회뇨를 사용한 소급섭취량의 측정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전문 의학 잡지에서는 저자들이 식품회사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있다는 비판을 했다.

이 교수는 "사람(또는 환자)이 건강이 나빠지면 좋아지게 만들기 위해 생활습관이 변하는데 이런 변화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O'Donnell 박사의 연구는 문제가 있다"면서 "특히 베이스라인 시점에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아예 소급 섭취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점도 전혀 보정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소금 섭취 측정방식이 제각각인 여러 개의 코호트를 서로 혼합해 사용했다는 문제도 있다.

영양학적 측면에서 소금을 연구해 온 보건산업진흥원 김초일 박사는 "치료약이 아닌 식품 연구는 개인별 컨트롤이 어렵기 때문에 어떤 분석에서 나온 결과 또는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더군다나 이번 연구는 모두 분석연구라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Stolarz-Skrzypek K 박사의 연구는 서로 연구 집단의 특성이 확연히 다른 두 개의 코호트를 서로 혼합해 분석하였다는 문제도 있다.

이무용 교수는 "INTERSALT 연구가 단면 연구라는 한계가 있지만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가 신뢰하는 이유는 각 나라의 인구특성에 따라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관찰했다는 점 때문"이라면서 "최근 나온 ONTARGET이나 TRANSCEND, PURE 등에서 나온 결과처럼 소금 섭취가 낮아도 심혈관질환이 증가된다는 주장을 하려면 소금 섭취에 의한 혈압의 상승이 와 심혈관위험에 상관관계가 없다는(즉, 과도한 소급섭취에 의한 혈압상승은 위험하지 않은 고혈압이다라고 주장해야 한다) 전제를 깔아야 하는데 막상 소금 섭취 줄여서 혈압이 떨어졌을 때 이것이 심혈관 질환과 아무 연관성이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연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소금과 심혈관 위험성을 연구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분석 연구 나름의 가치는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결론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검증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한국인에 적용에서 고려할 점은 나트륨 민감성이다. 나트륨 민감성이란 동일한 양의 소금을 먹었지만 체내 소금 반응률이 높게 나타나는 군을 말한다.

2011년 JKMS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나트륨 민감성 비율 고혈압이 있는 군의 경우 27.7% 수준이다. 이중 고혈압이 있는 군의 경우 51.6%로 2명 중 1명은 나트룸 민감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고혈압이 없는 경우 17.6%로 10명 중 2명은 나트품 민감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J Korean Med Sci 2011; 26: 1061-1067).

특히 이전 연구에서 나트륨 민감성이 있는 사람들에서 심혈관 질환의 발생이 높은 것은,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소금섭취 감소를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따라서 이러한 환자들에 대한 연구도 필요한 상황이다.

엇갈린 연구 결과…임상권고는?

▲ 소금의 적정 권고량은 5~6그람, 나트륨으로 환산하면 2000mg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와 각종 고혈압학회가 권장하는 기준이다.
결국 좋다는 연구와 나쁘다는 연구가 혼재돼 있는 상황에서 임상의들만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소금섭취는 어떻게 권장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이무용 교수는 "환자들이 먹는 소금 섭취량을 일일이 개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대부분 짜게 먹지 말라고 말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선호음식의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방법을 권고하고 있다. 그는 "환자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것을 물어본 후 나트륨 섭취량이 많은지 적은지를 보고 적절히 권고하는 게 가장 효과가 좋다"고 강조했다.

김초일 박사는 "임상현장에서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소금 섭취량에 대해 권고하는 것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특정 짠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총량을 따져 섭취하라고 권고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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