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소금 섭취 권장량 첫 제시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처음으로 소금(sodium) 섭취 권장량을 제시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심장질환,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 근거다.

그간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서는 꾸준히 저염식을 강조하면서 '소금과의 전쟁'을 이끌었는데, 여기에 FDA가 소금 섭취 권장량을 제시하면서 동참한 것이다.

특히 식품업계에 대한 경고가 주목된다. FDA는 식품 제조사, 식당 등 식품업계에서 소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소금 함유량을 줄일 것을 강조했다. 이는 대부분 미국인이 소금을 적게 먹으려고 노력하지만, 소금 섭취량의 최소 70% 이상을 식당이나 가게에서 판매하는 음식으로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제빵, 수프, 가공육 등 약 150개 식품에 대해 자발적으로 소금 함유량을 낮출 것을 강조했다. 해당 식품은 소비자가 주로 선호하면서 소금 함유량이 높은 음식이다.

또 단기간, 장기간으로 나눠 각각 목표 소금 섭취량을 설정했다. 현재 미국에서 평균 소금 섭취량은 1일 3400mg으로, 2년 내에 1일 3000mg 이하로 줄이고, 10년 내에 1일 2300mg까지 낮추겠다고 제시했다. 다시 말해 식품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소금 함유량을 조금씩 낮추도록 유도함으로써 소금 섭취량을 건강한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목표다.

가이드라인에 대해 Robert Califf 장관은 "음식마다 소금 함유량이 다를 뿐만 아니라 음식에서 소금의 기능도 다르기 때문에 갑자기 소금양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가이드라인 발표로 식품업계와 소금 함유량 조절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미국심장협회(AHA) Nancy Brown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소금 섭취량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은 기업에 음식을 개선할 시간을 주면서 소비자는 음식 맛에 적응하고 음식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신체가 변하는 시간을 줄 수 있다"며 FDA 발표를 지지했다.

미국 보건복지부(HSS) Sylvia Burwell 장관은 "많은 미국인이 소금을 적게 먹으려고 노력하지만, 식당과 상점에서 판매하는 대부분 음식에 소금이 많이 함유돼 조절이 어렵다"고 현실을 지적하며 "가이드라인은 소비자가 음식에 함유된 소금양을 조절하면서 음식을 섭취해 건강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염식,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 높이는 근거는?

FDA는 소금을 많이 먹으면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이 높아져 결국 사망에 이른다며 소금 섭취량을 낮춰야 건강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많은 연구에 따르면, 소금을 많이 먹으면 수분 유지에 문제가 생기면서 체내 시스템 균형이 무너져 심장과 혈관에 무리한 부담이 생겼다. 또 일부는 혈압이 높아져 심장질환 또는 뇌졸중이 발생했다. 이를 확인한 몇 가지 연구를 살펴봤다.

저염식과 고염식을 비교한 2012년 코크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저염식을 한 정상혈압군에서는 혈압이 1% 낮아졌고, 특히 고혈압군에서는 3.5% 감소했다. 대상군 중 아시아인에서만 비교해도 저염식을 한 고혈압군에서 혈압 감소가 뚜렷했다. 수축기 혈압은 10.21mmHg 낮았고(P=0.003), 이완기 혈압은 2.60mmHg 낮아(P=0.0004), 고혈압 유병률이 높은 한국인에서 저염식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됐다. 정상혈압군에서도 혈압이 감소했지만 고혈압군에 비해 확연하진 않았다(각각 -1.27mmHg, -1.68mmHg)(Am J Hypertens 2012;25:1~15).

이듬해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성인뿐만 아니라 소아·청소년에서도 저염식 효과가 확인됐다. 저염식을 하는 성인에서 수축기 혈압이 3.39mmHg, 이완기 혈압이 1.54mmHg 낮아졌다. 뿐만 아니라 혈액 지질, 카테콜아민(catecholamine) 수치, 신기능에도 이상반응이 없었고(근거수준: 높음), 뇌졸중 위험과 치명적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감소했다. 저염식을 하는 소아청소년 역시 혈압이 감소했다(근거수준: 중등)(BMJ 2013;346:f1326).

TOPH(Trials of Hypertension  Prevention) I와 II 연구를 추적관찰한 결과에서도 1일 1500~2300mg 소금을 섭취하는 저염식군에서 3600~4800mg을 섭취할 때보다 심혈관계 사건 및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32% 낮았다(HR 0.68; 95% CI 0.34~1.37)(Circulation 2014;129:981~989).

이 밖에도 고염식의 위험과 저염식의 이점을 확인한 연구가 계속 발표되면서, 고염식은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주범'으로 자리 잡았다.

저염식도 위험하다? 학계는 소금 섭취량 논란 중

그러나 일각에서는 저염식의 위험을 내세우고 있다. 고염식뿐만 아니라 저염식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학계에서는 소금 섭취량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2014년에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소금을 적당히 섭취하는 경우와 비교해 고염식뿐만 아니라 저염식에서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대략 10~20% 정도 증가했다. 다변량 분석 결과에서도 저염식을 하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14% 높았다(Am J Hypertens 2014;27:1129~1137).

같은 해에 발표된 대규모 추적관찰 연구에서는 소금을 3000~5000mg으로 섭취하는 경우와 비교해 고염식과 저염식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각각 15%, 27% 높아, 고염식만큼 저염식도 건강에 좋지 않다고 나왔다(N Engl J Med 2014;371:612-623).

또 최근 발표된 연구로 저염식의 위험이 다시 주목됐다. 캐나다 맥마스터의대 Andrew Mente 교수는 "소금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하면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며 저염식의 위험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4개 대규모 전향적 연구에서 고혈압군과 정상혈압군을 대상으로 소금 섭취량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을 비교했다.

그 결과, 심혈관질환 위험은 저염식을 하는 고혈압군에서 34%, 정상 혈압군에서 26% 증가했다. 반면 고염식을 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은 이보다 낮았다. 고염식을 하는 고혈압군에서는 23% 증가했지만, 정상 혈압군에서는 증가하지 않았다(Lancet 2016 May 20. Epub ahead of print).

소금 섭취량에 대한 논란이 식지 않는 가운데, 메사추세츠의대 Mary E. Cogswell 교수는 "WHO, FDA에서 건강을 위해 소금 섭취량을 1일 최대 2300mg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저염식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면서 "연구마다 소금 섭취량을 측정하는 방법이 다양해 역설적인 결과가 발표되는 것으로 보이므로 정확하게 소금 섭취량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Cogswell 교수는 "FDA 권고처럼 소금 섭취량을 단계별로 줄이는 것은 효과적이면서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또 가이드라인 목표처럼 잘 시행된다면 소금 섭취로 인한 심장발작과 뇌졸중 위험을 예방할 수 있고, 매년 건강관리 비용에 사용되는 수십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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