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금은 사무장 몫' 의사 호소에도 헌법재판소 "명의자는 의사-면허대여 책임있다"

사무장병원 의사에게 부당이득금 징수책임을 지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환수폭탄을 맞은 의사들은 사무장병원 개설로 얻은 부당이득의 대부분이 실소유주인 사무장에게 돌아간 만큼, 단순 명의 대여자인 의사에게 부당이득금 반환의 모든 책임을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법률상 개설 명의자가 의사인데다 면허대여 등의 책임이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30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사무장병원 개설명의자인 의료인에 부당이득을 징수하도록 한 구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고용 의사들 "실질적인 이득은 사무장...자기책임 원리 등 위반"

의사인 청구인들은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사무장에게 고용돼 진료를 해오다 적발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으로부터 부당이득금 징수처분을 받았으며, 이에 불복해 징수처분 취소소송과 더불어 관련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들이 이의를 제기한 규정은 '기타(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또는 의료급여를 받은자 또는 요양기관(의료급여기관)에 대해 그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규정한 구 건보법 제 52조와 의료급여법 제 23조.

청구인들은 ▲'기타(그 밖의 부당한 방법'이라는 법 조항이 일반적·규범적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며 ▲지급된 급여비용을 사무장이 아닌 의료인에게 징수하도록 한 조항은 자기책임 원리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 사무장병원-면허대여 현행법 위반...예측 가능성 충분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이 심판을 청구한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다.

먼저 명확성의 원칙 위반 여부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들의 입법취지·체계적 구조·입법연혁·입법자의 의사를 고려할 때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받는다는 것은 급여비용의 청구원인이 되는 사실관계는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관계법령을 위반하거나 타당성을 결여해 급여비용의 지급이 부적당한데도 급여비용을 지급다는 의미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법 조항이 다소 일반적이고 포괄적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는 하나, 그 의미내용을 충분히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부당이득금 징수책임을 '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의료급여기관)'으로 적은 조항에 대해서도 "징수처분의 대상을 의료인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사무장병원인 경우 부당이득 징수의 대상이 의료인인지, 사무장인지 문제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제한되어 있고, 의료인이 사무장에게 고용되거나 면허를 대여하는 일이 엄격히 금지되며, 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은 개설자가 의료인인점을 고려할 때 징수처분의 대상을 의료인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면허대여 의사, 부당청구 외관 스스로 형성한 책임...목적-수단도 정당"

부당이득금을 사무장이 아닌 의료인에게 징수토록 한 조항이 자기책임원리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료법상 면허대여가 금지되어 있는데도 의사들이 이를 위반해 급여비용 청구의 외관을 스스로 형성한 책임이 있다"며 청구인들의 주장을 인용치 않았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 적절하다"며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의료인이 의료법상 금지된 사무장 병워에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후 급여비용을 받았다면 언젠가 이를 반환해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점, 의료법에 정한 벌금 300만원 이하의 형사처벌만으로는 동기가 되는 수익을 박탈할 수 없어 사무장병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로 작용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침해 최소성과 법익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사무장병원 부당이득금 환수조항은 지난 2013년 법 개정(문정림 의원 대표발의)을 통해 사무장-의사 연대책임을 명시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바 있다.

법 개정 이전에는 환수의 모든 책임을 개설자인 의료인이 졌으나, 법 개정으로 사무장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사무장도 부당이득금 환수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됐고, 이후 명의를 빌려준 의사와 더불어 사무장에게도 환수처분이 이뤄지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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