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2]미래의학, 어디까지 왔나

미래의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말 중 하나는 단연코 '개인에게 맞춤화된 치료법을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러한 방향을 모범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곳을 꼽으라 하면 현재까지는 IBM의 왓슨이 이상향에 가장 가까이 있어 보인다. 왓슨은 IBM이 만든 슈퍼컴퓨터로, 2011년 유명 퀴즈프로그램에서 '인간' 챔피언들을 누르고 완승을 거둬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IBM의 CEO 버지니아 로메티(Virginia Rometty)는 왓슨이 하는 일을 '인지 컴퓨팅(cognitive computing)'이라고 소개한다. <기획①> 미래 의학,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기획②> '의사'에 도전하는 슈퍼컴 '왓슨' <기획③> "미래가 원하는 의사 스펙은 공감·관찰능력" <기획④> "미래의 의사, 데이터 과학자로 거듭나야"
 

최근 IBM은 세계적인 암 연구소 10여 곳과 협력해 왓슨을 암 환자의 맞춤형 치료에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주목을 받고 있다.

매년 미국에서만 새로이 암 진단을 받는 환자가 160만 명으로, 이들 환자 대부분이 화학요법·방사능치료·수술적요법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유전자 염기서열 검사가 용이해짐에 따라 암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적 변이에 집중한 치료를 선택하는 환자 비율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만 유전자 염기서열 검사를 이용한 치료는 의료기록·논문·임상시험 정보 등과 같은 건강정보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유전정보를 분석·비교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한계가 있다. 통상 환자 1명의 유전자는 100GB 이상의 데이터에 상응한다.

▲ IBM Watson Computing System ⓒIBM

왓슨은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해 몇 분안에 데이터 분석·암 유발 변이·연관 의학문헌에 대한 종합적인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의 기대를 모았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맥도넬 게놈 연구소 루카스 와트만(Lukas Wartman) 암 유전체학 부소장은 "암을 다루는 것은 항상 경주하는 것과 같다"며 "암 염기서열 결과를 잠재적 치료법으로 해석하는 데만도 보통 수 주일이 걸린다. 전문가들이 치료 결정을 내리기 위해 환자 단 한 명의 종양을 연구하는 데만도 그렇다. 왓슨은 그런 시간을 극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IBM이 왓슨을 암 치료 연구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부터다. IBM이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SKCC)와 공동으로 왓슨을 폐암치료와 의료보험 청구에 따른 수가 지급의 결정을 돕는데 사용한 것이 그 시초.

왓슨은 폐암 치료에 있어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치료법이 무엇인지, 의료보험 분야에서는 어떤 보험수가를 지급하는 것이 좋은지를 조언하는 역할에 힘을 쏟았다.

당시 IBM측 책임자였던 마노지 삭세나(Manoj Saxena)는 "왓슨은 1500건의 폐암 사례와 200만 페이지의 연구논문·교과서·진료지침을 데이터로 사용했다. 다만 왓슨 슈퍼컴퓨터가 의사결정을 전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며, 의사나 간호사가 임상 사례별로 수천 페이지의 정보를 일일이 봐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정도의 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MSKCC가 왓슨을 활용하기 전과 후 변화가 있었을까? 2013년 미국종양학회(ASCO) 학술대회서 발표된 논문을 보면, 폐암환자에게 정확한 치료 방침을 내놓는 능력이 40%에서 77%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단계의 반복적인 학습을 거친 후 왓슨의 정확도는 90% 가까이 올라갔다.

2013년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발표 이후 미국 앰디앤더슨 암센터, 캐나다 벤쿠버 BC 암센터 등도 암 치료에 왓슨을 활용한 연구결과들을 발표했다. 이들 기관도 왓슨이 환자를 진단하는데 있어서는 어느정도 높은 점수를 줬다.

실례로 MD 앤더슨은 400여 명의 백혈병 환자 사례를 교육시킨 뒤 왓슨의 치료 방침을 평가한 결과, 부정확한 치료법을 제안한 비율은 2.9%에 불과했으며  전체 정확도가 82.6%에 달했다고 밝혔다.

과연 왓슨은 의사의 입지를 흔들만한 놀라운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는걸까? 

이에 대해 학계 전문가들은 "연구결과만으로는 왓슨이 인간 의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왓슨이 의사의 진단과 치료를 돕는 보완재가 될 수는 있어도, 대체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한계 전문가는 "전통적으로 대면진료가 강조되어 온 것은 진료의 안전성을 높인다는 측면도 있지만, 병의 치료에 있어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스킨십과 감정의 소통이라는 측면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컴퓨터가 감정의 소통까지 대신할 수 없는 한, 그 한계는 명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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