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상] 월급 명세서 받기 전엔 본인 연봉 알수 없어...최저임금 못 받기도

 
최근 환자안전에 대한 대국민적 관심과 맞물리면서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에는 보건복지부에서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당 최대 88시간으로 정하고, 이를 4년 차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토록 했다. 그간 될 듯 말 듯 불발에 그쳤던 전공의 특별법 제정도 급물살을 타면서 법안발의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받는 임금은 아직도 현실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환자안전을 위해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을 개편하고,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 고용 확대 등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주던 국민이라도, 전공의의 임금 현실화는 외면해버리기 쉽다. <기획-상>전공의도 모르는 전공의 임금체계 <기획-하>"전공의 살릴 해법, 정부가 쥐고 있다" “월급명세서 받고 나서야 연봉 알아”전공의에게 정말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임금 현실화지만 이에 대해 정확히 표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병원은 이러한 상황을 기회(?)로 여기는 듯 임금체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조차 해주지 않고 있다.인턴 오리엔테이션에서 임금체계에 대한 소개가 이뤄지지만 구체적으로 개별적인 면담이 아닌 일괄적인 소개 방식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어떤 방식으로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지, 한 달 동안 일할 때 얼마 정도의 급여를 받는지 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K대 전공의는 “오리엔테이션 때 어려운 말로 대강 설명을 해줬는데, 그게 임금체계에 대한 내용인지는 꿈에도 몰랐다"며 "알았다면 정확히 적어 세밀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월급은 개인이 일한 노력의 대가인데,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대충 설명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그러면서 "내 연봉이 얼마로 책정됐는지는 월급명세서를 보고 나서 알게 됐다"며 "밤새워 한 달간 일한 후 받은 돈이 그 정도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너무 허무해 쓴웃음밖에는 나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실제 전공의 연봉은 2200만원부터 50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이는 2년 차를 기준으로 했을 때이며, 사실 인턴 때 받는 한달치 월급은 100만원부터 200만원 선에 그친다. 게다가 야간이나 휴일 당직비까지 포함된 금액이기 때문에 받아보는 전공의들의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허탈하다는 것.상황이 더 어려운 것은 병원에 따져 물을 수 없는 구조다. 전공의는 노동조합마저도 없는 병원에서 가장 나약한 노동자이기 때문.S대 전공의는 "같이 일하는 간호사나 영상기사 등은 정시가 되면 퇴근하고, 매년 이들은 임금이 오르는 데도 종종 임금을 이유로 보건의료노조가 주축이 돼 파업하기도 한다"며 "반면 전공의는 정시 출퇴근은커녕 국가가 정해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며 군말 없이 노예처럼 일하는 상황"이라며 씁쓸해했다.임금체계를 정하는 것도 병원이고, 이를 올려주는 것도 병원 마음이기에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의견이다.그렇다고 전공의들끼리 힘을 합쳐 이에 대해 투쟁하거나 항변을 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서로 이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를 할 시간적 여유도 없을뿐더러, 책임을 지고 구심점이 될 전공의도 부재한 상태기 때문.자칫 임금에 대한 불만으로 파업의 선봉에 섰다고 하면, 추후 그 전공의는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파업에 대한 책임을 진 채 병원을 떠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모 병원 인턴의 실제 월급명세서. 기본급 134만 5000원에 직급·진료 수당을 포함해 한달 월급은 163만 310원. 세금을 제한 실 지급액은 147만 2690원이다.  

당직비 올랐지만…기본급 깎기 꼼수도

최근 통상임금에 따른 보수체계 개편으로 당직비가 올라가는 희소식(?)이 있었다. 하지만 일부 병원은 휴일 및 야간 당직비를 현실화해주는 대신, 기본급을 깎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또 병원들은 이러한 결정을 전공의와의 일절 합의도 없이 시행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처음에는 전공의들의 처우가 개선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병원들이 편법을 자행하면서 전공의 임금체계가 더 불합리해졌다"며 "대부분 전공의는 예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급여를 받고, 일부 당직이 없는 과 전공의들의 임금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즉 임금 격차만 벌어질 뿐 전공의들에게는 상당히 불합리한 정책이 됐다는 것.

또 "병원 측이 일방적으로 병원에 유리한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라고 전공의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상승한 당직비 대신 전공의의 기본급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등 경영자의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대전협 관계자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을 담당하는 전공의들은 환자를 포기할 수 없기에 수련병원 고용주의 횡포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며 "수련병원 고용주들은 전공의를 상대로 환자에 대한 책임감과 젊은 의사의 순수한 열정을 인질로 삼아 비겁한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월급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낮고, 또 병원의 입맛에 맞게 임금체계를 구성하는 경향은 작은 병원일수록 심하다는 게 전공의들의 중론이다. 그나마 빅5 등 수도권 대형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의 복지나 처우가 나은 편이지만 중소병원이나 지방으로 갈수록 이러한 체계는 더욱 엉망인 상태다.

이는 고스란히 해당 병원 전공의 모집에 영향을 미치고, 수련환경이 더 열악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실제 2015년도 인턴 후기모집 결과를 보면, 수도권에서는 김포우리병원 단 한 곳만 전공의 모집에 실패했으나, 충북, 경북, 경남, 부산 등에서는 미달사태가 속출했다. 충북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충주의료원, 대동병원, 부산위생병원, 왈레스기념침례병원, 좋은삼선병원, 해동병원, 동강병원 등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편'에 계속>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