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월급못줄 상황 … 금융·제도적 지원 시급

▲ 박상근 병협 회장<좌에서 3번째>은 병원 경영위기를 해체나가기 위해 금융당국에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책을 요구했다.<사진은 6월3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메르스 관련 피해업종 간담회' 장면>

병원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메르스에 치이고 건강보험수가계약에 부딪히면서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안갯속이라며 아우성이다.

정부와 여당이 1일 메르스 의료기관 피해보상을 위한 재원을 추가경정예산에 포함시키기로 하고, 피해병원과 경영곤란병원에 대해서는 각각 손실보조와 운영자금을 지원토록 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경영난 해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는 의문이다.

최근 병원 경영에 직격탄이 된 것은 단연 메르스다. 이로 인해 환자가 발생·경유한 곳이나 그렇지 않은 의료기관 대부분이 환자가 절반으로 줄었다. 6월 월급은 5월 청구분과 비급여 등으로 어렵게 해결했지만 7·8월은 6월의 처방·비급여가 급격히 줄어들어 월급줄 돈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읍소하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선지급이나 피해보상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의료기관들은 이는 발등의 불을 끄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른바 정부로부터 '가불'을 한 것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대안은 아니라는 것.

이에 의약계는 단기적으로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책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요양급여비용 선지급외에도 대출규모 확대와 저리의 대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상근 병협회장은 "메디칼론 대출규모가 작고 제한점이 많아 대승적 차원에서 자금을 많이 풀어 저리에 대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요양기관 '메디칼론' 특례 지원 및 기타 일반은행 대출 확대 △기존 타 대출액의 원금상환기간 연장 및 이자율 인하 지원을 건의했다.

김갑식 서울시병원회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요양기관 금융대출 특례 지원(전체 대출액 신규 3000억원, 병·의원 대출액에 한해 3개월간 1% 대출금리 인하)의 대출액 확대와 담보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적 대안으로 지방세·갑근세 유예와 조찬휘 대한약사회 회장이 제기한 '부당하게 과지급하고 있는 신용카드 수수료 개선'도 경영난 극복에 힘을 보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한시적이다. 이에 병원 경영 개선의 중장기적 조치로 우선 거론되는 것이 식대수가 현실화와 토요가산제 적용이다.

식대수가는 9년째 동결돼 있는 상태. 여러 연구결과도 있고 토론회도 가졌다. 복지부도 식대수가 적정 인상, 일반식보다는 치료식과 특수식 위주로 인상, 현행 고정 정액제 방식의 식대수가를 수가계약과 연동하는 등의 '조정기전' 마련, 가칭 영양관리료 별도 신설, 일반 식사의 질과 연관성이 높지 않는 가산 최소화, 식사 사후 평가와 수가 가감지급 시스템 마련 등의 방향을 갖고 있다.

문제는 언제냐다. 복지부는 결국 인상은 하겠지만 국민의 입장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병원계는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든 지경인데, 복지부만 느긋하다"며, 시간끌기를 비판하고 있다.

병원 경영 지원으로 검토될 수 있는 또다른 하나는 토요가산 병원급 확대다. 주 5일제가 정착되면서 병원들은 시간외 근무에 해당하는 토요일 근무에 대해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토요일 오후 1시 이후에 진료한 경우에만 기본 진찰료에 30%를 얹어주는 가산이 가능하지만 오전 진료는 해당되지 않는다. 의원급은 2013년 10월부터 토요가산이 '전일제'로 시행되고 있다.

진찰료 가산이 적용되면, 환자의 본인부담금도 다소 높아지게 된다. 진찰료 총액이 늘어난 만큼 이에 비례해 환자가 의료기관에 직접 납부해야 하는 본인부담금(의원 외래의 경우 진료비 총액의 30%)도 늘어나게 된다.

이에 정부는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로 병원까지의 확대를 주저하고 있지만 지출이 많아지는 병원으로서는 하루가 급한 상황이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매년 요양기관의 살림살이가 되는 환산지수를 사실상 확정하는 곳이 건정심이기 때문에 투명성과 합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는 건강보험과 관련한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지만 그간 여러 이해당사자간 정책 협의와 조정에 실패했다는 것이 병원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환산지수 협상이 결렬된후 건정심에서 한달만에 1.4% 인상으로 의결된 병원은 이에 따른 책임을 지고 이계융 협상단 단장을 비롯 보험·총무·기획위원장이 사퇴를 표명하는 등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병원계는 건정심 위원 구성, 가입자 단체 대표성. 안건심의과정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중립적인 공익위원 위촉 △건정심 의결기능을 지양하고 조정 및 중재기구 기능 강화 △건정심 개선위한 TF 구성을 제안했다.

이또한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의료계, 국민들의 인식이다.

최근 몇년간 보건의료정책은 보장성강화에 매몰돼 여타의 보편적 의료에 대해선 돈을 주지 않으려는 규제만 있었다고 병원들은 푸념한다. 수익을 통한 재투자가 있어야 하지만 그것을 막는 정책만 있다는 것. 결국 상당수 보건의료인들은 메르스 확산 사태는 보건의료정책 부재가 낳은 인재라는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정책 철학의 부재를 지적한다. 눈앞의 지시만 해결하려하고, 보건의약 분야가 미래먹거리산업이라는 정부의 방향은 글자그대로 방향일뿐 추진하려는 철학과 의지는 없다는 것이다.

병원계도 개선할 부분이 많다. 경영상 이유를 들어 감염병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전담인력 배치와 지속적인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은 메르스로 인해 드러난 의료 민낯이다. 다인실 입원을 권장하는 건보, 대형 병원 쏠림 등 개선하고 반성해야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민들도 1인당 국민소득 2만 5000달러에 맞는 의료 요구를 해야 한다. 상당수 병원에서는 어찌보면 5만달러 이상 소득이 있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그 이상을 환자들이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적은 돈으로 맘껏 의료쇼핑을 즐기기까지 한다고하니 인식을 전환할 필요는 있다.

한 병협 관계자는 "국민의 건강과 병원의 경영유지·발전들은 하나하나의 문제를 해소하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메르스가 우리나라 공중보건시스템에 던진 경고를 반면교사로 지금부터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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