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 콜레스테롤 낮추려면 탄수화물·포화지방 섭취 함께 줄여야

▲ 서울의대 김상현 교수

"이상지질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품 속 콜레스테롤뿐 아니라 포화지방과 정제된 탄수화물 섭취도 함께 줄여야 한다"

6월 30일 사단법인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 주관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의대 김상현 교수(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가 고콜레스테롤 혈증을 유발하는 잘못된 식생활에 대해 경계했다.

이날 간담회는 '미국의 콜레스테롤 경고 철회를 앞두고 본 한국인의 콜레스테롤 섭취 문제'를 주제로 다뤘다.

미국의 최고 영양 관련 자문기구이자 미국 보건부 산하기관인 식사지침자문위원회(DGAC)가 올해 초 "식이 콜레스테롤과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 간 유의한 연관성이 없다"면서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은 유해하지 않다"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한 것.

이는 심혈관질환 발병 우려로 인해 일일 콜레스테롤 섭취권고량을 300㎎ 이하로 제한한다던 2010년 지침과 상반된 주장이다. 미국 보건부가 40여 년 만에 콜레스테롤 섭취 지침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짐에 따라 국내외 적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김 교수는 "2010년 가이드라인이 과도한 염분, 포화지방, 당분 섭취를 제한했다면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그에 대한 근거수준을 강화했다고 봐야 한다"며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고위험군에서 과도한 콜레스테롤 섭취를 자제하도록 한 부분은 기존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포화지방산을 다가불포화지방산으로 교체할 경우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일부에서 제기되지만, 정제된 탄수화물을 더 많이 섭취하게 되면 도리어 중성지방(TG)이 증가하고 HDL-콜레스테롤은 감소하기 때문에 심혈관질환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식이 콜레스테롤에 대한 제한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많이 먹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면서 "채소, 과일, 통곡물, 저지방 유제품, 견과류 등의 비율이 높고, 붉은 육류나 가공 육류, 가당식품의 비율이 낮은 건강한 식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질병관리본부 외 대한내과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등 20여 개 유관단체와 합동으로 마련한 2015년 콜레스테롤 지침(안)도 공개했다.

지침은 △포화지방산, 트랜스지방 섭취를 제한할 것 △포화지방산을 생선이나 견과류를 통한 불포화지방산 섭취로 대체할 것 △고위험군의 경우 가급적 식이 콜레스테롤은 하루 300mg 이내로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식이 콜레스테롤, 혈중 콜레스테롤과는 별개"

심혈관계 고위험군에서 지난친 콜레스테롤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전문가들간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여기에 식품 속 콜레스테롤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패널로 참석한 이동호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는 "식품 속 콜레스테롤(㎎)과 혈중 콜레스테롤(㎎/㎗)은 단위부터 다르다"면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주로 올리는 것은 식품 내 포화지방이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우려해 무조건적으로 계란 등 콜레스테롤 함유식품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콜레스테롤 대표식품인 계란 노른자에는 콜레스테롤이 185∼240㎎ 함유돼 한 개만 먹어도 식품의약품안전처ㆍ한국영양학회가 권장한 하루 목표량(300㎎)에 근접하지만,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 함량이 높아 다른 동물성 지방에 비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설명. 쇠고기, 돼지고기보다 포화지방의 양이 적은 데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장병 예방에 좋은 레시틴도 풍부하다.

이 교수는 "특히 노인에서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낮아도 뇌출혈, 림프 및 혈액암,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일괄 적용하기 보다는 환자 개인의 영양상태를 고려한 맞춤식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문현경 교수는 "과거보다 지방 섭취가 늘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인 만큼 지방을 많이 섭취하진 않는다"면서 "별도의 콜레스테롤 섭취 권고안을 세우기 보다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는 포화지방의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노년층의 경우 대부분 영양섭취가 권장하는 수준으로 이뤄지지 않아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상황으로, 포화지방은 적게 섭취하고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아직까지 우리나라 정부는 기존 권고안을 변경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영양안전정책과 이혜영 연구관은 "2010년 기준 한국인의 하루 평균 콜레스테롤 섭취량은 남성 308mg, 여성 225mg으로, 올해 안에 철회할 계획을 가지고 있진 않다"며 "미국 정부가 DGAC의 권고안을 어떻게 수용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