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결 전까지 경계태세 유지...모니터링 중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유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종결 선언 전까지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은 11일 세종정부청사에서 활동 결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 한-WHO 합동평가단이 보건복지부를 방문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평가단은 지난 8일부터 환자치료, 역학, 감염관리, 바이러스, 여행의학, 언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긴밀한 토론을 했고,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평가단은 토론 및 현장점검을 통해 현재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바이러스의 전염력의 강화, 바이러스의 변이 여부, 지역사회로의 전파 가능성, 앞으로의 확산 여부 등을 확인했다.

WHO 후쿠다 게이지 사무차장은 "이번 평가 결과바이러스의 변형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염성이 더 강해진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의 환경오염, 열악한 환기시설 등이 메르스 전파를 강하게 했는지는 알 수 없으며, 현재 중동과 비슷한 방식으로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시점에서 볼 때 지역사회로의 전파는 이뤄지지 않았고, 중동처럼 병원에서의 발생이 주를 이뤘다"고 부연했다.

▲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

하지만 메르스 유행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쿠다 게이지 사무차장은 "이번 메르스 발병 규모가 크고 양상이 복잡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환자 발생이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본 상황이 완전히 종결될 때까지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강화된 질병통제, 감시 예방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강한 전파력, "유전자 변이 아닌 한국 의료체계 문제"

WHO 합동평가단은 한국에서의 강한 메르스 전파력에 대해 유전자 변이가 아닌 한국 의료문화의 특수성이라고 언급했다.

그간 의료계에서 지적해왔던대로 응급실 과밀화, 의료쇼핑, 간병 및 문병문화 등을 지적한 것이다.

평가단 측은 "일부 병원의 경우 응급실이 지나치게 붐볐고, 다인병실에 여러 명의 환자들이 함께 지내는 등 원내 감염 예방 통제조치가 최적화되지 못했다"며 "또 한국사회의 특정 관습과 관행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치료를 받기 위해서 여러 군데의 의료시설을 돌아다니는 '의료쇼핑' 관행과 여러 친구나 가족들이 환자를 병원에 동행하거나 문병하는 문화로 인해 2차감염이 더 확산됐다는 주장이다.

한편으론 의료진들이 메르스에 대한 질병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한 점도 확산의 한 원인으로 짚었다.

평가단 측은 "발생 초기에 대부분 한국 의료진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익숙지 않았다"며 "환자들이 메르스와 관련된 호흡기 질환 증상을 보여도 이를 다른 질환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적절한 조기 치료를 하지 못했다"고 확산의 이유를 밝혔다.

종식 위해선? "격리조치 강화, 의심자 출국금지"

무엇보다도 빠른 메르스 종식을 위해선 가장 기본적인 공중보건 수칙을 이행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먼저 감염자와 접촉을 했었던 모든 접촉자를 조기에 완전히 파악해야 하며, 접촉자는 물론 감염의심자 전원을 격리하고 감시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모든 접촉자와 의심환자들은 여행을 금지시키고, 특히 해외 여행의 경우 출국금지 등 강화된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후쿠다 게이지 사무차장은 "감염이 진행이 되고 있는 기간 동안에는 모든 감염자와 접촉자는 여행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모든 의료시설들은 감염예방 및 통제조치를 이행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이 활동결과를 보고하고 있다(E정책브리핑 캡쳐).

정부 조기대응 실패에 대해서는 '감싸기 급급'?

한국에서의 조기 대응 실패에 대해 정부 조치는 완벽했으나, 정보의 비대칭 및 예측 불가능성 등 질병의 특성 때문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는 한국의 언론과 의료계 전문가들이 '정부의 대응 실패'로 분석하는 것과는 다른 의견이다.

이종구 메르스 합동평가단 한국 측 단장은 "초기 대응이 실패한 것은 맞지만, 이는 정부로 원인을 돌리기 어렵다"며 "메르스라는 질병의 예측 불가능성, 정보의 비대칭,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제공 부족, 리스크 관리 차원의 거버넌스 미확립 등이 원인"이라고 했다.

즉 정보의 비대칭이나 예측 불가능성으로 불필요한 루머가 많이 발생했고, 거버넌스 미확립으로 초창기 혼란이 일어난 것이라는 주장이다.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도 "감염병은 전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어느 시점에서라도 발생을 할 수 있다"며 "어떤 나라라도 신종 감염병이 처음 발생할 때는 어려움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러한 어려움에 준해서 봤을 때 한국 정부의 대응 노력은 매우 높은 수준에 와 있다고 본다"며 "현재 질병 통제를 위한 조치 마련이 상당히 빠르게 이뤄지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합동평가단은 앞으로도 추가적인 연구와 조사를 이어갈 계획임을 밝혔다.
 

 

이종구 한국 측 단장은 "환자가 줄어드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첫 발생이고, 이번 사태를 통해 이론적으로 아는 것과 현상과의 괴리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앞으로 추가 조사와 연구를 통해 메르스에 대한 부분을 밝혀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연구 진행과 관련해서 당장 결론을 내는 것은 위험하다"며 "적어도 수주간은 메르스 확산 양상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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