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병용요법 급여 인정…치료선택 폭 넓혀

 

DPP-4 억제제와 인슐린의 병용요법 급여인정으로 당뇨병 치료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 올해 초 보건복지부는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개정안을 발표, 2월부터 시행했다. 고시개정안에는 당뇨병용제 일반원칙 중 인슐린을 활용한 병용요법에 DPP-4 억제제가 포함됐다.

기존 인슐린의 경구제와 병용요법 기준에는 ‘로시글리타존 및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는 인슐린 주사제와 병용을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됐지만 개정안에는 ‘로시글리타존은 인슐린 주사제와 병용 시 인정하지 않고, SGLT-2 억제제는 인슐린 주사제와 병용 시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한다’고 변경됐다. 기존 병용을 인정하지 않던 부분에서 DPP-4 억제제 계열만 삭제된 것. 이와 관련 복지부는 “DPP-4 억제제와 인슐린 주사 병용요법 관련 교과서 및 가이드라인 등에 임상적 유용성이 언급돼 있고, 52주까지 투여한 최근 임상논문에서 안전성 및 효과가 보고된 점을 고려해 급여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상현장에서는 당뇨병 치료선택의 폭이 확대됐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기존 시장분석에서 비급여임에도 DPP-4 억제제와 인슐린을 병용했던 비율이 약 8%에 달해 이 또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기존 임상 데이터들도 인슐린과 병용 시 장기적인 이점을 증명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인슐린을 투여하던 사람들은 DPP-4 억제제가 좋다고 들어도 보험적용의 한계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했는데, 선택의 폭이 확대된 것은 고무적”이라며 “이는 의료진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임상연구 근거한 결정

 

이번 급여 인정은 DPP-4 억제제와 인슐린 간 병용 시 얻게 되는 유용성에 대한 임상결과에 근거했다.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 지난 2012년 발표된 대규모 3상임상에는 인슐린으로 혈당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 1261명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리나글립틴 또는 위약을 인슐린과 병용투여했다. 52주 동안 진행된 연구결과, 리나글립틴 치료군이 위약군에 비해 당화혈색소(A1C)를 유의하게 감소시키면서도 전반적인 안전성은 위약과 유사했다. 위약 대비 리나글립틴 그룹의 A1C 감소율은 0.53%였다(P<0.0001).

빌다글립틴과 인슐린의 병용요법 혜택도 2012년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다기관·이중맹검·위약 대조방식으로 진행된 이 연구에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안정적인 인슐린 요법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 449명을 대상으로, 빌다글립틴 50mg 추가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했다. 빌다글립틴 50mg은 1일 2회 투여했고 메트포르민 투여 여부는 별도 구분하지 않았다.

24주째 평가결과, 빌다글립틴 추가투여군(228명)은 위약군(221명) 대비 A1C를 0.7±0.1% 더 낮췄다(P<0.001). 추가적으로 메트포르민 복용 여부로 하위분석을 진행한 결과 메트포르민 투여군에서는 빌다글립틴이 A1C를 0.6±0.1%, 메트포르민 비투여군에서는 0.8%±0.2% 감소시켰다(P<0.001). 이 밖에 시타글립틴, 알로글립틴 등 여타 DPP-4 억제제에서도 인슐린과 병용투여 시 각각 유의한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특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CSI 연구에서는 인슐린 치료를 받고 있으나 혈당조절이 충분치 않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에 시타글립틴을 추가하는 전략과 인슐린 증량치료를 비교한 결과, 시타글립틴이 A1C와 체중을 더 감소시키고 저혈당증 위험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급여적용 반가운 일”…의료진 환영
이번 급여확대에 의료진들은 기존 인슐린 치료로 혈당조절이 안 되는 환자들에게 추가적인 치료선택의 길이 열렸다며 환영의 뜻을 비쳤다. 가톨릭의대 권혁상 교수(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인슐린 단독만으로는 어렵고 경구약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DPP-4 억제제의 급여 적용은 반가운 일”이라며 “외국에서 나온 임상연구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현재 많이 사용하는 24시간 지속형 인슐린에는 DPP-4 억제제가 상당히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전상 24시간 지속형 인슐린은 공복혈당을, DPP-4 억제제는 식후혈당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혈당관리에 용이하다는 것.

이어 “조심스러운 것은 식후혈당이 약제로 조절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또 다른 초속효성 인슐린이 필요함에도 인슐린과 DPP-4 억제제 병용으로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결론적으로 인슐린을 쓰는 모든 환자에게 경구약제를 추가한다는 식보다는 환자별로 잘 선별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슐린 요구량 줄여줄 것”
메트포르민과 3제요법 자리에 DPP-4 억제제의 활용이 용이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서울의대 임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는 “기존에 주로 쓰이는 3제요법은 메트포르민, 설포닐우레아, 인슐린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저혈당 위험이 올라간다”며 “설포닐우레아를 제외하고 DPP-4 억제제로 바꿔 주거나 용량을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활용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단 이번 급여확대로 인슐린 사용량이 확대되기에는 최근 좋은 경구형 제제가 많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DPP-4 억제제 병용은 인슐린 비용에 비해 이점이 있어 인슐린 요구량을 10~15%가량 감소시킬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또 “이번 병용급여는 DPP-4 억제제가 인슐린을 쓰던 사람에게 무작정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혈당조절이 어렵고 저혈당 위험이 높은 이들을 대상으로 약을 선별해 쓰면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당뇨병 시장에서 자리잡은 DPP-4 억제제는 이번 급여확대로 시장에서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유비스트 기준(복합제 제외)으로 지난해 DPP-4 억제제는 트라젠타 502억원, 자누비아 440억원, 가브스 121억원, 제미글로 110억원, 네시나 57억원, 온글라이자 46억원의 조제액을 기록해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 활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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