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김병극 교수

"이전까지 심근경색이 발병한지 1년 이상 경과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2차예방 효과를 입증한 연구는 없었다. PEGASUS-TIMI 54 연구는 시작 단계부터 2만명 이상의 충분한 대상자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와 관계없이 장기적인 이중항혈소판요법의 역할을 명쾌하게 알려주는 최초의 연구다. "

▲ 김병극 교수가 PEGASUS-TIMI 54 연구로
입증된 티카그렐러의 장기 혜택을 강조했다.

연세의대 김병극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가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15)를 통해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던 PEGASUS-TIMI 54 연구의 임상적 의의를 이같이 평가했다.

PLATO 연구가 최근 나온 항혈소판제 연구들 중 거의 유일하게 티카그렐러(상품명 브릴린타)의 심혈관계 사망률 감소를 입증함으로써 급성기 조기사용의 토대를 마련했다면, PEGASUS-TIMI 54 연구는 임상설계나 대상자 특성만으로도 가이드라인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아울러 '심근경색 병력이 있는 환자'라는 동일한 대표성을 지닌 집단이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기존 PLATO 연구에 한층 더 힘을 실어주게 됐다고 강조했다. 


Q. 이번 연구는 그간 논란이 많았던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의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지속기간과 관련해 중요한 증거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PEGASUS-TIMI 54 연구는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 있어 추가적인 심혈관사건이 1년 이후에도 동일한 비율로 발생한다는 데서 출발했다. 심혈관사건 재발률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쭉 있어왔는데, 아스피린 단독요법과 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을 1년 이후 시점부터 투여했던 연구에서는 두 군간 차이가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고위험군일수록 병용군에서 조금 더 효과를 나타냈다.

PEGASUS-TIMI 54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시간이 갈수록 대조군과 치료군의 효과 차이가 점점 더 벌어졌다는 점이다. 즉 쓰면 쓸수록 누적되는 효과가 커졌다는 의미로, 발생 이후 12개월~3년의 기간 동안에도 차이가 계속 증가했다.

물론 이중항혈소판요법의 명확한 지속기간에 대해서는 추가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심근경색이 발생한지 1년 된 환자들이 3년까지 아스피린과 티카그렐러를 병용투여했을 때는 확실히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이러한 개념에 비춰본다면 4~5년 이상 지속기간이 길어질수록 얻는 혜택도 커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Q. PEGASUS-TIMI 54 연구는 1~3년 이내에 심근경색 병력이 있고, 하나 이상의 심혈관 위험인자를 가진 50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제 이러한 환자들이 전체 급성 심근경색 환자 중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심근경색을 한 번 앓았던 경험이 있는 환자들 가운데 65세 이상이고, 당뇨병 약물치료, 심근경색 재발 이력, 다혈관 관상동맥질환, 만성 신부전과 같은 고위험인자를 가진 이들이 대상이었다. 기본적으로 관상동맥질환자들의 절반 이상은 60세 이상이다보니 연령 기준만 가지고도 대부분 피험자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국가등록통계에 따르면 관상동맥질환자의 30~40%가 당뇨병을, 20% 정도는 신기능장애를 동반하고, 뇌나 하지 쪽에 죽상동맥경화가 발생한 환자들을 합할 경우 대략 80%가 넘기 때문에 상당히 대표성 있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Q. 적응증 확대나 가이드라인 개정에 대한 기대가 많은데?

이번 연구를 통해 가이드라인이 일부 개정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본다. 티카그렐러를 반드시 12개월 이상 장기간 투여해야 한다는 쪽으로 보다 공고하게 변화시킬 만큼 매우 중요한 연구였음에 틀림이 없다.

예전에는 가이드라인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대규모 연구가 2~3개 정도 필요했지만 요즘 나오는 연구들은 FDA 승인 단계부터 결과의 해석, 반영 등에 대한 계획이 다 짜여있다. PEGASUS-TIMI 54 연구 역시 대상자수가 많고, 처음부터 가이드라인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만큼 개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아시아인 참여 비중이 낮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국내 환자들에게 적용시키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선 안 될 것이다.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아시아지역 환자들이 서구화되면서 두 인종간의 차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데이터들도 많이 발표되고 있다.
 

▲ 김병극 연세의대 교수

Q. 티카그렐러는 장기적인 효과 외에도 초기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클로피도그렐이나 프라수그렐과 같은 다른 약제들과의 약리학적 차이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티카그렐러의 강력한 초기 효과는 약제의 기전상 특성과 매우 연관성이 높다. 클로피도그렐과 프라수그렐은 1~2개의 기(基)만 바뀌어 있는 유사제제로서 용량에 따른 유효성 등이 거의 유사하게 나타나지만, 티카그렐러는 원자 구조, 수용체에 대한 반응성, 간에서 대사되는 형식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특징 외에도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다른 약제에서는 도저히 재현될 수 없는 여러 부가적인 기능을 나타내기 때문에 초기는 물론 장기 사용 시에도 좋은 결과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연구 결과 티카그렐러 60mg과 90mg 투여군 모두에서 위약군 대비 주요 출혈 발생률이 증가했고, 반대로 두개내출혈이나 치명적 출혈에서는 발생률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안전성 측면에서 장기투여에 대한 견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출혈 위험성은 항혈소판제제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돼 왔는데, 흔히 'Sweet Spot'이라고 해서 일정 부분 항응고 효과를 가지고 출혈도 적은 약제가 좋은 약제라고 평가된다. 즉 항응고 효과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용량을 줄여서 출혈 위험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약제를 개발, 사용해 왔다.

그런데 티카그렐러는 이러한 부분에서도 차별화 된다. 지난해 미국심장학회(ACC 2014)에서 발표됐던 DAPT 연구에서 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군의 전체 사망률이 아스피린 단독요법군 대비 높게 나타난 데 반해 PEGASUS-TIMI 54 연구에서는 그런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것. 아마도 치명적 출혈을 증가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사망률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심혈관 사망률을 줄여주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 환자에서는 출혈에 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데, 60mg 저용량 용법이 또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두 용량 모두 유효성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던 만큼 아시아인 환자에서는 60mg이 좀 더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저체중이나 고연령 환자군에서는 합병증을 증가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용량을 줄여가며 사용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Q. PEGASUS-TIMI 54 연구의 안전성 결과와 관련해 호흡곤란을 경험한 환자 비율이 증가됐다는 보고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클로피도그렐과 다른 티카그렐러만의 특징적인 구조와 더불어 아데노신과도 관련이 있다. 아데노신에 의한 호흡곤란은 가역적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에서 호흡곤란 증상이 심하지 않았고, 약물투여를 중단하거나 다른 방식을 취했을 때 원상복귀할 수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외 동일한 약제임에도 PEGASUS-TIMI 54 연구에서 PLATO 연구 때보다 호흡곤란 발생률이 높았던 이유는 PLATO 연구의 참여군들이 훨씬 더 급성기였기 때문에 증상이 가려졌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보여지는데(masking effect), 그 차이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굉장히 우려해야 할 만한 부작용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다만 호흡곤란을 호소한 환자들이 기본적으로 폐에 문제가 있고, 고령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호흡기 증상을 모니터링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Q. 이번 연구 외 PARTHENON 프로그램에 포함된 다양한 연구들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급성 허혈성 뇌졸중 및 일과성허혈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SOCRATES 연구는 매우 기대되는 연구 중 하나다.

전통적으로 항응고 효과가 높아지면 뇌출혈 발생 위험도 높아지게 되는데, 티카그렐러는 PEGASUS-TIMI 54 연구에서 뇌졸중과 관련해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뇌출혈 발생률 역시 전혀 높아지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로 미루어 봤을 때 SOCRATES 연구에서도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음으로 EUCLID 연구는 말초동맥질환자를 대상으로 클로피도그렐과 티카그렐러를 비교하는 연구다.

여기서 말초동맥질환자라고 하면 이미 어떤 약제를 투여해도 변형이 쉽지 않은 말기 동맥경화증 환자로서 가장 고위험군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러한 환자군에서도 티카그렐러의 유효성이 입증된다면 단순한 적응증 확대를 넘어 전체 혈관계 질환자들에게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THEMIS 연구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PEGASUS-TIMI 54 연구의 하위분석 결과 당뇨병 그룹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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