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평가 등 정부가 병원을 경쟁 체계로 몰았다는 비판 쏟아져

▲ 서울대병원 노조가 23일 파업에 돌입했다.

매년 이어지는 서울대병원 파업을 두고 이를 방치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립대병원을 경영평가 대상으로 삼으면서 안그래도 취약한 공공병원의 공공성이 더욱 위협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부의 경영평가와 맞물려 서울대병원도 올해 직급 세분화와 성과중심으로 승진제도를 강화했다. 실적과 승진을 위한 내부 경쟁 강화와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직원 성과연봉급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측 관계자는 "병원도 정부로부터 평가를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지원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까지 하니까 병원은 어쩔 도리가 없다"며 "정부 정책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임금 및 인력, 예산이 동결된다"고 토로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도 정부가 병원 경영진과 노조를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병원을 대표하는 서울대병원이 매년 파업을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이를 방관하는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 현정희 지부장도 1차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 지부장은 "병원과 노조가 매년 이렇게 분쟁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올해부터 국립대병원 경영평가를 하겠다고 결정하면서 병원이 성과연봉제 도입이나 노사관계 부당 개입 등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파업을 선택한 이유는?

서울대병원 노조가 정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또 다시 파업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오병희 원장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 서울대병원 노조가 성과급제를 거부하며 23일 파업에 들어갔다.

병원 노조는 오 원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줄곧 노조와 불협화음을 내 왔다. 노조는 특히 오 원장이 강하게 추진하는 의사 차등성과급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 환자 진료비를 높여 개인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병원 성과급제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정희 지부장은 "오 원장은 종합병원 최초로 서울대병원에 의사성과급을 도입한 장본인"이라며 "오 원장이 지난 2013년 8~12월 4개월간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환자의 진료비를 상승시키고, 질낮은 재료 등을 사용해 비용을 줄여 162억의 성과를 냈고, 직원들에게 성과에 따른 차등금액을 신용카드로 지급했다"고 비판했다.

오 원장이 복리후생 지원을 축소하고 단체협약을 해지한 것도 파업의 원인으로 꼽힌다.

병원은 시급 축소, 자녀학자금 지원 축소, 정기휴가 6일 폐지, 청원 휴가 축소, 경조금 축소 등 복리후생을 대폭 축소했다. 여기에 지난 2013년 11월 체결한 단체협약을 병원측이 일방적으로 해지 통고를 하면서 감정의 골을 더 깊어졌다.

현 지부장은 "2014년 12월부터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청한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취업 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진행한 것은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밝혔다.

파업과 관련 병원측은 "지난 2월부터 노동조합과 30여 차례의 교섭을 통해 올해 단체교섭 타결을 위한 협의했으나 노동조합은 총액 대비 20% 임금 인상, 새 취업규칙 변경 중단 요구를 비롯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을 전면 거부하며 파업을 예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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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병원은 공공기관으로서, 정부의 공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 정책을 이행하고자 다각적인 검토 끝에 새로운 취업규칙을 만들었다"며 "취업규칙은 교직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었으며 7월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측은 응급실, 중환자실 등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필수유지업무의 기능 정상화를 비롯한 환자 진료에 차질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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