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AAO-HNS 가이드라인 '예의주시' 권고

"축농증 때문에 죽겠어요. 선생님."

부비동염(Sinusitis)의 또 다른 이름 축농증. 도시인구 8명중 1명꼴로 흔하게 발병해 시도때도 없이 흐르는 노란 콧물과 코막힘 증상은 끈질기게 사람들을 괴롭힌다. 노란 콧물은 비강(nasal cavity)과 부비동(paranasal sinus) 점막에 발생한 세균감염이 원인으로, 맑은 콧물이 흐르는 알레르기 비염과는 특정 원인물질에 대한 과민반응이 아니라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동안 부비동염 치료에 항생제 투여가 주를 이뤘지만 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증상에 따른 단계별 치료전략과 환자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4월 1일 미국이비인후과 두경부외과학회(American Academy of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AAO-HNS)는 성인 부비동염 진료 가이드라인을 8년 만에 업데이트했다. 앞선 가이드라인과 달리 초기 항생제 처방을 자제하고 예의주시(watchful waiting)할 것을 당부한 것. 더불어 급성과 만성 부비동염의 치료 전략과 감별진단에 확실한 행동지침(action plan)도 제시됐다.

새 단장을 마친 AAO-HNS 2015 가이드라인의 주요 변화들을 살펴봤다.


관행된 항생제 우선 투약, 부작용 우려

▲ (사진제공)상쾌한이비인후과 안태환 대표원장

부비동이란 명칭은 코 양쪽에 위치한 4쌍의 빈 공간을 가리키는데 이 곳에 염증이 생겨 코점막이 붓거나 고름이 고여 있는 상태를 부비동염으로 정의한다. 흔히 대부분의 상기도 감염이 부비동을 침범하기 때문에 학계는 부비동염이라는 명칭 대신 코부비동염(rhinosinusitis)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치료전략에 앞서 정확한 진단의 중요성도 늘상 거론된다. 치료가 지연될 경우 심각한 합병증이 문제되기 때문. 흔히 4주 이내 증상이 회복되는 것을 급성 부비동염(ARS), 4주 이상 3개월까지 지속되는 경우를 아급성, 3개월 이상되면 만성 부비동염(CRS)으로 구분한다. 흔히 축농증이라 부르는 부비동염은 CRS에 해당되며, 대부분의 ARS는 2차적인 세균감염에 따른 것이다. 드물지만 비강내 혹은 부비동에 종양이 있어도 부비동염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현재 부비동염의 치료는 세균감염을 바로잡는 데 집중한다. 이어 점막의 붓기를 완화시키고 부비동 안의 고름을 배액하는 수순을 밟는 것. 때문에 1차 치료제로 항생제 등 증상경감 목적의 약물치료가 우선시 되는 상황에서 특히 ARS에는 관행처럼 항생제와 소염진통제, 비점막충혈완화제 등의 경구 치료제를 1~3주가량 투약하고 있다. 이 외 증상에 따라 점액용해제, 스테로이드제, 항히스타민제, 진통제 등이 추가되지만 이들 약물의 오랜 투약은 내성 등의 부작용 발생으로 우려가 늘고 있다.

ABRS 환자 초치료 시 항생제 사용 자제

항생제를 기반으로 증상에 따른 다양한 약물을 병용하는 전략은 안전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학계에서는 급성 세균성 부비동염(ABRS)은 초기 항생제 사용을 잠시 보류하고 예의주시하자는 쪽으로 논의가 되는 상황. 오랜 고민의 결과가 이번 업데이트에 실렸다. 기존 2007년 가이드라인과 달리 ABRS 환자 초치료 시 질환의 중증도와 상관없이 모든 환자에서 항생제 사용을 자제하고 예의주시하자는 데 의견이 모인 것(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2015;152:S1-S39). .

이유는 왜일까. AAO-HNS 2015 가이드라인은 "증상이 심한 해당 환자의 경우 항생제 투약에 따른 혜택이 많다고 생각되지만 그간의 연구결과들을 종합해보면 항생제의 사용이나 예의주시하는 쪽 모두 적절한 증세호전을 보였다"며 "항생제를 사용하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라 증상의 악화 추이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적절한 항생제 투여를 고려하자는 것"이라고 개정의 취지를 밝혔다.

때문에 새로 추가된 내용에는 증상에 맞는 치료제 선택도 다수 포함됐다. ABRS나 CRS의 경우 증상경감 목적으로 진통제나 비강내 스테로이드의 사용, 비강의 식염수 세척 등을 권고한 것이 이에 해당된다.

또 진료 시 치료 결정 단계를 알고리듬으로 구체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다학제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데서 시작된다. 두경부외과학회를 주축으로 감염내과, 가정의학과, 알레르기면역내과, 임상간호학과 등 다양한 관련 학과가 참여해 최신 근거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통합하는 데 주력했다는 사실.

이에 성인 부비동염 관리의 근거 기반 치료전략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옵션의 양보다는 질을 강조하는 한편 실제 진료에서 실용성이 높은 치료 옵션을 추천하고 있다. 또 진단의 정확도를 개선하기 위해 보조적인 영상 검사법의 적절한 활용을 강조하고 전신적인 치료 약물의 사용에 주의를 당부했다.

아목시실린 + 클라블라네이트 병용요법 추가

▲ (사진제공)상쾌한이비인후과 안태환 대표원장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5개의 임상진료지침과 42개의 체계적 문헌고찰, 70개의 RCT 연구가 포함돼 근거가 한층 보강됐다.

결론적으로는 환자교육 강화 및 ABRS의 초치료에서 항생제 사용없이 예의주시를 강조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항생제 처방을 추천하던 종전과는 대비되는 부분. 무엇보다 2007년 가이드라인은 아목시실린(amoxicillin) 단독사용을 제시했지만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아목시실린과 클라블라네이트(clavulanate) 병용요법도 새로운 옵션으로 올랐다.

항생제의 사용전략에서도 세부적인 행동지침이 마련됐다. 우선 항생제 처방 없이 예의주시하는 게 원칙이지만 증세가 복잡한 ABRS에서는 초치료 시 항생제를 처방해야 한다는 것. 또 ABRS로 의심된다면 1차 치료제로 아목시실린에 클라블라네이트 병용 여부를 결정해 5~10일간 투약해야 한다. 그럼에도 초치료 7일까지 증상 개선이 없거나 악화된다면 기타 다른 원인을 감별해 ABRS인지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ABRS로부터 CRS와 ARS가 재발했는지를 감별하기 위해 기타 비강 및 부비동 증상의 원인 규명을 필수로 꼽았다. CRS 또는 재발성 ARS 환자에서는 천식, 낭포성 섬유증, 섬모이상운동증(ciliary dyskInesia), 면역저하자 등 다양한 만성질환과의 감별진단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CRS 치료 시 천식·용종 유무 확인 필수, 전신적 항진균제 사용 금물

이에 더해 지난 가이드라인은 CRS의 관리전략에 미흡한 부분이 존재했지만 이번 업데이트에는 CRS의 관리와 관련 3개의 권고사항을 추가했다. CRS의 치료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천식과 용종(polyp) 등의 유무를 필수적으로 확인하고 해당 환자의 증상경감을 목적으로 식염수 세척과 비강내 코르티코스테로이드가 권고된 것. 더불어 이들에서 전신적인 항진균제(antifungal agent)의 사용을 추천하지 않았다.

한편 강력한 수준의 권고사항도 제시됐다. 바이러스성 상기도 감염과 비감염증과 관련해 ARS와 ABRS의 감별진단을 강조하면서 비강 및 부비동 염증의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CRS의 진단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 여기에는 이학적 검사인 전비경 검사(anterior rhinoscopy)를 비롯한 비내시경(nasal endoscopy) 또는 CT의 활용을 높이 평가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