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 도입 등 제약산업 환경 변화…학술역량·윤리의식 강화에 초점

 

영업사원(MR)은 제약사의 매출 성장을 책임지는 핵심 인력이다. 때문에 각 제약사는 실적과 콜수 등으로 MR의 실적을 평가하고 잘하는 경우 인센티브나 포상을 통해 격려하고 저조한 경우 패널티를 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부의 리베이트 투아웃제 같은 정책이나 각 제약사의 CP(공정경쟁규약) 시행, 다국적사 제품 도입과 같은 전략의 다양화 등 영업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이에 따라 제약사의 MR평가 기준도 달라지는 추세다.

과감하게 실적을 제외하고 디테일과 전문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가 하면, 정부 3.0의 빅데이터 활용에 맞춰 발 빠르게 청구량을 분석하고 제공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MR 교육을 강화하고 평가에 CP 기준을 반영하는 등 움직임도 있다. 제약사들의 최근 영업사원 평가 기준과 동향을 살펴봤다.

GSK, 성과급 제도서 개인 실적 배제

GSK는 올해를 기점으로 전 세계 지사에서 변경된 MR 평가 기준을 적용했다. 각각 현지 실정에 따라 최적으로 생각되는 틀을 도입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두드러지는 가장 큰 변화는 실적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과급 제도에서 개인의 영업실적 지표를 배제하고, 대신 MR의 전문지식, 환자치료 향상을 위해 제공한 서비스의 질, 전반적인 기여도 등을 평가해 보상하는 개념이다.

실적을 보지 않고 MR을 평가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GSK는 이미 2011년 미국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성공한 바 있다고 밝혔다. 미국 GSK의 '환자 최우선' 프로그램은 처방 건수가 아닌, 정성적 지표와 전반적인 수행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GSK와 의료전문가 간 상호교류와 만족도 면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이에 GSK 한국법인에서는 일정 주기별로 질환, 약물 등에 대해 시험을 보고, 환자 최우선 모델과 디테일 및 비즈니스 계획 등을 평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GSK 관계자는 "기본적인 플랫폼을 바꿔 직원들이 과도한 압박을 느끼지 않고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면서 "개인과 팀의 성과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GSK 한국법인이 타깃에 맞춘 성과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도입에는 현장과 온도 차가 있어 의견수렴과 회의 등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조율하는 단계로 확인됐다. MR 입장에서는 정량적이지 않은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애매한 감이 있고, 평가자인 팀장급의 권한이 강화돼 불편하다는 것. 기존 평가 방식에 익숙한 MR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GSK 측은 선제적으로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국내 제약사도 이러한 방식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한 국내 상위 제약사는 회장 지시에 따라 실적 등 숫자를 MR에게 오픈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자, 기획실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제 숫자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려는 추세"라면서 "MR에게 보다 깊이 있는 디테일이나 전문적인 약물정보의 전달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쉽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에 먼저 시행하지는 않고 다른 회사의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조금 낯선 평가체제지만 실적 압박을 받지 않고 제품력과 디테일 능력 및 역량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것이 진정한 MR 본연의 업무라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많은 제약사가 CP를 강화하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개인 목표 실적이 없는 제약회사가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빅데이터 활용 실적 확인 투명하게

반면 정부 3.0에 따른 공공기관의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실적을 확인하는 업체도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극적인 데이터 공개 실시에 따라 기업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여 MR 평가 기준에 반영한 것.

기업의 소모성 자제(MRO) 구매관리 등을 하던 국내 D모 업체는 통계 플랫폼 개발 등을 통해 발 빠르게 제약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심평원의 공공데이터(EDI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제약사가 기존에 갖고 있던 매출 데이터 등을 매칭, 정량화해 새로운 데이터를 제공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영업실적 분석 시스템인 셈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제약사는 객관적인 데이터로 MR을 평가할 수 있고 체계적으로 갖춰진 시스템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오너 입장에서 투명하고 실무자 입장에서는 간편하며, 지속적으로 체계화된 DB를 쌓아놓을 수 있기 때문에 사업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다. 정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오차범위가 적고 신뢰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이 업체는 일부 국내 상위 및 중견 제약사와 관련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도 접촉해 시스템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학술역량·윤리의식 강화가 대세

실적을 차치해도 MR의 학술 역량 및 윤리의식 강화는 제약업계 MR 평가의 전반적인 추세로 보인다. 특히 새로운 평가 모델 발굴을 위해 지속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CP 강화 이전에 목표달성률의 실적평가 등을 중심으로 MR 평가를 진행했다면, 최근에는 실적평가·활동평가·교육평가로 구분했다.

실적평가에 MR 목표는 없으며 신장금액과 신장률 등을 평가하는 방식이고, 활동평가는 콜수 평가, 마케팅툴 활용 평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콜수 평가는 단순 방문에 의한 해피콜이었는지 학술 등 특정 목적을 갖고 방문했는지를 구분한다. 교육평가는 동아쏘시오그룹 인재개발원에서 주도하며,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한 과정을 신설해 평가한다.

CJ헬스케어의 영업평가 기준은 MR별로 세미나를 운영하고, 영업사원 학술역량테스트(MRCT)의 필기테스트, 디테일 역량 평가 등으로 시행되고 있다.

MR의 역량 강화를 위해 제약협회의 MR 자격인증 시험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MR 인증시험은 질병과 치료, 약학, 의약개론, 마케팅, 윤리경영 등 다양한 부문으로 구성됐으며, 시험을 거쳐 평가하고 자격증을 부여한다. 일부 제약사는 MR에게 의무적으로 해당 과정을 이수토록 하고,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한다. 삼아제약은 인사에도 혜택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제약사들의 MR 평가 양상은 변화하는 현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보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이들 업체들의 노력이 과거 부정적인 관행을 끊어내고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는 원동력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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