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약물만 체크하면 문제없어… kada-ad.or.kr에서 쉽게 확인

박태환 선수의 도핑 여부를 결정하게될 국제수영연맹 청문회가 27일에서 연기됐다. 박 선수 측에서 일정연기를 요청했고 국제수영연맹에서 이를 수용한 것.

이 사건은 대한체육회가 23~25일 국가대표선수, 지도자, 경기단체 직원 등을 대상으로 도핑교육을 하는 등 현재도 사회 곳곳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사 고발까지 이어진 이 사건으로 의료계도 운동선수를 진료하는데 있어 의사의 역할에 대한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 일부 의사는 아예 진료를 하지 않고 전담 병원으로 의뢰하기도 한다. 그러나 도핑이 무엇인지, 금지약물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홈페이지(http://www.kada-ad.or.kr)만 열어 보아도 전혀 문제가 없다.

본지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와 공동으로 의사들이 운동선수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도핑에서의 의사의 역할'을 살펴봤다.

 

도핑(Doping)은 의도적으로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신체적·정신적 측면을 약물로 제어하고자 하는 것으로 심장 흥분제, 근육증강제 등의 약물을 먹이거나 주사 또는 특수한 이학적 처치를 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때 사용되는 약물이 도프(dope). 경주마에 투여하는 약물을 도프라고 한 것에서 유래됐다. 특정약물을 검출하는 검사를 도프체크라고 한다.

이러한 약물들은 근육을 강화하고 집중력을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등 현저하게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약물을 습관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나타나는 폐해는 심각하다. 선수들의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 본래의 능력으로 겨루어야 할 스포츠의 가치마저 상실하게 된다.

스포츠는 동등한 조건 속에서 각자의 노력과 실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땀과 노력의 결정체다. 그러니 약물의 힘을 빌린다는 것은 곧 규칙을 어기는 것이다. 각 국가와 국제사회가 도핑은 '공정성'의 가치를 위반하는 사항으로서 도핑방지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운동선수 진료 부담갖지 말아야
그러면 의사들은 운동선수 진료를 어떻게 해야 할까. 금지약물이나 도핑 등의 단어들로 인해 특별한 상황에 처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승림 KADA 치료목적 사용 면책 심사위원회 위원장(경찰병원 정형외과)은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의 기조는 운동선수가 기본적으로 건강이 '정상'인 상태기 때문에 응급처치 상황이 아니면 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의사들은 운동선수라도 아파서 병의원에 오면 일반환자 보듯 진료하면 된다"고 밝혔다.

다만 감기·몸살 등으로 병원을 찾을 경우와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선수는 금지약물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약물처방에 앞서 KADA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먼저 질병치료를 위한 것은 면책받을 수 있다. 치료목적 사용 면책(Therapeutic Use Exemption, TUE)제도가 있기 때문.

TUE는 선수가 질병치료를 위해 사용해야 할 약물이 금지목록에 포함된 경우 이 약물의 사용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 시스템은 국제적 수준의 선수 및 국제경기대회에 참가예정인 선수가 소속 연맹의 치료목적사용면책위원회(TUEC)에 대회 개최 30일전에 신청해 승인을 받으면 된다. 국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청을 하게 되면 스포츠의학, 재활의학, 호흡기내과, 정형외과 등을 전공한 경험있는 의사 3~5명 위원이 심의해 선수가 도핑검사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게 된다.

승인은 △금지약물을 사용하지 않으면 건강상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금지약물의 치료목적 사용으로 건강상태 이상의 추가적인 경기력 향상이 없을 것. 즉, 금지약물이나 방법이 낮은 정상치 이상의 비정상적 증가는 거부 △금지약물이나 방법 사용 이외에 적절한 대체 치료가 없는 경우 △전에 사용했더라도 치료목적 사용면책이 승인안된 상태에서 금지약물 사용이나 방법이 사용되어선 안되는 4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승인을 받으면 승인 조건에 따라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응급 상황은 우선 치료를 하고 이후 승인을 받으면 소급 적용된다. 이같은 소급 치료목적사용면책은 치료 또는 급성질환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와 예외적 상황때문에 도핑검사 이전에 신청서를 제출하거나 TUEC에서 검토할 시간이나 기회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해당된다.

치료목적사용면책이 철회될 경우가 있다. 이 때는 △허가한 도핑방지기구에서 부과한 요구사항이나 조건을 따르지 않았을 때 △치료목적 사용 면책 기간 만료 △도핑방지기구로부터 선수에게 치료목적사용면책이 철회됐다고 통지될 경우 △승인됐어도 WADA나 CAS에 의해 번복됐을 때 등이다.

TUE는 기간이 설정되며, 이 기간이 종료된 후에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 다시 TUE를 제출해야 한다. 자동 연장은 없다. 또한 금지약물이나 방법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TUE 대상이 아니므로 TUE를 낼 필요는 없다.

이 위원장은 "선수가 진료실을 방문할 때 도핑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선수의 의무"라며, 진료하는 의사는 이를 감안해 처방시에 금지약물에 해당되는 약물의 사용을 금하거나 대체약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권했다.

또한 선수들이 무조건 '약을 먹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많은데 이들을 진료하는 의사는 치료에 필요한 약물이기 때문에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문제는 교육을 받지 않은 의사다. 의사 상당수는 도핑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일반의사를 대상으로한 도핑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지약물 목록 매년 업데이트

금지약물과 금지방법 목록은 매년 9월 새로운 기준이 발표되고 다음해 1월 1일자로 적용된다. 이 기준은 다양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약물의 목록이 변경되므로 선수에게 약물을 처방할 때는 반드시 최신 규정을 확인하고, 경기 일정을 고려해 처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연말에 약물을 사용할 경우 매년 1월1일부터 변경되는 새로운 금지약물 항목에 해당하는 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배하석 KADA 치료목적 사용 면책 심사위원회 위원(이화의대 교수·재활의학과)에 따르면 금지 약물의 종류는 크게 3가지. 상시 금지되는 약물 및 방법, 경기기간 중에만 금지되는 약물 및 방법, 특정스포츠에서 금지되는 약물이 그것이다. 분류는 약물의 경우 S, 방법은 M,, 특정 스포츠에서 금지약물은 P로 표시한다.

상시 금지되는 약물은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약물이다. 비 승인 약물, 동화작용제, 펩티드 호르몬, 성장인자 및 관련 약물, 베타-2 작용제, 호르몬 및 대사 변조제, 이뇨제 및 기타 은폐제가 있다. 금지 방법에는 혈액 및 혈액 성분의 조작, 화학적·물리적 조작, 유전자 도핑 방법이 해당된다.

비 승인 약물은 최근에 신설된 항목으로 임상전 약물, 임상개발중 약물, 생산 중단 제품, 합성 마약 및 동물용으로만 승인된 약물 등이 포함된다.

동화작용제는 1988년 벤 존슨 선수로 잘 알려진 테스토스테론 즉 남성호르몬이 대표적인 약물중 하나다. 이 계열의 약물은 근력 증강의 효과가 매우 뛰어나 선수들이 가장 유혹에 많이 빠지는 약물이다. 육체미선수, 역도 선수, 단거리 육상 선수에서 검출이 많이 되고 있다. 적혈구 생성을 촉진시키는 에리스로포이에틴과 이 수용체에 작용하는 적혈구생성 자극제로 장거리 육상선수, 싸이클 선수 등이 많이 사용한다.

이외에 저산소증 유도관련 약물, 융모성 고나도트로핀, 황체형성호르몬, 성장호르몬·성장호르몬방출호르몬과 그 유사체, 혈관내피성장인자, 인슈린유사성장인자 등도 있다.

기관지 확장제는 장거리 선수에서 많이 검출되는 약물. 천식 등의 진단을 받은 후에 정확한 검사 기록을 제출할 경우 흡입제 약물을 처방할 수 있다.

선택적 에스트로젠 수용체 변조물질류와 항 에스트론제류도 조심해야 한다. 대사변조제에는 인슐린이 포함되는데 이뇨제와 은폐제는 도핑에 해당되는 약물 투약 후에 배출을 촉진시키기 위해 사용하기 때문에 상시 금지약물로 규정돼 있다. 일반적으로 복합제제 혈압약에 이뇨제를 많이 사용하는데 처방시 주의가 필요하다. 이뇨제가 포함된 혈압약은 다른 종류의 혈압약으로 바꾸도록 한다. 경기 기간중 검사에서 기관지 확장제가 이뇨제와 같이 검출될 경우 치료목적 사용면책이 없으면 문제가 된다.

경기기간중 금지 약물에는 흥분제, 비특정 흥분제, 특정 흥분제가 있는데 대부분 감기약에 포함된 에페드린, 슈도에페드린, 메틸에페드린 등이 포함된다. 이 약물들은 소변 농도에 따라 도핑으로 간주될 수 있다.

마약류는 모르핀, 옥시코돈 등이 포함된다. 카나비노이드류는 대마초나 마리화나 같은 마약이 포함된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경우 의사들이 관절의 질환이나 인대 손상에서 매우 흔하게 사용하는 약물로 전신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경구복용, 정맥주사, 근육주사, 좌약형태로 투여되는 4가지 방법만 금지된다. 이 성분이 포함된 점안액, 연고제, 관절내 주사, 관절주위주사, 경막외 주사 등은 도핑에 해당되지 않는다.

특정스포츠에서 금지되는 약물은 두가지다. 알코올은 경기기간중 금지약물로 해당되는 종목은 항공스포츠, 모터사이클, 양궁, 모터보트, 자동차 경주 등이다. 베타차단제는 심장박동수를 조절해 양궁이나 사격 등의 경기에서 경기력 향상을 시킨다는 이유로 지정돼 있다. 고혈압 환자에서 흔하게 처방되는 약물로 이뇨제와 동반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도핑에 포함되기 때문에 면책 승인을 받지 않았으면 다른 종류의 혈압약으로 바꿔야 한다.

배 위원은 "금지약물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그 기전을 보면 쉽게 이해되는 약물"이라며, "질환으로 인해 도핑에 해당되는 약물을 처방할 경우 반드시 치료목적사용면책위원회를 활용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도핑과 관련한 의사의 책임은
도핑방지규정에 따르면 선수 외 선수지원요원(코치 등) 또한 도핑방지규정에 규정된 모든 도핑방지정책과 규정을 숙지하고 준수해야 한다. 반면 선수에게 금지 약물이 포함된 약을 처방한 의사에 대한 제재 규정은 없다. 특히 자신이 선수임을 알리지 않은 채 금지 약물을 처방받은 경우에는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자신이 선수임을 알리고 금지 약물의 투여가 금지된다는 사실을 얘기했음에도, 의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금지 약물을 처방한 경우에는 선수에 의한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당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우에도 의사의 행위가 형법상 금지된 행위라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외 도핑 사건에 있어 현재까지 의사의 책임이 문제된 사례는 흔치 않다.

도핑 관련 전문가들은 의사가 사안이 명확치 않다고 판단하면, 도핑방지위원회나 선수의 주치의(팀닥터 등)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전원 조치할 것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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