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치료제 '드록시도파'에 관심...'노테라' 다중기전으로 혈압 상승

 

미국에서 새로운 기립성 저혈압 치료제가 허가되면서 치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저혈압 환자 치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2월 미국 첼시 테라퓨틱스사의 '노테라'(Northera 성분명 드록시도파)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노테라'는 사실상 신경원성 기립성 저혈압 치료제로 쓸 수 있는 유일한 약물로 떠올랐다.

이전에도 미도드린(샤이어社 프로아만틴, 1996년 허가)이라는 약물이 있었지만 당시 FDA가 실험실 결과만으로 허가를 내줬고, 이후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를 추가로 제출하지 않아 퇴출 논란도 벌어졌다. 임상을 거친 약물로 치면 사실상 노테라가 유일한 약물인 셈이다.

미도드린 퇴출 논란…드록시도파 유일 약제
새로 승인된 드록시도파는 기존 약제와는 전혀 다른 기전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최초의 저혈압 치료제로 볼 수 있는 미도드린은 장기간 작용하는 선택적 알파1-길항제(α1-agonist) 작용으로 수축기·이완기혈압을 상승시킨다.

반면 드록시도파는 중추신경계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추가로 말초신경계 교감신경 신경전달물질과 순환호르몬 역할도 하는 등 다중기전으로 혈압을 올린다.

경상의대 조민휘 교수(약학과)는 "드록시도파는 혈관-뇌 장벽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중추신경계의 교감신경을 자극할 수 있으며 에피네피린으로 전환돼 척수의 교감신경 절전뉴런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서 "말초신경계의 교감신경 절후뉴런에서 흡수돼 신경뉴런 안에서 노르에피네피린(norepinephrine)으로 전환된 후, 교감신경이 활성화될 때 방출돼 신경전달물질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드록시도파를 노르에피네피린으로 대사시키는 aromatic L-amino acid decarboxylase(LAAD), 또는 DOPA decarboxylase(DDC)로 알려진 효소는 위, 신장, 간 등 우리 몸 전체에 걸쳐 나오는데 이를 통해 드록시도파가 신경뉴런 바깥에서도 노르에피네피린으로 전환될 수 있고, 혈류로 방출돼 혈압상승효과를 일으키는 등 순환호르몬으로서의 역할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조 교수는 "임상시험에서 드록시도파의 혈압상승효과는 중추신경계 바깥에서 일어나는 노르에피네피린 대사에 의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중추신경계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과정으로 인한 혈압상승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1일 3회 복용…세 가지 용량 출시
미국에서 허가된 용량은 100mg, 200mg, 300mg 세 종류로 캡슐 형태의 약물이다. 용량별 구별을 위해 각각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으로 돼 있다.

FDA 허가사항에 따르면,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혈장 최대 농도(Cmax)는 투여 1~4시간(평균 2시간) 후에 나타난다. 또한 고지방 음식은 Cmax와 AUC(약물의 생체흡수율의 정도)의 값을 각각 35%, 20%씩 감소시킬 수 있으며, Cmax 값에 도달하는 시간도 대략 2시간 정도 연장시키는 등의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루 3회를 투여하되, 저녁에는 수면 중 고혈압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적어도 잠들기 3시간 전에 복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초회 용량은 100mg 하루 3회이며 최대 600mg 하루 3회까지 복용 가능하다.

약물의 반감기는 2.5시간이다. 드록시도파와 그 대사체가 배설되는 주 경로는 신장이다. 하지만 반감기가 짧아 심각한 신기능 부전(eGFR< 30 ml/min) 환자가 아니면 용량을 조절할 필요가 없다. 동물실험 연구를 통해 24시간 내 75%가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단기 연구서 진행해 효과 입증...장기 치료효과는 아직
드록시도파의 효과는 1~2주의 단기간 연구와 8주간의 장기간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306B 연구는 다기관, 이중맹검, 무작위, 위약대조, 평행군 연구로 증상성 저혈압과 파킨슨 질환을 가진 환자들 대상으로 진행된 장기연구이다. 참여한 환자들은 신경성 기립성 저혈압 증상과 유사한 기립 시 3분 이내에 수축기/이완기혈압이 각각 20mmHg과 10mmHg씩 떨어지는 환자들이었다. 이들을 드록시도파군(100~600mg)과 위약군으로 나눠 8주간 관찰했다.

효능은 OHSA(미국 연방 직업안전보건국이 정한 안전기준)의 1번 항목(현기증, 어지러움, 희미한 느낌, 블랙 아웃과 같은 느낌)의 점수로 평가했다.

총 171명의 환자가 참여했고, 147명에 대해 효과분석이 진행됐다. 1차 종료점으로 평가한 1주째 OHSA 결과에서 각 군의 현기증 평가 점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p=0.028), 다만 1주 이상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울러 드록시도파를 복용한 군은 위약군에 비해 기립 후 3분 이내 떨어졌던 수축기혈압이 유의하게 증가했다(두 군의 차이 5.6mmHg; p=0.032).

이와 함께 단기연구도 진행됐다. 그 중 301 연구는 다기관, 다국가, 이중맹검, 무작위, 위약대조, 평행군 기준이 적용된 연구다. 신경성 기립성 저혈압환자 120여 명이 참여했다.

이 연구에서는 Orthostatic Hypotension Questionnaire(OHQ, 기립성 저혈압 평가질문지)로 평가했는데 1주째 두 군 간 치료효과가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치료 효과 차이 0.4 unit, p=0.19). OHSA의 현기증 평가에서도 좀 더 좋다는 경향만 나타났을 뿐 통계적인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p=0.06).

101명을 대상으로 2주간 관찰한 302 연구와 75명이 참여한 303 연구(301과 302 확장연구)도 1차 종료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이러한 데이터를 근거로 FDA는 드록시도파는 2주 이상의 효과는 불명확하며 지속 투여문제는 주기적 평가를 통해 시도돼야 한다고 적시했다.

드록시도파를 복용하면 발생하는 일반적인 부작용은 두통, 어지럼증, 오심, 고혈압 등이다. 1~2주 단기 연구였던 301과 302 연구에서 나타난 두통 발생률은 위약군과 드록시도파군 각각 3%와 6.1%였다. 어지럼증은 1.5%와 3.8%였으며, 오심은 1.5%로 같았다. 고혈압은 0%와 1.5%였다.

이보다 관찰기간이 길었던 306 연구에서는 두통 등 부작용 발생률이 더 높았다. 두통은 위약과 드록시도파군 각각 7.4%와 13.2%였으며, 어지럼증은 4.6%와 9.6%였다. 오심은 4.6%와 8.4%, 고혈압은 0.9%, 7.0%로 모두 두 배 이상 높았다.

이 밖에 일본에서 진행된 시판후조사(post-marketing surveillance) 기간 동안 드록시도파 복용 중 악성 신경이완증후군(neuroleptic malignant syndrome, NMS)이 보고됐다.

NMS는 항정신병약 투여 중 생길 수 있는 중증부작용 의 하나로 고열, 근경직, 침묵 또는 흥분 등을 나타내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또한 기존의 허혈성 심장질환, 부정맥, 울혈성 심부전증 등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 외 FDA는 드록시도파의 용량을 변경하거나, 혹은 같이 복용하는 레보도파의 용량을 갑자기 줄이거나, 끊은 경우 환자를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며 상호작용작용을 지적했다.

조민휘 교수는 "신경학적인 원인에 의한 기립성 저혈압은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에 의한 경우가 많고 일부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뿐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압력수용기 반응성, 심장 탄력성, 교감신경전달 등이 저하된 노인들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런 환자들에게 수면시 고혈압 발생위험이 적은 드록시도파가 적용되면 증상 치료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내 환자 늘어만 가는데 마땅한 치료제 없어
국내 저혈압 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2008~2012년) 심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저혈압(I95)'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8년 1만 2000명에서 2012년 2만 1000명으로 5년간 약 9000명(66% 증가)이 증가했다. 또한 총 진료비도 12억 4000만원에서 약 28억 1000만원으로 15억 7000만원가량 증가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마땅한 치료제는 없고 혈압상승 기전을 가진 약제로 치료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향후 국내에 출시될 경우 관심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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