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연구 결과, 수축기혈압 90mmHg·이완기혈압 60mmHg 미만이면 사망 위험 높아져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은 혈압에도 적용된다. 혈압이 너무 높거나 낮아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적 만성질환인 고혈압의 위험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졌으나 저혈압에 대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실정이다.저혈압은 정상 수축기/이완기혈압이 120/80mmHg보다 낮게 측정되는 것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100/60mmHg 미만인 경우가 해당된다. 증상은 두통 또는 어지럼증 정도이기에 가벼운 질환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저혈압으로 인해 주요 장기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게다가 최근 국내 연구 결과를 통해 혈압이 너무 낮아도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는 'J-커브(J-curve)' 이론에 힘이 실리면서, 고혈압뿐만 아니라 저혈압 관리에도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축기혈압 90mmHg↓…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 1.53배↑

관동의대 이상욱 교수팀(예방의학교실)은 지난 2016년 한국인에서 수축기혈압과 사망 위험 간의 J-커브 이론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Circulation에 실린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Circulation 2016;133:2381-2390).

최종 결과에 따르면, 수축기혈압 90~99mmHg군과 비교해 수축기혈압이 100mmHg 이상이거나 90mmHg 미만인 군에서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증가했다. 

연구에는 1992~1995년에 정기적인 검진을 받았고 한국인 암예방 연구(The Korean Cancer Prevention Study)에 참여한 약 124만명이 포함됐다. 추적관찰 기간(중앙값)은 18.2년으로, 3만 4800여명이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했다.

연구팀은 수축기혈압에 따라 △90mmHg 미만 △90~99mmHg △100~109mmHg △110~119mmHg △120~139mmHg △140~159mmHg △160~179mmHg △180mmHg 이상 등의 8개 군으로 분류했다. 이 중 수축기혈압 90~99mmHg군을 기준군(reference group)으로 설정했는데, 전체 중 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가장 낮기 때문이었다.  

수축기혈압 90mmHg 미만군의 사망 위험을 평가한 결과, 기준군보다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1.53배(HR 1.53; 95% CI 1.15~2.03), 허혈성 심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2.54배(HR 2.54; 95% CI 1.51~4.29),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1.21배(HR 1.21; 95% CI 0.79~1.85) 높았다.

뿐만 아니라 수축기혈압이 100mmHg 미만인 경우 혈압이 낮아질수록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반비례' 관계가 나타났다. 이들의 수축기혈압이 10mmHg 증가할수록 출혈성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47% 감소했던 것(HR 0.53; 9% CI 0.29~0.96).

이 교수는 논문을 통해 "수축기혈압이 100mmHg 이상으로 증가하거나 90mmHg 미만으로 감소해도 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았다"며 "수축기혈압이 90mmHg 미만으로 너무 낮아도 혈관질환, 특히 허혈성 심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증가하기에 수축기혈압이 낮은 성인에 대한 추적관찰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완기혈압 60mmHg↓…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 1.37배↑

이어 J-커브 이론을 수축기혈압뿐만 아니라 이완기혈압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추가로 입증됐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희진 교수팀(역학건강증진학과)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완기혈압에서 J-커브 이론을 확인한 공동연구 결과가 대한심장학회지 1월호에 실렸다(Korean Circ J 2018;48:36-47).

연구팀은 앞선 수축기혈압 관련 연구와 동일하게 한국인 암예방 연구를 활용했다. 분석에는 30세 이상의 성인 약 124만명이 포함됐다. 추적관찰 기간인 18.2년(중앙값) 동안 20만여 명이 사망했고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이들은 4만 3000여명이었다.

연구에 포함된 이들을 이완기혈압에 따라 △60mmHg 미만 △60~69mmHg △70~79mmHg △80~89mmHg △90~99mmHg △100~109mmHg △110~119mmHg △120mmHg 이상 등의 8개 군으로 세분화했다. 기준군은 사망 위험이 가장 낮았던 70~79mmHg군으로 정의해 이완기혈압에 따른 사망 위험을 분석했다.

최종 결과 이완기혈압 60mmHg 미만군의 모든 원인 또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기준군보다 각각 1.23배(HR 1.23; 95% CI 1.16~1.30), 1.37배(HR 1.37; 95% CI 1.20~1.57) 높았다. 

게다가 성별, 나이, 흡연 여부,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이완기혈압 60mmHg 미만군에서 사망 위험이 상당했고 60세 이상의 고령일수록 더 위험해, 이완기혈압과 사망 위험 간의 J-커브 상관관계가 도출됐다. 

"혈압 너무 낮아도 위험…고혈압 환자 혈압조절 하한치 제시하기는 어려워"

두 가지 대규모 연구를 통해 일반인에서 혈압과 사망 위험의 J-커브 이론이 입증되면서 고혈압과 함께 저혈압 관리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두 연구는 한국인 암예방 연구를 활용한 대규모 관찰연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면서 "그동안 저혈압은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심한 저혈압은 위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연구가 고혈압 환자의 혈압조절 하한치를 제시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고혈압 환자를 포함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관찰연구이기에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조절 하한치를 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혈압으로 만성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혈압에 따른 만성질환 위험을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예로, 당뇨병이 없는 흡연자에서 혈압에 따른 10년 후 사망 위험 또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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