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유보 발표후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단체 등에서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부과체계 개편 논의를 이끌었던 이규식 기획단장이 사퇴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는 5일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중단,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 토론회를 개최키로 했으며, 정의당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당초 추진하려 했던 개편안 공표를 주장하고 나섰다.

문형표 장관 "올해 개선안 안만든다"
문형표 장관은 "올해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함으로써 파장을 불렀다. 전반적인 방향과 형평성에 대해 제고하고 있는데 어느 계층에서는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사회적 공감대 확보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내년 이후 추진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로 사실상 제도개선이 유보됐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 장관이 부과체계 개편 연기를 선언한 28일은 2년여간의 준비를 거쳐 부과체계 개편 최종안을 발표하기로 한 바로 전날이다. 이후 각계에서는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허둥대지 말라"고 쓴소리를 한후 정책위원회에서 5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중단,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의 긴급 토론회를 개최키로 했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중단에 대한 진단과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것. 주제발표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 위원인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가 하게 되며,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장, 이동욱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 김용익 국회의원이 지정토론에 참여한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일로 건보료 개편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를 고치기 위해 정부가 개선기획단까지 만들어서 대책을 준비해 놓고선 반발이 예상된다고 아예 포기해버리겠다니 이는 뺑소니나 다름없다"고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건강보험료 체계 개편 포기는 박근혜 정권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칠 손톱만큼의 의지도 용기도 없는 정권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단지 정책 하나의 후퇴가 아니라 더 이상 서민들이 현 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을 선언한 것으로 비정상화의 정상화는 말뿐이고 스스로가 비정상 정권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규식 위원장 사퇴' 비판기류 증폭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 이규식 위원장(건강복지정책연구원 원장·연세대 명예교수)의 사퇴는 비판 기류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 위원장은 2일 공개한 사퇴의 변을 통해 "2013년 8월 첫 회의 개최 후 거의 1년 6개월을 논의했는데도 불구하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은 무책임한 변명"이라고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또 "올해 개선안을 마련하지 않고 올해 자료를 사용해 시뮬레이션을 하겠다는 것은 내년에 다시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고 공감대를 얻어 후속조치들을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현 정권에서는 부과체계 개선을 하지 않겠다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매일 건보공단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민원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라고 꼬집고 "현 정부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의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기획단 위원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히고, 다만 지난해 9월 기획단 위원회 마지막 결정 사항의 이행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 사항은 부과체계 개선 원칙으로 부과대상 소득을 종합과세의 대상소득으로 근로자에게도 적용키로 정한 것이다. 종합과세소득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2000만원 초과 금융소득(이자 및 배당 소득), 연금소득, 기타 소득이며, 상속/증여소득과 퇴직소득은 제외했고, 양도소득은 장기 검토과제, 2000만원 이하 금융소득 및 일용근로소득 등 분리과세소득은 법령개정, 노사합의 등 제반여건이 마련되면 보험료를 부과하자는 내용이다.

또한 소득이 있는 직장 피부양자의 무임승차 방지를 위해 보험료를 부과키로 하고 지역가입자에 대한 평가소득(가구원의 성, 연령 등을 감안)과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는 폐지하기로 했다.

지역가입자의 소득 보험료는 역진성을 탈피하기 위해 정률의 보험료 부과를 원칙으로 하되 당분간은 행정적인 문제 등으로 정률 기준 보험료 부과 등급표는 사용하도록 양해했다.

지역가입자에게도 직장과 같이 최저보험료(소득 연간 336만원으로 월 보험료 1만6480원)를 적용하되, 그 이하의 저 소득자는 보험료 경감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는 당분간 유지하되 저가재산에 대한 보험료는 인하하고(예시: 10~30% 범위), 고액재산에 대한 보험료는 인상(예시: 10~30% 범위)해 역진성을 완화하되 일정액의 기초공제액을 도입하고 기초공제액은 재정추계 결과를 토대로 결정키로 했다.

보험료 부과체계 개혁으로 보험료가 20%이상 인상되는 가입자의 경우, 보험료 일정기간 조정하는 경과 조치 규정을 두도록 했다.

이같은조치 사항에 대해 위원회는 보험료 부과체계를 단일화하기 위해서는 자영자들의 신고소득의 정확도를 높이는 조세제도 개선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 일용근로소득, 2000만원 이하의 금융소득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필요한 법령 개정이나 정책적 조치들을 서둘러 줄 것,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법에 명기한 예상 수입의 20%를 지켜줄 것을 촉구하고,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이 제대로 이행되는지에 대해 매 2년 단위로 평가를 실시할 것을 건의했다.

이 위원장은 보험료 예상 수입의 20%에 대해 국고지원이 지켜진다면 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는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말정산 파동 빌미로 후퇴?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김성주 국회의원은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부자감세, 서민증세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선언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면서, "소득이 많은 사람은 더 내고, 소득이 적은 사람은 적게 내는 사회보험의 대원칙을 반영한 합리적 개편안을 정부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에 따르면 이번 건보체계 개편으로 보험료가 더 늘어날 가입자들은 45만명 정도지만 대부분은 피부양자라는 이유로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던 고소득층이다. 물론 종합소득 2000만원 이상에만 보험료를 부과하고 그나마 상속이나 증여소득은 빠질 예정이었다는 점에서 미흡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방향은 전향적인 개편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기획단에서 제시한 개편안을 부담스러워 하다가 결국에는 연말정산 파동을 빌미삼아 아예 백지화해버린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보건복지부 일각에서 다시 연내에 추진해야 하지 않나 전망을 했고 이에 일부 언론에서는 이것을 사실인양 보도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다시 해명자료를 통해 '연내에 건보부과체계를 재추진하기로 결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는 김무성 새누리당대표의 건보수가체계에 대한 당정협의 발언과 원내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의 정책 혼선을 지적한 것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규식 위원장은 이후 본지의 취재요청에 "이제 부과체계는 제손을 떠났으니 할 말이 없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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