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제약사에 손해배상 요구...제약사 측 "공단 무분별한 소송이 건보 재정에 더 피해줄 수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약사들의 담합행위로 인해 보험 재정이 낭비된 것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공단은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소송임을 강조했지만, 무분별한 소 제기로 인한 누수가 더 클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건보공단은 다국적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와 국내 제약사인 동아ST를 상대로 약 4억7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동아ST가 GSK의 온단세트론(상품명 조프란) 제법과는 다른 2가지의 온단세트론 제조방법을 자체 개발, '온다론'이라는 상품명으로 1998년 9월부터 국내에 시판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GSK는 동아ST의 온다론 제조가 조프란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경고장을 보냈고, 동아ST는 침해 사실을 부인하며 1999년 특허청에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응해 GSK가 서울지방법원에 동아ST를 상대로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으며, 2000년 4월에 GSK가 동아ST에게 '조프란의 국내 공동판매권'과 미출시 신약인 '발트렉스'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부여하는 대신 동아ST가 기출시한 온다론의 생산·판매를 중단하고, 진행 중인 권리범위확인심판과 특허침해소송을 각각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동아ST는 온다론을 시장에서 철수하는 대가로 GSK로부터 신약 판매권, 독점권, 인센티브를 부여받게 된 것.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1년 12월 GSK와 동아ST의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라고 의결했고, 대법원 역시 2014년 2월 GSK와 동아ST의 합의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건보공단에서는 이 같은 판시에 따라 조프란보다 가격이 낮은 온다론 철수로 환자 뿐 아니라 공단 역시 재정을 과다하게 지출했다고 판단, 추가적인 보험 재정 지출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말 이에 대한 첫 변론 기일에서 GSK와 동아ST는 "온다론의 퇴출 행위가 없었어도 온다론은 특허소송의 판결에 의해 시장에서 유통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고, 공단은 이에 반박해 "GSK와 동아ST의 주장은 합리적 추론의 범위를 벗어난 가정적 인과관계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공단 법무지원팀 정광수 부장은 "건강보험 재정과 소비자들의 의약품 선택권 보호를 위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며 "담합을 통한 부당한 이익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A제약사 관계자는 "조프란이 더 많이 팔려 보험 재정에 부담을 덜 줬을 것이라는 주장 역시 공단 측의 가정일 뿐"이라며 "공단은 담배소송부터 시작해 지나치게 많은 부분에 있어 소송에 관여하고 있다. 패소할 경우 건보 재정이 지출되는 것을 고려하며 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공단이 GSK와 동아ST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2차 변론 기일은 3월 초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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