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부작용 발생 우려…식약처, 173개 품목 임의 투약 금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중에 판매되는 어린이 감기약(일반약) 173개 품목에 대해 사실상 영유아에게 임의투약을 금기하는 항목을 추가하면서 감기약 부작용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관련 학회와 의사단체서도 어린이에 대한 감기약 투약 시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그동안 투여해 왔던 감기약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6일자로 어린이 감기약 173개 품목에 대해 2세 미만은 의사 진료 후 복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허가사항 변경안을 마련했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2008년에도 2세 미만 영유아에 대해서는 기침약, 콧물약 등 감기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일반의약품 감기약에서 2세 미만 영유아의 용법을 삭제하도록 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품별로 주의사항이 달랐던 것.

지난해 9월 한국소비자원이 28개 성분이 포함된 26개 감기약의 표시실태를 확인해본 결과 6개 제품만 2세 미만 영유아에 투여하지 말 것이라고 명확하게 써 있었고, 나머지는 제품에 따라 "3개월 이상이라도 1세 미만의 영아에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여하지 않는다"고 돼 있거나, "3개월 이상이라도 2세 미만의 영유아는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하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 약을 복용시키지 않도록 한다" 등 허가사항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최근 기존의 내용을 모두 삭제하는 한편 만 2세 미만은 의사 진료 후 복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도록 지시했다. 이번 조치로 감기약에 대한 영유아의 투여가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7년 미국 소아과 의사들 문제제기로 이슈화

사실 이 같은 조치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2007년 미국의 소아과 의사들이 일반의약품 감기약의 과다복용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2007년 3월 미국 소아과전문의 16명이 비처방 감기약 과다복용의 문제점을 지적한 탄원서를 제출하자 미국식품의약국(FDA)는 안전성에 대한 재검토를 착수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같은 해 9월 발표했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1969년부터 2006년 사이에 일반 감기약을 복용한 소아에서 사망사건이 확인됐다. 비충혈제와 관련된 사망이 54건이나 있었고, 항히스타민제 관련 사망도 68건이나 됐다.

이를 계기로 당해 10월 미국비처방의약품협회(CHPA)는 정량단위를 초과해 투여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2세 미만 유아용 감기약 14개 제품을 자진 리콜했고, 비슷한 시기에 FDA는 자문위원회를 열고 2세 미만의 소아에 일반 감기약 치료제를 판매하지 않도록 결정했다(21대 1로 투표 가결). 이 과정에서 2세에서 6까지의 소아에도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와 투표 끝에 결정됐고(13대 9), 6세부터 11세는 부결(6대 11)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결정을 토대로 2008년 1월 17일 FDA는 공중위생권고안을 냈는데 최종단계서는 2세 미만에서 일반 감기약 금지를 권고토록 했고, 2~11세까지는 설명서에 따른 복용량을 반드시 지키고 약물복용 전용의 계량컵이나 계량스푼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는 등 안전성 강화 조치를 내렸다.

이 조치의 일환으로 10월 CHPA는 자발적으로 소아용 일반 감기약의 라벨에 4세 이하의 복용을 금지하는 경고를 부착했다. 이와 함께 항히스타민 함유 제품에는 소아의 진정이나 수면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한, 주요 제조사는 투약 실수를 줄이기 위해 액상 감기약에 대해 용량 계측도구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미국이 강력한 조치를 한 배경에는 우리와 다른 의료환경도 한몫한다. 미국은 의료비가 비싸 감기로 의사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지 않고, 일반 감기약으로 자가 치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만큼 일반약의 과다복용이 많으며, 특히 영유아의 경우 정량화 용기를 사용하지 않아 부작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영국•캐나다 등도 안전성 강화 조치

미 FDA 조치가 나오면서 영국도 2009년 12세 이하 소아용 일반약 감기약에 대한 대책을 내고, 주요 텍스트로메트로판, 폴코딘, 구아이페네신, 이페카쿠아냐, 에페드린, 옥시메타졸린, 브롬페니라민, 클로페리라민 등의 활성 성분들을 함유한 제품을 6세 미만의 소아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또 해당 성분이 들어 있는 6~12세 소아용 제품에 대해서는 사용을 금지하지 않았지만 라벨에 사용지침을 명확히 표기하고 소아에 안전한 용기를 사용해 상담이 가능한 약국에서만 시판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나라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있다.

대한소아과학회 김영환 보험이사는 "일반약 소아과 약물의 가장 흔한 문제는 과량복용인데 영유아는 이로 인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도 자신의 상태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들의 인지도도 낮으며 그로 인한 문제점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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