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C형간염] 환자 상태별 다른 길 선택, 도입에 앞서 비용효과 분석 필수

C형간염 치료 신약의 국내 도입이 예고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차세대 경구용 DAA(Direct-Acting Antivirus)가 올해 국내 도입을 앞두고 있는 것. 이미 작년 6월 1세대 DAA인 보세프레비르(boceprevir)가 국내 허가되면서 차세대 DAA의 도입에 물꼬가 터질 전망이다. 
 
차세대 DAA 효과는 전 세계 대규모 임상을 통해 확실히 입증됐지만  비싼 가격이 단연 화두다. 반면 현재 표준치료제인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은 DAA보다 월등히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치료에도 예외적인 옵션이 존재하는 법. 우리나라는 인터페론 치료에 반응성이 좋은 IL28B CC형이 대부분이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가 분명 있다. 
 
따라서 간섬유화가 진행된 고령 환자를 비롯 유전자형별 치료 효과를 놓고 보면 단순히 가격만 가지고 쉬이 단정지을 문제는 아니다. 2015년을 맞아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과 새로운 DAA들 각각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향후 처방양상의 변화 및 가격적인 부분에서 선결과제를 짚어봤다.
 
 
2. DAA 적용 대상 환자, DAA 비싼 가격 이렇게 잡는다(전문가 의견)

환자 상태별로 다른 길 선택, 진행 빠른 경우는 페그인터페론으로 곧장 '직진'

기존 치료로 성공률 낮을 땐 DAA '신호대기'
 
 
만성 C형간염에 대한 이상적인 치료법은 이전 치료 여부, 간경변증 및 유전자형에 상관없이 단기간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높은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데 있다.
 
하지만 보세프레비르와 텔라프레비르 등 1세대 DAA제제는 기대와 달리 발진, 가려움증, 빈혈, 소화기증상과 미각장애가 나타나고 빈혈로 인해 약물의 감량이 필요한 부작용 보고가 있었다. 더욱이 작년 6월 국내에도 승인된 보세프레비르는 한 번에 4 캡슐씩 하루 3번 복용으로 순응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국내 도입이 머지않은 차세대 DAA 역시 각각의 약제에 따라 나타나는 이상반응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개 경증으로 피로, 두통, 불면증, 오심, 가려움증, 설사 등이 관찰됐다. 투약에 따른 이상반응이 주사제인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추후 이러한 차세대 DAA의 치료 효과 및 안전성과 관련한 국내 근거가 마련돼 국내 사용이 승인되더라도 높은 비용부담으로 실제 원활한 처방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DAA는 의료보험 적용범위에 따라 기존 치료에 적합한 대상이 되지 않거나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선별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치료제 적용에서 관건은 △현재 표준치료의 SVR 유지 △DAA 도입까지 치료를 기다렸을 때 간질환의 진행위험성 수준 △치료에 수반되는 개인 사회적 비용 여력 △환자의 치료 의지다. 이에 따라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 '즉시치료' 또는 새로운 DAA가 도입될 때까지 치료를 연기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간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치료대상 어떻게 나누나
 
향후 C형간염 환자에서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 또는 차세대 DAA의 치료적용에 대해 현재 학계의 생각은 같다. 현 표준치료인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권하는 대상군은 C형간염바이러스 유전자형 2형 또는 3형, IL28B CC형, 간경변증을 포함하는 섬유화가 진행된 환자, 기존치료에 적극적이고 경제적으로 DAA 처방이 어려운 경우 등이다.
 
차세대 DAA 기반 치료는 비대상 간경변증 등 인터페론 치료가 곤란한 경우, IL28B가 CC형이 아닌 경우, 기존 표준치료가 금기에 해당하거나 심한 부작용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등이다.
 
즉 C형간염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는 기존 치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각종 검사를 통해 간섬유화가 진행된 환자는 즉시 표준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심장질환, 폐질환, 혈액질환, 자가면역질환, 신경정신과질환, 신장질환 등이 동반됐으며 치료에 따른 부작용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비대상성 간질환, 혹은 치료비반응군, 간이식환자군 등 기존 치료로 치료 성공률이 낮을 것으로 생각되면 DAA 도입시까지 기다리는 것을 고려한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또한 간섬유화가 진행되지 않았거나 진행이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치료 반응이 좋을 것으로 생각되는 유전자형 2형의 경우 간섬유화나 간경변이 없는 환자는 기존의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에도 반응이 좋겠지만  환자 사정상 치료를 미룬다고 해도 관리에 있어서 급박한 상황이 생길 확률은 낮다는 분석이다.
 
치료시점 DAA 국내 도입 시기 관건
 
이와 관련 이정일 교수는 "최근 국내 C형간염 치료 가이드라인은 물론 미국이나 유럽가이드라인에서도 치료가 가장 시급한 환자로 간섬유화나 간경변과 같이 진행된 간질환을 가진 C형간염 환자를 들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서 치료를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하지만 진행성 간질환을 가진 C형간염 환자의 경우 국내에서 유일한 치료법인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병용요법에 낮은 반응을 보이고 부작용도 더 많이 보일 수 있어 간질환이 심하지 않은 환자보다 치료에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이 교수는 DAA 병용요법 가운데 소포스부비르 + 레디파스비르 임상시험 결과 간섬유화나 간경변이 있는 환자에서도 간질환이 진행되지 않은 환자와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는 사실로 하나의 대안을 제시했다.
결국 치료 시점을 결정하는 데에는 '이미 외국에서 시판 중인 DAA 제제들의 국내 도입 시기'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동준 교수는 "만성 간염 환자들 중에서도 현재 간섬유화가 경미하고 진행속도가 빠르지 않은 환자라면 향후 DAA로 구성된 경구요법 치료가 가능할 때까지 치료를 연기할 수 있겠지만 이미 섬유화가 진행된 2기 이상이거나 간섬유화 진행속도가 빠른 환자는 가급적 빨리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환자의 상태에 맞는 치료전략을 강조했다.
 
단 DAA 치료에 실패할 경우 추가치료의 가능성이 줄고 다약제내성이 발생할 위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DAA 길목 막지 말아야"
 
가격 합리적으로 낮추고 보험적용기준 최대한 넓혀 
 
국내에서는 C형간염을 완치하는 데 유전자형 1형의 경우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병용요법으로 평균 1년의 치료기간 동안 1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하며 약가는 보험적용 시 약 300만원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페그인터페론 병용치료가 미국, 유럽 등지보다 4분의 1 정도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성적은 10~15% 더 높게 유지되고 있어 충분한 강점이 된다.
 
하지만 미국, 유럽에서는 차세대 DAA가 비싼 약가에도 불구하고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과 비교해 비용효과적이란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DAA를 표준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의료수가 면에서 큰 편차를 나타내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란 어렵다. 차세대 DAA의 국내 도입에 앞서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 비용효과 분석 연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비용효과 분석 선행돼야
 
미국이나 유럽은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의 치료 비용이 국내보다 현저히 높기 때문에 DAA 치료제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더라도 비용대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페그인터페론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됐기 때문에 DAA의 가격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낮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차세대 DAA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비용문제다. 이와 관련 가까운 일본은 미국 및 유럽보다 저렴한 가격에 C형간염 치료제가 보급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영석 교수는 "우리나라는 일본과는 달리 B형간염이 급만성 간염 및 간경변증, 간암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C형간염 환자가 많은 일본과 같이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적절한 약값 책정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며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약가가 책정된다 해도 상대적으로 체감하는 C형간염 치료제 가격은 일본 국민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일 교수도 한 목소리를 냈다. 이 교수는 "일본은 DAA 중 하나인 시메프레비르가 미국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됐다. 물론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C형간염 환자가 더 많고 해당 시장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가격 설정이 가능했지만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차세대 DAA의 국내 도입과 관련해 정부와의 논의 과정이 지연되거나 실패하면 치료 옵션 선택에 있어 고스란히 환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간다. 기존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으로 치료가 어렵거나 불량한 성적이 예측되는 환자군, 간이식 환자와 같은 특수한 경우에서는 치료에 대한 접근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유전자형 1형을 포함해 치료성적이 불량할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군에서는 비용대비 효과 분석을 통해 국내 출시가격 조정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제약사 압박하기보다 보험적용 확대
 
주목할 점은 해외에서 가격 조율 사례가 있다는 것.
이정일 교수는 가장 강력한 DAA 가운데 하나인 소포스부비르를 생산하는 길리어드가 인도, 파키스탄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소포스부비르의 제네릭 약물 생산을 허락한 사실을 일례로 들었다. 소포스부비르 3개월 사용에 미국은 8만 4000달러의 치료 비용이 들지만 인도에서는 한달 300달러면 처방이 가능하게 한 것. 
 
해당 제약사측은 인도적 차원에서 이러한 일을 했다고 밝혔지만 현재 미국에서도 소포스부비르로 치료받을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을 가진 환자는 1% 미만이라는 통계가 있어 의문이 제기된다. 
 
이 교수는 "DAA가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는 환자를 위해서라도 DAA의 도입이 늦춰져서는 안 된다. 이러한 환자에게 보험적용과 같은 혜택이 우선 적용돼야 할 것"이라며 "다른 여러 나라의 사례를 꼼꼼하게 분석해서 우리나라에 유리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환자를 볼모로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단순히 제약사에 가격 인하 압박만을 할 것이 아니고, C형간염 환자들이 실제적으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보험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른바 제약사와 환자 관리의 윈-윈 정책이다.
 
김창욱 교수는 "문제가 되는 투석환자나 제소자들에게는 무상치료 또는 본인부담금비율 경감 등을 통해 가격을 합리적으로 낮추고 보험적용기준을 최대한 넓혀서 실제 치료를 받는 환자가 많아져야 한다. 그러면 국가적으로도 해당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용이해져 C형간염 박멸을 기대할 수 있고, 제조사는 치료건수가 늘기 때문에 가격 인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김동준 교수는 "C형간염이 국가감염병 분류상 지정감염병이므로 표본감시를 하는 정도 외에는 정부에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만일 재발해 재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약값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서 DAA의 도입을 먼저 상정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고 의견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간질환 환자에 대한 정책, 건강보험 강제규정의 비합리성, 간질환 환자에 대한 의료경제적인 분석과 비용효과 분석 등의 포괄적인 토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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