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백혈병으로 딸 아이를 잃었다. 당시 의료진들이 급여기준에 발이 묶여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을 목격하며, 우리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된 그는 사람을 위한 의료정책, 사람을 살리는 의료제도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19대 후반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문을 연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후반기 복지위는 원격의료와 의료법인 영리자법인 허용 등 의료영리화 논란으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간들을 보냈다. 정부·여당과 야당·시민단체 연합의 대치상황이 이어지면서, 일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014년 후반기 보건복지위를 이끌고 있는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을 만나 각종 의료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위원장은 치과의사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였던 과거,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입법을 총괄하는 복지위원장인 현재의 자리를 아우르며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김 위원장은 경희치대를 졸업했으며, 지난 2004년 국회에 입성한 뒤 내리 3선을 지냈다. 초선이던 17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일했고, 이후 교육과학기술위원회와 농림수산식품위원으로 활동하다 이번에 다시 복지위로 돌아왔다. <편집자 주>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수가 문제로 뒷전 밀려선 안돼"Q. 위원장을 맡고 첫 국감을 치렀다. 오랜만에 복지위로 복귀한 데다, 위원장 직위로 의정활동을 펼치는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6년 만에 복지위로 돌아와 감회가 새롭다. 복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의정활동을 하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무엇보다 민생이 최우선이라는 확고한 원칙 아래, 복지위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남은 임기동안에도 복지위원장으로서 소통과 양보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여야 의원들의 중지를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지난해는 의료영리화 논란으로 복지위도 많은 부침을 겪었는데

-의료영리화 문제로 상임위가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어 안타깝다. 정부가 법으로 해야할 것을 행정입법으로 추진하면서 국회와 불필요한 마찰을 가져왔고 이제는 서로 다른 내용의 입법이 상임위 내에서 충돌하면서 안건 상정자체가 어렵게 됐다. 여야 한발씩 물러나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논의가 필요한 것은 해야 한다고 본다.

Q. 원격의료 시범사업 추진을 놓고 의정간 갈등이 여전하다. 최근에는 의료분쟁절차 자동개시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이 이슈가 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이해와 소통이 없는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주의는 합목적성 뿐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도 있어야 한다. 목적이 옳다고 절차를 건너뛰는 것은 옳지 않다. 의료분쟁조정법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와 소통을 해야 한다. 단지 자신의 이해관계만 따지는 것은 지식인의 태도가 아니다. 설득하고 노력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Q. 저수가 문제는 의료계의 해묵은 과제다. 수가 현실화 필요성에 동의하나. 만약 그렇다면 해법은.

 
-의료수가를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생명과 직결과는 행위, 이른바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를 높여야 한다. 생명과 직결되는 일을 하는 의사가 존중을 받아야 하는데 불행히도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인구 노령화와 만성질환자의 증가로 의료비가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 됐다. 문제는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쓰느냐다. 전반적으로 수가체계를 개선해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는, 일단 해당 분야만 한정해서라도 예산을 늘려 해당 과목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가 문제로 생명과 직결되는 과목들이 기피과가 돼버렸다. 지금이야 기존의 의사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미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에게 양질의, 기본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의사들이 많아야 한다. 내가 장관이라면 그 부분에 주안점을 두겠다.

또 하나, 사람을 위한 의료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백혈병으로 딸 아이를 잃었다. 백혈구 수치가 계속 낮아지는걸 확인하면서도 건강보험 기준 때문에 일정 증상이 나타나야 처치를 해 줄 수 있다고 하더라. 사람을 살리는 치료가 아닌 죽이는 치료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위한 정책, 사람을 위한 치료가 중심되는 의료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Q. 새해 의료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한 해 동안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앞장서 노력해 주신 의사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을미년 새해에는 의사분들이 걱정 없이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제도 개선에 더욱 힘써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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