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고광곤 교수

스타틴과 다른 지질억제 기전으로 시너지 발휘
혈압•인슐린저항성•비만 개선 부가혜택도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새로운 지질 가이드라인에서 비스타틴계 약물과 관련해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예방의 유의한 혜택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임상적용 근거가 낮다"고 밝혔다.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에 대해서도 "ASCVD 위험감소의 정도가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스타틴에 더해지는) 다중 약물요법으로 인한 잠재적 부작용 위험이 고려되지 않아 채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전 연구에서 △스타틴에 비스타틴계 약물을 더해 LDL 콜레스테롤을 더 낮출 경우 △스타틴 단독과 비교해 심혈관 사건 위험도 감소의 혜택이 명확하지 않고 △비스타틴계 약물추가로 인한 부작용 위험 또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은 스타틴에만 집중했고, 여타 제제의 선택은 배제했다. 하지만 스타틴 자체의 한계, 즉 최대용량으로도 LDL 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와 잔존하는 심혈관질환 잔여위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미 가인드라인 논거 뒤집은 IMPROVE-IT 결과

이 가이드라인의 논거를 완전히 뒤집는 IMPROVE-IT 연구가 최근 발표됐다. 대규모의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를 장기간 치료•관찰한 결과, 심바스타틴 + 에제티미브 복합제(바이토린) 요법은 ACC•AHA가 임상적용 권고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모든 사항을 만족시켰다.

스타틴에 더해진 에제티미브 전략은 △스타틴 단독과 비교해 LDL 콜레스테롤을 53mg/dL까지 더 낮췄다. 강력한 지질조절 효과는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를 6.4% 유의하게 감소시켰으며 △부작용 위험도 없었던 것으로 귀결됐다.

일련의 비스타틴계 약물들이 실패했던 스타틴 뛰어넘기에 에제티미브가 포함된 바이토린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다년간 스타틴 + 비스타틴계 병용요법 연구에 전념해 온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의 고광곤 교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 스타틴과 차별화되는 에제티미브의 지질조절 기전과 여기에 더해지는 심혈관보호효과, 즉 pleiotropic effects 또는 off-target effects(다면발현효과)를 꼽았다.

"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는 에제티미브의 기전이 스타틴과 병용 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혈압•인슐린저항성•비만 등의 잔여 위험인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가적 혜택이 궁극적인 심혈관사건 예방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 IMPROVE-IT 연구의 배경, 즉 스타틴 혜택에도 불구하고 에제티미브라는 비스타틴계 약물을 더해 심혈관 혜택을 본 이유는?

▲ 고광곤 교수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 LDL 콜레스테롤 70mg/dL 미만이 요구되는 초고위험군에서 스타틴으로도 조절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게 존재한다. 이 경우 스타틴 증량(double dose)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Rule of six'라고 해서 초기용량에 더해지는 추가적인 LDL 콜레스테롤 조절효과는 용량을 2배 늘려도 고작 6%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제기된 당뇨병 위험 등 스타틴 고용량의 부작용 문제 또한 고려돼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틴 용량에 변화를 주지 않고 △비스타틴계 약물인 에제티미브를 더해 LDL 콜레스테롤을 20% 더 낮출 수 있는지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심혈관사건 위험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보고 △선행 연구에서 제시된 에제티미브의 안전성을 관찰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었다.

"차별화 지질조절 기전으로 강력한 시너지 효과"
- 여타 비스타틴계 약물이 성공하지 못했던 심혈관질환 개선의 혜택은 어디에서 기인했다고 보는지?

- LDL 콜레스테롤을 더 많이 낮춘 것이 주요했다. 또 지질을 얼마나 낮추느냐와 함께 어떻게 낮추느냐도 중요한 사안이다. 스타틴이 간에서 LDL 수용체를 증진시켜 지질을 감소시킨다면, 에제티미브는 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는 기전이다. 동물실험을 보면 혈관 경화반(plaque) 내 콜레스테롤의 80%는 Apo B48(chylomicrons), 나머지 20%는 Apo B100(VLDL, LDL)으로 구성돼 있다.

스타틴은 Apo B100의 생성은 확실히 억제하는 반면 Apo B48 생성과는 무관하다. 에제티미브는 경화반 콜레스테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Apo B48의 생성억제에 관여한다. 따라서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를 더할 경우 경화반 구성인자 모두를 억제해 강력한 지질조절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물론, 경화반 퇴행이나 안정화에도 보다 크게 기여할 수 있다. IMPROVE-IT 연구에서도 스타틴군은 1년시점의 LDL 콜레스테롤이 69.9mg/dL였던 반면 에제티미브 복합제군은 53.2mg/dL까지 낮출 수 있었다.

"대사인자 조절에도 긍정적 혜택"
- 강력한 지질조절이 심혈관사건 예방으로 이어진 것인가?

- LDL 콜레스테롤 저하가 주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심혈관질환에는 지질 말고도 여러 잔여 위험인자들이 개입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에제티미브는 처음 등장 때부터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등 지질조절 외에 여타 잔여 위험인자에 대한 혜택 가능성을 보였다. 대사증후군, 비만 혹은 당뇨 유발 쥐의 관찰에서 지방간, 인슐린저항성 등 대사인자 조절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후 여러 연구에서 내장지방을 줄이면서 복부비만 개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최근 외래환자들을 대상으로 에제티미브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직접 진행했는데, 일관된 결과가 도출됐다. 에제티미브 복합제가 심바스타틴 단독에 비해 LDL 콜레스테롤을 18%를 더 낮춤으로써 아주 우수했다. 혈압의 경우, 에제티미브 복합제는 유의한 개선이 있었으나 스타틴 단독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인슐린저항성이나 복부비만 등의 인자에서도 스타틴은 부정적 결과를, 에제티미브 복합제는 유의한 개선효과를 나타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off-target effects를 확인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당뇨병, 비만 환자에서 에제티미브 역할 시사"
-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사건 혜택이 뛰어났는데.

- 인슐린저항성과 관련한 혜택, 즉 앞서 설명한 off-target effects가 기여했을 것으로 본다.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SHARP 연구에서도 이미 혜택의 가능성이 보고된 바 있다. 에제티미브군에서 주요 동맥경화성 사건이 17% 유의하게 감소했는데, 당뇨병 환자그룹에서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 비만 하위그룹에서도 보다 우수한 효과가 보고됐다. 고콜레스테롤혈증 뿐만 아니라 당뇨병, 비만 환자에서 스타틴과의 병용요법으로서 에제티미브의 역할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허혈성 뇌졸중 21% 감소, SPARCL 이후 처음"
- 뇌졸중 감소와 안전성 측면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 심근경색증을 13%, 허혈성 뇌졸중을 21%까지 감소시켰다. 허혈성 뇌졸중의 경우 혈압보다는 지질이상에 의한 동맥경화증이 주요 인자로 작용하는데, 스타틴 단독보다 LDL 콜레스테롤을 20% 더 감소시킨 것이 결정적이었다. 지질치료를 통한 뇌졸중 예방의 혜택을 입증한 것은 SPARCL 연구 이후 처음이다. 강력한 지질조절에도 불구하고 안전성 측면에서 암, 담낭질환, 근육통 등에서 차이가 없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가이드라인 변화 및 에제티미브 임상적용 확대 전망"
- IMPROVE-IT 결과에 근거해 임상현장의 지질치료 팁을 제안한다면?

- 심혈관질환 예방에 있어 스타틴의 일부 한계를 고려했을 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전략적 근거가 마련됐다. ACC•AHA의 가이드라인도 일정 정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ACS 환자와 같은 초고위험군에서는 스타틴 고용량에 에제티미브 추가를 통해 심혈관질환 혜택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안정형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는 스타틴 최적용량에 더해 에제티미브, RAAS 차단제, PPAR 작용제 등을 병용하면 스타틴 고용량에 의한 원하지 않는 효과(untoward effects)인 당뇨병 위험도 줄이면서 잔여 위험인자도 개선하기 때문에 좋을 것이다.

1차예방의 경우는 당뇨병 위험인자가 없는 환자라면 저용량 스타틴(아시아인 경우, 서양인은 최적용량)이 적합할 것이고, 위험인자가 있다면 저용량 또는 최적용량 스타틴에 에제티미브 등의 약제를 추가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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