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암생존연구회 심포지엄서 이대호 총무이사 주장

"100만이 넘는 암환자들이 치료 후 방치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표준화된 암생존자 관리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 한국암생존연구회 이대호 총무이사

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개최된 한국암생존연구회(Korean Study Group for Care Survivorship)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이대호 총무이사(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가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국립암센터 재직 시절부터 말기암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심을 쏟아왔다는 이 총무이사는 "암 유병률 증가로 매년 20만명이 새로 암진단을 받고 있고, 5년 생존율이 60%를 넘어섬에 따라 누적 생존자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호스피스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장기적인 암생존자 관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획기적인 표적치료제의 등장과 조기검진 덕택에 암환자들의 생존기간이 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들에게는 암치료로 인한 후유증과 암과 무관한 만성질환, 이차암, 재발과 같은 또다른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수술 후 식단조절이나 영양, 재활 등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고, 직장생활 복귀로 이어지지 못해 겪게 되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무력감,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는 암환자들을 진료하다보면 급성기 항암치료를 적극적으로 받고 있는 중에도 전문의와 상의없이 기존에 일차의료기관에서 처방받던 스타틴 제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한다던지, 유방암 수술 후 체중조절이 전혀 안 된다던지, 심지어 폐암 진단 후에도 담배를 끊지 못한다던지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폐암으로 진단받고 수년간 잘 관리해온 환자가 어느날 갑자기 대장암이 발견됐다며 원망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 소견에 따라 치료를 받고 있고 병원에 열심히 다녔으니깐 다른 암을 포함해 모든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지금의 김 성 회장(삼성서울병원 외과)이나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서울대학교암병원 암통합케어센터) 등과 함께 연구회 조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의사 개개인이나 기관 차원에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암전문의-일차진료의 의사소통·상호신뢰 부재

이 총무이사는 "현재로서는 우리나라에서 암생존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의 상당부분에 대한 책임이 암전문의들과 3차 의료기관에 집중돼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암전문의들과 일차진료의들 간 네트워킹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암환자들은 암으로 진단되는 순간부터 암 자체는 물론 동반하고 있는 모든 질환과 발생 가능한 문제들에 대해 암전문의가 직접 관리해주길 원한다는 것. 그러나 암전문의가 암 이외 만성질환, 이차암 예방과 같은 전반적인 건강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일차진료의 입장에서는 치료계획에 대한 정보공유 없이 환자의 요구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어서 결과적으로 환자들은 자의적으로 판단하거나 인터넷, 종편방송에서 떠도는 근거모를 정보들에 여과없이 노출되고 만다.

그는 "암생존자들이 초기 급성기 치료 이후에도 연속성을 가지고 관리되기 위해서는 암전문의와 일차진료의 간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전문의들은 전문분야인 일차암 치료에 집중하고 지역사회 일차의료기관에서 이차암 예방을 위한 건강검진과 전반적인 건강관리를 담당하도록 하는 공동진료모형(shared care model)이 대표적인 예다.

▲ 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한국암생존연구회 창립 기념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제작한 양식(template)을 들어 의료진들이 진료현장에서 '생존케어플랜(survivorship care plan)'으로 활용하는 것도 소통을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암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진료수첩에 현재 환자가 제공받고 있는 치료내역과 주치의 연락처, 앞으로의 치료계획 등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환자 본인이 치료계획에 참여함으로써 주도적인 관리가 가능해지고, 부작용 관리 및 예방, 심리적 스트레스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 총무이사는 "암종별로 나와있는 가이드라인을 부착해주기도 하는데 미국에서는 반드시 암전문의들이 직접 케어플랜을 기술하도록 돼있고, 이 부분에 대한 수가도 책정돼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장기적으로 암생존자 관리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액이라도 상담료가 보험으로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아직 치료방법이 정립돼 있지 않은 암종들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지역사회 보건소나 주민센터 등에서 암환자들에게 재활, 영양, 운동요법을 교육시킬 수 있는 중간관리자를 양성하는 것도 암전문의들의 몫이다. 암생존자들의 모든 영역을 직접 케어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사회, 일차의료기관과 연계를 통해 연속적으로 통합관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그는 "암치료 후 생긴 기능장애나 재활을 돕기 위한 암체조를 만들어 보급하고 싶은 생각도 가지고 있다"며, "창립 기념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연구회에서 구상하고 있는 다양한 계획들을 하나하나 구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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