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암생존연구회 김 성 회장

▲ 한국암생존연구회 김 성 회장

암생존자 100만명시대.

201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0년 한해동안 국내에서 새롭게 암진단을 받은 환자수는 20만 2053명(남성 10만 3014명, 여성 9만 9039명)으로 10년 전(10만 1772명)보다 98.5% 증가했다. 조기검진과 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암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60%대를 넘어선지 오래이고, 그 결과 매년 12만명에 달하는 암생존자들이 양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추세대로라면 2015년 누적 생존자수가 11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급증하는 암생존자수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관리대책은 아직까지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

미국 국가종합암네트워크(NCCN)나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종양학회(ESMO) 등에서 앞다퉈 암생존자 가이드라인과 관리 및 교육프로그램, 정책안들을 제시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근거로 삼을 만한 연구 데이터조차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암치료 후 장기생존자들에 대한 연구와 교육, 정책개발 등의 노력을 통해 국내 실정에 맞는 암생존자 관리 모델을 구축하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자는 데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모여 연구회를 설립했다. 대한암학회 산하로 지난 5월 발기인 대회를 가진 '한국암생존연구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국암생존연구회 초대회장으로 추대된 김 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외과)는 "최근 암치료의 패러다임이 암의 완치만을 목적으로 하는 큐어(cure)의 개념에서 치료 후 관리를 의미하는 케어(care)로 완전히 바뀌었다"며, "암치료가 끝난 환자들을 지역사회 또는 일차의료기관으로 연계시킴으로써 치료 후 관리를 활성화 하자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연구회는 위암수술의 최고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김 회장을 비롯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울산의대 이대호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와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서울대학교암병원 암통합케어센터), 국립암센터 이은숙 박사(유방암센터)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암 전문의들이 주축이 됐으며 그 밖에 식품영양학, 재활의학, 정신종양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암이라는 질환의 특수성 때문에 암 전문의가 주도할 필요성은 있지만 환자들이 지역사회로 복귀한 후 영양관리부터 체중조절, 운동, 재활, 심리치료 등 의료진만으로 포용할 수 없는 영역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참여 범위를 넓혔다. 멤버를 모으고 연구회 모양새를 갖추기까지 1년 여의 준비기간을 거쳤고, 그 결과 다가오는 5일에는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지하1층 강당에서 창립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암 치료율이 향상되면서 적게는 3년, 많게는 20년이라는 생존기간이 추가로 주어지게 됐고, 이 기간동안 환자들은 이차암 및 재발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동반된 만성질환, 치료 관련 부작용과 이차 기능장애, 우울감 등 새로운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기껏 위암수술 후 완치판정을 받고 5년동안 잘 유지해온 환자가 이차암 검진을 놓쳐 대장암에 쓰러지고, 당화혈색소(HbA1C) 8% 수준까지 혈당조절이 안되는 현실을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심지어는 폐암으로 진단 받았음에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그는 "암환자를 대면하는 의료진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테지만 암치료 후 건강관리의 주체가 모호하고, 통일된 원칙없이 각 기관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행해지고 있기 때문에 효율성도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즉 '암 전문의와 일차진료의 간 소통의 부재'가 그가 바라보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다.

현실적으로 암 전문의가 늘어나는 암생존자들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치료 이후 지역사회 일차의료기관의 연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수가로까지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일례로 미국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실정이었지만 ASCO에서 제작한 암환자 관리수첩(template)을 진료현장에 도입하고 환자가 받고 있는 치료내역과 항암제 종류, 방사선치료 부위 등을 암 전문의가 직접 상세히 기록하도록 급여화 함으로써 진료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교육 효과뿐 아니라 진료소견서와 같은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암 이외 다른 진료 목적으로 일차의료기관에 내원하더라도 치료계획에 대한 정보공유가 훨씬 용이해진다는 설명이다.

추후 논의해 봐야 할 문제지만 지역사회의 보건소, 주민센터 등과 협력을 통해 운동요법, 재활치료, 영양교육 등을 담당할 수 있는 중간관리자들을 육성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암환자들의 공포심리를 악용해 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을 뿌리뽑고 철저하게 근거에 기반한 치료만 행해질 수 있도록 대국민교육 및 홍보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현재 한국암생존연구회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모임은 2002년도부터 미국에서 2년 간격으로 열리고 있는 암생존자연구컨퍼런스(Cancer Survivorship Research Conference)다.

미국암학회(ACS), 미국보건복지부(HHS), 미국립보건원(NIH)과 리브스트롱 재단(Livestoring Foundation),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학술행사인데 환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해결과 더불어 치료 전주기에 걸친 포괄적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아젠다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연구회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김 회장은 "국가암검진사업과 암환자의료비지원사업 등 제도권 내에 유용한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돼 있음에도 접근성이 떨어져 실제 암환자들에게충분한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선진화 되어있는 외국 국가들의 가이드라인과 제도 등을 참고하고 국내 데이터 마련 및 정부와 대화를 통해 연구회 차원에서 차차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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