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으로 쓰면 독자·투고자 급감, 국문 논문은 활용도 떨어져

국내 학회들이 학술지를 국문으로 발행할지, 영문으로 할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민하다가 두 가지 형태를 모두 발간할 경우에도 재정이나 활용도에서 문제가 있는 실정이다.

28일 대한의학회 임원아카데미에서는 각 학회들의 이 같은 고민을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현재 158개 학회 중 국문학술지를 발행하는 곳은 86개(54%)며, 이중 59개 학회가 국문만 단독으로 발행 중이다.

5개(3%) 학회는 국문과 영문이 함께 있는 통합학술지를 발행하고 있으며, 18개(11%) 학회는 국문학술지를 발행하는 동시에 영문학술지를 따로 발행하고 있다.

학술지 발행은 혼재와 동시에 온라인의 활용도는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었다. 온라인 투고시스템이 있는 곳은 단 14곳 뿐이었고, 비회원의 경우 논문 전문을 열람할 수 없는 곳도 18개나 됐다.

국문만 만드는 곳도, 영문만 발행하는 곳도, 동시에 하는 곳도 모두 그들만의 고민이 있었다.

두 가지 발행하는 영상의학회, 영문판만 인기...."그럼에도 국문 필요"

▲ 대한영상의학회 최상희 편집간사.

우선 대한영상의학회는 영문과 국문 학술지를 동시에 발행하는 학회며, 국문은 1964년부터, 영문은 Medline 등재에 계속 떨어지자 2000년에 만들게 됐다.

최상희 부편집인(성균관의대 교수)은 "메드라인의 계속된 거절로 영문학회지를 따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영문지 KJR는 현재 IF=1.8로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KJR로 발간하고 대한영상학회지의 위기가 됐다"며 "교수업적평가시 SCI만 인정되면서부터다. 이는 IF=0.056에 불과하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영문 논문의 비율이 증가하고 인터넷 구독이 가능해지면서, 국문판 영상의학회지의 구독자가 800명에서 200명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투고하는 논문 역시 감소했다. 최 부편집인은 "초록이 국영문으로 혼합돼 메드라인에 등재되지 않은 것은 물론, 투고율이 상당히 떨어지게 됐다"며 "지난해 폐간의 위기가 오면서, 발전방향에 대해 토론회 개최했고 유지하자는 데 초점두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한글의 우수성 알리기 위해 계속 발행을 결정했으며, 국문 학술지는 한자병기 가능. 정체성 유지, 우리의학 발전 홍보 등의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신경과학회지도 국·영문 동시 발행 중이며, 영상의학회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울산의대 이상암 교수는 "문제는 많지만 국문학술지도 필요하기에 우리 역시 유지키로 했다. 앞으로 종성과 증례 위주로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영문판만 발행 후 심사위원 모집 어려움, 논문 내는 교수도 급감

영문만 발행하는 대한외과학회도 상당한 문제에 봉착했다.

이화의대 이령아 교수는 "학술지의 인용지수를 올리기 위해 2011년부터 영문논문만 게재하고 있다"면서 "인용지수를 높이기 위해 학술지 명칭도 영문(ASTR)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영문만으로 발간하면서 일시적인 논문 수 급감, 논문 심사의 거절 비율의 증가, 심사위원 부족, 발행비용의 상승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이 교수는 "최하위 인용 지수다. 처음 발행 후 IF=0.11에서 올해 0.6이다. 게다가 게재불가율은 60% 정도"라면서 "외과학회지는 전통적으로 외과의사들의 연구결과를 알리고 공유하는 목적으로 발간됐는데, 연재는 이러한 목적이 상실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영문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학생교육은 물론 영문전환 후 의학용어가 많이 달라지면서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러한 고충으로 현재 산하 분과학회들과 국문학술지를 병용 발간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영문만 발간하던 곳 중 한국유방암학회는 낮은 게재율, 전공의의 논문 소화 불가능, 중소병원 및 개원가의 요구, 양성질환에 대한 논문 필요 등을 이유로 결국 '국문판'을 재창간 했다.

한국유방암학회 정용식 편집인은 "앞으로 심사위원, 편집위원과 투고 편수를 확보하는 데 힘쓸 것"이라며 "학문의 자생적 발전을 위해 우리의 언어로 학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문만 발행하니 교수들 승진(?)에 도움 못돼..."학술 퀄리티 높여 한국어판 외국사람들 보게 해야" 

▲ 대한응급의학회 김규석 간행이사.

응급의학회는 국문으로만 발행 중이다. 이곳에서 나오는 논문이 대부분 전문의 시험 대체용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 또한 응급의학회는 학술지에 정책 제언용 연구를 많이 진행해 정부와의 논의시 학술지를 근거자료(Policy Statement)로도 사용하고 있다.

김규석 간행이사는 "국문으로 발행하면 학문적 발견에 대한 공유가 쉽고, 환자진료에 바로 적용할 수 있어 국민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논문이 인센티브나 승진과 연계되면서 국문학술지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의사협회 학술지 역시 국문으로만 발행 중인데, SCI에 등재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점을 안게 됐다.

그럼에도 이혜연 편집위원장은 지속적으로 국문을 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회원은 물론 의료계를 넘어 관련된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 정책결정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자료가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어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학문의 발전이 있어야 한다. 학문이 발전하고 최신 지견이 있으며 이를 읽으려고 할 것"이라며 "앞으로 국문임에도 많은 활용과 우위선점을 위해 선도적 학자들의 특별 리뷰, 학술강좌 게재, 한국 의료계 흐름과 동향 제시, 의료현장 최신지견 등을 담는 데 힘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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