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바이러스 안전성 내약성 만족...최신연구 풍성

 

[AASLD 2014]미국간학회(AASLD)가 지난 11월 7일~11일까지 미국 보스톤에서 The Liver Meeting 2014 연례회의를 개최했다.

올해는 '간질환 치료에 있어 최신 의료윤리와 인간성' '간치료의 가치 기반 의학' 심포지엄을 새로이 추가하고 AASLD의 지난 40년간의 발자취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ASGE)와 세계간이식협회(ILTS), 소아소화기학회(NASPGHAN)가 공동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학회기간 이들 3개 학회와 간질환 환자에서의 내시경적 관리를 비롯, 간이식의 발전 방향, 만성 간질환 소아 환자에서 신장 문제와 관련해 공동심포지엄을 열고 논의를 마쳤다.

또한 49개국 2950편에 달하는 논문 초록이 본회의 및 분과회의, 포스터 세션을 통해 발표됐다. 최신 임상을 소개하는 Late Breaking 세션에서는 30여 개의 임상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Liver Meeting 2014에서 소개됐던 연구들 가운데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내용을 정리했다.

 

C형간염 경구용 치료제, 대규모 3상연구 쏟아져

올해 AASLD의 주요 이슈를 꼽자면 최근 비싼 가격으로 논란을 일으킨 경구용 C형간염(HCV) 치료제들의 대규모 3상임상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Late Breaking 세션에 공개된 연구 중에서는 C형간염 치료제 연구가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국내 C형간염 환자 가운데 분포가 많은 HCV 유전자형 1형 환자를 대상으로 한 UNITY-1 & 2 3상임상 연구와 유전자형 3형을 대상으로 한 ALLY-3 3상연구가 그 주인공이다.

 

UNITY-1 연구
DAA 3제 병합요법, HCV 유전자형 1형에 탁월

먼저 UNITY-1 연구는 간경변이 없는 만성 HCV 유전자형 1형 환자를 대상으로 다클라타스비르와 아수나프레비르, BMS-791325 등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경구용 치료제(DAA) 3개를 섞어 고정용량병합치료(FDC) 효과를 평가했다.

3제 DAA 병합요법에 포함된 약물들은 서로 다른 타깃을 가진다.  NS5A 억제제인 다클라타스비르를 기본으로 NS3 단백분해효소 억제제인 아수나프레비르, 비뉴클레오시드 NS5B 중합효소 억제제인 실험약물 BMS-791325를 섞었다.

다클라타스비르를 기본으로 한 3개 DAA 치료는 간경변이 없는 HCV 유전자형 1형을 대상으로 이전 치료경험이 있는 환자와 없는 경우로 구분해 리바비린을 제외한 치료효과를 평가했다. 이번 3상연구는 오픈라벨, 국제 다기관 연구결과로 눈길을 끌었다.

연구에 참여한 415명은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58%, 26%였으며 국내서도 분포가 높은 IL28B CC형이었다. 유전자형 1형 가운데서도 1a가 73%, 1b가 27%였다. 

이들에 다클라타스비르 30mg, 아수나프레비르 200mg, BMS-791325 75mg의 고정용량으로 1일 2회 12주간 투약했다. 연구의 주요 종료점은 모든 환자에서 12주째 지속바이러스반응(SVR12) 결과였다.

연구결과 3제  DAA는 치료경험이 없는 HCV  유전자형 1형 환자(312명)에서 SVR12가 92%,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103명)에서 89%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바이러스 반응이 실패로 판명된 경우는 전체 인원 가운데 34명(8%)이었다.

연구기간 동안 1명이 사망했지만 이는 치료제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7명이 중증 이상반응을 경험했지만 이들도 치료제와는 무관했으며 3명(<1%)은 치료의 중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됐다. 가장 빈번한 이상반응(전체 환자의 >10%)은 두통, 피로감, 설사, 멀미 순이었다.

연구팀은 "이번 후기임상 결과 3개의 FDC DAA가 해당환자에서 높은 SVR12 도달과 내약성에서 합격점을 받았다"면서 "간경변이 없는 HCV 유전자형 1형 환자에서 다클라타스비르 기반의 3제 DAA 병합요법은 항바이러스 효과와 안전성, 내약성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말했다.

 

UNITY-2 연구
간경변 동반 HCV 환자서도 만족

이어 UNITY-2 연구에는 202명의 대상성 간경변증을 앓는 HCV 유전자형 1형 환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앞선 UNITY-1 연구처럼 12주간 1일 2회 다클라타스비르를 기반으로 한 3개의 DAA를 같은 용량으로 해당 환자들에 투약하되 리바비린을 맹검상태에서 주거나 위약을 추가 처방했다. 연구의 종료점은 SVR12로 같았다.

결과에 따르면 치료경험이 없는 대상성 간경변군(112명)과 치료경험이 있는 대상성 간경변군(90명)에서 SVR12가 각각 93%, 87%로 확인됐다. 3제 DAA 병합요법에 리바비린을 추가한 경우는 두 군 모두에서 SVR12가 98%, 93%로 치료반응을 더 끌어올렸다.

3명의 중증 이상반응이 보고됐지만 1명만이 치료 중단에 따른 이상반응으로 보고되고 사망은 없었다.

연구팀은 "12주 연구기간 동안 다클라타스비르 기반의 3제 병합요법에 리바비린을 가감하자 해당환자서 높은 SVR12를 만족시켰다"고 강조하면서 "간경변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UNITY-1 연구에 이어 대상성 간경변 환자에서도 다클레타스비르 기반의 이들 3제 병합요법의 항바이러스 효과와 안전성, 내약성 모두 효과를 입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ALLY-3 연구
다클라타스비르 + 소포스부비르, 12주 치료 효과 입증

유전자형 3형 환자를 대상으로 최신 치료제인 다클라타스비르와 소포스부비르 병용요법의 효과를 평가한 ALLY-3 3상임상 연구도 공개됐다.

현재 HCV 유전자형 3형은 치료경험에 상관없이 치료에 있어 일정부분 제한이 따르고 있다. 유일한 대안은 리바비린을 포함한 경구용 치료제로 24주간 치료를 하는 것.

하지만 최근 들어 리바비린을 제외한 병용요법의 단기간 치료효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는 치료기간을 기존의 절반으로 단축해 12주 동안 다클라타스비르(NS5A 억제제)와 소포스부비르(NS5B 중합효소 억제제) 병용요법의 항바이러스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했다.

총 152명의 HCV 유전자형 3형 환자를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군 101명(66%)과 이미 치료경험이 있는 환자군 51명(34%)으로 분류했다. 특징적으로 연구에 등록된 환자는 간경변이 동반된 경우가 21%, IL28B 비CC형이 61%였다. 이들에는 오픈라벨로 다클라타스비르 60mg + 소포스부비르 400mg을 12주간 1일 4회 투약케 했다. 효과 평가는 4주차 지속바이러스반응(SVR4)과 안전성 결과였으며 연구의 1차 종료점은 SVR12였다.

결과에 따르면 SVR4는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와 경험이 있는 환자군에서 각각 91%, 86%로 보고됐다. 또한 치료 종료 후 전체 환자 가운데 15명이 재발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간경변이 동반된 경우였다.

중증 이상반응이 발생한 1명에서는 위장관계 출혈 문제가 관찰됐지만 치료제의 사용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개 내민 아스피린, 장기복용 시 간섬유증 예방에 도움
간섬유증 진행정도 5배가량 늦춰

심혈관질환 예방 및 항염효과로 이미 정평이 나있는 아스피린이 간섬유증에까지 손을 뻗쳤다.

2014 미국간학회(AASLD) 연례학술대회에서는 아스피린의 간섬유증 예방 효과를 주장하는 2개의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란히 공개됐다. 이러한 예방 효과는 특히 만성간질환 고위험군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연구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베스이스라엘디커니스메디컬센터의 Gordon Jiang 교수팀이 시행한 인구기반 코호트연구다.

Jiang 교수팀은 대회 2일차인 8일 포스터 세션에서 소개된 연구 논문(abstract 449)을 통해 "1만 4000명 이상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아스피린 복용과 간섬유화 정도를 분석한 결과, 아스피린을 복용한 이들에서 간섬유증 등급이 유의하게 낮았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Ⅲ 자료를 이용해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사용과 간섬유증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간섬유화 정도는 간섬유증 측정지표에 해당하는 Fibrosis-4,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 섬유증 점수, AST/PLT 비율 지수 및 Forns 지수를 이용해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아스피린을 복용한 환자들에서 간섬유증 등급이 더 낮은 것으로 일관성 있게 보고됐는데, 반면 이부프로펜 복용군에서는 간섬유증과 아무런 상관관계도 발견되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B형 또는 C형간염 환자, 하루 5잔 이상 알코올을 섭취하는 음주력을 가진 이들 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의심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공동연구자인 Yury Popov 교수(베스이스라엘디커니스메디컬센터)는 "간질환 발병 위험이 있는 환자들이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위험요인이 없는 이들보다 간섬유증 진행을 5배가량 늦출 수 있다"며 "만성간질환자에서 아스피린의 섬유증 예방효과가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찰연구라는 연구설계 방법과 NHANESⅢ 데이터에서 복약기간이 1개월로 제한돼 있다는 점은 이번 연구의 제한점으로 꼽았다. 아스피린의 간섬유화 예방효과는 장기복용 시에만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아스피린이 간섬유화를 늦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항염증 효과보다는 항혈소판 작용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혈소판 활성도와 간섬유증 사이의 병리학적 연관성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편 Popov 교수가 참여했던 또다른 연구도 이번 학술대회에서 채택됐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을 투여하고 장기 효과를 평가한 동물실험 결과(abstract 778)로 11월 9일 발표됐다.

연구팀은 "만성적으로 손상된 간에서 혈소판이 간성상세포의 직접적인 활성화를 일으켜 간섬유증을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실험용 쥐에게 장기간 저용량 아스피린을 사용했을 때 섬유증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Athan Kuliopulos 교수(터프츠대학 새클러생명과학대학원)는 "이러한 효과는 단지 간섬유증에 국한된다"며 "혈소판활성화 또는 혈소판 작용이 간섬유증의 일차원인이라고 가정했을 때 혈소판 응집반응경로 중 혈액응고인자Xa 프로테아제의 활성을 우회함으로써 나타나는 효과로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uliopulos 교수는 "이 원리대로라면 클로피도그렐, 프라수그렐 등 아스피린보다 강력한 항혈소판제는 섬유증 예방에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개 숙인 펜톡시필린, 중증 알코올간염 사망률 감소 혜택 없어
STOPAH 연구: 사망률 감소엔 프레드니솔론 효과적

이번 AASLD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바이러스간질환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만성 간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알코올간질환에 대한 최신 연구도 대거 소개됐다.

특히 대회 4일차에 열린 Late-Breaking Oral Abstract Session의 첫 순서에서는 알코올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펜톡시필린 또는 스테로이드제의 치료효과를 평가한 STOPAH 연구 결과(LB-1)가 발표됐는데, 펜톡시필린 투여로 인한 혜택이 없다는 결론을 내려 향후 진료지침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장기간 과도한 음주를 하는 이들에서 주로 발생하는 알코올간염은 황달과 간손상을 특징적 소견으로 갖는데, Maddrey's 판별(Maddrey's Discriminant Function, DF) 점수 32점 이상에 해당하는 중증 환자의 경우 단기 사망률이 30%를 초과하는 불량한 예후를 보여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 가이드라인에서는 스테로이드가 중증 알코올간염 환자에 대한 대표적인 약물요법으로 하루 40㎎ 28일 동안 투여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한 대체요법으로는 28일간 펜톡시필린 400㎎ 1일 3회 투여가 권고되는데, 1개월 이상 장기치료로 인한 혜택이나 두 치료제의 병용요법이 각각의 단독요법보다 우수한지에 대해서도 밝혀진 바가 없었다.

이에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의 M. R. Thursz 교수팀은 DF 점수≥32점에 해당하는 중증 알코올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4주동안 프레드니솔론 40㎎ 1일 1회와 펜톡시필린 400㎎을 1일 3회 투여의 혜택을 평가하기 위한 다기관 무작위대조연구를 시행했다.

65개 기관에서 5234명의 환자를 스크리닝했으며, 그 중 선정된 1103명을 △위약군 △프레드니솔론 단독투여군 △ 펜톡시필린 단독투여군 △프레드니솔론·펜톡시필린 병용투여군의 네 군으로 나눠 28일째 사망률을 확인했다. 이차종료점에는 90일과 1년 시점의 사망률이 포함됐다.

일차종료점에 도달한 1053명 가운데 28일째 사망한 환자수는 위약군 269명 중 45명(16.7%), 프레드니솔론군 266명 중 38명(14.3%), 펜톡시필린군 258명 중 50명(19.4%), 프레드니솔론·펜톡시필린 병용군에서 260명 중 35명(13.5%)이었다.

분석 결과 펜톡시필린을 투여받은 환자는 28일째 사망 위험(OR)이 7% 증가했고(95% CI 0.77-1.49; P=0.686), 프레드니솔론을 투여받은 환자에서는 28%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95% CI 0.52-1.01; P=0.056).

질병의 중증도와 연령, 간성뇌증 동반 여부, INR, 빌리루빈 수치 등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 보정한 후 시행한 분석에서는 프레드니솔론 치료로 인한 사망률이 28일째 39% 감소된 것으로 나타나 더욱 뚜렷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95% CI 0.41-0.90; P=0.014).

90일과 1년 사망률은 치료군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중증 이상반응이 보고되진 않았으나 프레드니솔론을 투여받았던 환자들(13.5%)에서 그렇지 않은 환자들(7.9%)보다 감염 발생률이 2배 가량 높았다(P=0.0026).

Thursz 교수는 "중증 알코올간염 환자에서 프레드니솔론 4주 치료가 사망률을 최대 39%까지 감소시켰다"며 "다만 28일을 넘는 기간에 대해서는 혜택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펜톡시필린에 대해선 "질병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중증 알코올간염 환자의 치료로 더이상 권고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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