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석 성균관의대 교수 /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C형간염 환자를 대하는 임상의의 고민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병용요법은 현재 우리나라 만성 C형간염의 표준치료로 권고되고 있지만 주사치료의 불편함과 약물 부작용, 제한된 효과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boceprevir 혹은 telaprevir와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의 3제 병용요법, 새로운 경구 약물(Direct Acting Agent; DAA)과 기존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의 병용요법, 페그인터페론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구 약물간의 병용요법(interferon-free regimen, 인터페론 비의존 요법) 등 치료기간과 효과, 부작용 면에서 현저히 개선된 새로운 약물요법들이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다만 새로운 약제들이 국내에 도입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고 이들이 매우 고가의 약물이며, 기존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병용요법으로도 상당수의 환자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고려할 때, 과연 C형간염 환자를 지금 치료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약물들이 도입될 때까지 치료시기를 늦출 것인지를 임상의로서 고민하게 된다. 

페그인터페론 알파/리바비린 병용요법 치료의 현주소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병용요법은 유전자형 1형의 경우 42~60%, 유전자형 2·3형의 경우 76~90%의 지속바이러스 반응(Sustained Virological Response; SVR)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서구에 비하여 높은 SVR을 보이는데, 이는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인터페론 치료에 높은 반응률을 보이는 IL28B C allele이 흔하고 일반적인 치료 순응도가 높은 데 기인한다.

다만 고령의 환자, 진행된 섬유화 또는 간경화가 있는 경우, 바이러스 혈중 농도가 높은 경우, 기존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은 환자(non-responder), 유전자형 1형인 경우, 부작용 등으로 인하여 약물 투여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기대 치료효과가 낮은 제한점이 있다. 특히, 진행된 섬유화 혹은 간경변증이 있는 환자는 질병 진행의 위험이 높아 치료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치료에 대한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고, 비보상성 환자에서는 현재 병용요법의 적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Boceprevir 혹은 telaprevir와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의 3제 병용요법
2011년 미국간학회 C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에는 유전자형 1형 만성 C형간염의 치료로 경구약물인 boceprevir 혹은 telaprevir와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의 3제 병용요법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3제 병용요법은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병용요법 후 재발한 환자,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병용요법에 무반응자에서 각각 63~75%, 69~88%, 29~33%의 SVR을 보였는데, 이는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병합요법보다 초치료의 경우 25~30%, 재치료의 경우 25~60%의 추가적인 치료성적 향상을 보인 것이다. 이 치료법은 기존의 치료보다  부작용이 심하고 경구약물을 하루 세 번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과 고비용 등의 문제로 사용상의 어려움이 크다.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본 3제요법이 향후 실제 우리나라 C형간염 치료에서 담당할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리라고 본다.

 

새로운 경구약물(DAA)에 기반한 치료법
미국간학회(AASLD)와 미국감염병학회는 2014년 발표한 C형간염 가이던스를 통해 새로운 DAA(Direct Acting Agent)인 sofosbuvir 혹은 simeprevir에 기반한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과의 병용요법 혹은 인터페론을 포함하지 않은 경구약물간의 병용요법을 표준치료로 제시하고 있다<표 1>. 새로운 DAA들은 telaprevir나 boceprevir에 비하여 부작용이 상당히 적으며, 권장 치료기간도 12~24주로  단축되었고, 치료 반응률도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예를 들어, 유전자형 1형인 C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연구에서 sofosbuvir과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3제의 12주 병용요법은 전체적으로 89%의 SVR12(치료 종료 12주 후 바이러스 미검출)를 보였으며 간경변증이 없는 경우의 SVR12는 92%였다.

또한 유전자형 1형인 C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연구(COSMOS)에서 sofosbuvir와 simeprevir(±리바비린) 12주 요법은 진행된 섬유화가 없는 코호트에서 93~96%의 SVR12를 보였다. 유럽간학회(European Association of the Study of the Liver; EASL)도 2014 C형간염 가이드라인에서  DAA를 중심으로 한 치료법을 권고하였는데, 새로운 DAA 중 하나인 daclatasvir 기반 요법이 추가되고 좀 더 세분화된 지침들이 제시되었다. 다만 새로운 DAA들 역시 매우 고가의 약물이라는 제한점이 있다.     

지금 치료할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
이 글에 언급된 약물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새로운 약물들의 우수한 치료 성적들이 경쟁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비용 문제만 합리적으로 해결이 된다면 머지않은 시일 내에 만성 C형간염 치료 패러다임은 단기간 치료, 고효율, 높은 안전성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DAA 기반 치료로 옮겨가리라고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C형간염을 지금 치료할 것인가 혹은 기다릴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현재 치료로 SVR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가?
둘째, 치료를 미루었을 때 이환율과 사망률이 얼마나 증가하는가?
셋째, 새로운 향후 치료의 이득과 비용은 어떠한가?
넷째, 치료에 대한 환자의 태도(동기 유발)는 어떠한가?
다섯째, 치료비용을 환자 혹은 사회(보험 재정)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이에 근거하여 만성 C형간염 환자 중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병용요법으로 지금 치료할 환자와 새로운 DAA 기반 요법이 도입될 때까지 기다릴 환자들을 분류하여 보았다<표 2>. 요약하면 치료가 시급하거나 기존 약물로도 완치 확률이 높은 환자는 지금 치료하고, 치료가 급하지 않거나 지금 약물로는 치료가 어렵지만 새로운 치료법으로 완치율을 높일 수 있는 환자는 치료를 미루어도 될 것이다. 물론 실제 임상에서 이러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환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경우에는 유전자형, SVR 예측 인자, 섬유화 및 간경변증 진행 정도, 기존 치료에 대한 무반응자(non-responder) 여부, 기존 치료에 대한 환자의 태도, 기존 치료에 대한 부작용 및 적합성, 경제적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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