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V 유전자형따라 치료 옵션 다양화

유럽간학회(EASL)의 C형간염 가이드라인이 대대적으로 수정돼 향후 치료의 판도가 어떻게 흐를지 주목된다. EASL 가이드라인은 신약의 업데이트가 신속하고 다양한 환자별 치료 옵션이 최고 강점으로 학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번 발표된 EASL 가이드라인은 앞서 공개된 미국간학회(AASLD)의 가이드라인과 달리 아직 시장서 승인이 안 된 다클라타스비르(Daclatasvir)를 포함하고 있다는 게 대별점이다. 이는 지침이 발표될 당시 6개월 이내 승인이 예상되는 치료제를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2011년 당시 유전자형 1형 C형바이러스(HCV) 감염환자의 표준치료로 최근까지 쓰였던 보세프레비르(Boceprevir) 또는 텔라프레비르(Telaprevir) 3제 병합요법이 부작용 문제로 개정된 지침에서는 역할이 미미해졌다.

유전자형 1형 환자를 제외하고는 기존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치료로 충분히 질환이 조절되는 상황에서 새로 발표된 가이드라인 가운데 유전자형 1형을 위주로 눈에 띄는 변화를 소개한다.

유전자형 1형에 새로운 권고
EASL 가이드라인은 유전자형 1형 HCV 치료부분에서 6개의 옵션을 제시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여기에 인터페론 + 리바비린과 병합한 치료와 인터페론을 제외한(인터페론 프리) 치료법 모두가 포함된다.

 
제시된 치료 옵션에는 비용적인 측면과 관계없이 페그인터페론(알파) + 리바비린, 소포스부비르 3제 병합요법을 첫 번째 치료 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는 치료에 실패한 경우 바이러스 내성 위험과 상관없이 인터페론을 기본으로 한 치료 옵션 가운데 가장 쉽고 강력한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리바비린의 추가여부에 따른 소포스부비르와 시메프레비르 병합요법(옵션 5)과 소포스부비르와 다클라타스비르의 병합요법(옵션 6)이 인터페론을 쓰지 않는 치료법 가운데 권고사항으로 새로이 게재돼 관심을 끌고 있다.

더불어 소포스부비르와 리바비린의 병합요법(옵션 4)은 유전자형 1형 C형간염 환자의 차선책으로 기타 치료 옵션이 없을 때까지 보류해야 한다.

미국간학회(AASLD)의 가이드라인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지만 제시된 옵션들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보세프레비르 혹은 텔라프레비르 3제 병합요법이 사용될 수는 있다.

한편 유전자형 2형 C형간염 환자의 최상의 치료는 소포스부비르와 리바비린의 12주 병합요법으로 AASLD 가이드라인과 차이는 없다. 이 치료가 적용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기존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병합요법을 사용하면 된다.

 
미국 가이드라인과 비교
2014년 미국간학회와 미국감염병학회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소포스부비르와 리바비린의 병합요법, 인터페론을 제외한 소포스부비르 + 시메프레비르 ± 리바비린 병합요법, 소포스부비르 +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병합요법을 추천하고 있다.

특히 유전자형 1형 환자를 대상으로 인터페론 치료의 적합여부를 구분해 부합하는 경우 소포스부비르(하루 400mg)와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을 12주간 병용투여한다.

인터페론 치료가 부적합한 환자는 리바비린을 가감해 소포스부비르(하루 400mg)와 시메프레비르(하루 150mg)를 12주간 병용투여하면 된다.

대안으로 유전자형 1b형 또는 Q80K 다형성이 검출되지 않은 1a형 환자 중 인터페론 치료에 적합한 경우는 시메프레비르(하루 150mg)를 12주간 투여하면서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을 24주간 투여토록 하고 부적합한 환자는 소포스부비르(하루 400mg)와 리바비린을 24주간 사용하면 된다.

'다클라타스비르'는 무엇?
여기서 유전자형 1형 C형간염 환자의 표준치료로 사용되는 소포스부비르와 시메프레비르는 앞서 발표된 AASLD 가이드라인과 동일하다. 차이는 유전자형 1형 환자 치료에 다클라타스비르가 추가된 것으로 승인을 앞둔 다클라타스비르에 관해 짚어본다.

다클라타스비르는 최초 NS5A 억제제로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와 함께 다양한 유전자형에 사용이 가능한 1일 1회(60mg) 복용을 원칙으로 한다.

유의한 부작용 보고가 아직 없으며 약물 내성에 대한 유전장벽이 낮아 다른 NS3/4A나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또는 NS5B 억제제와 병합사용이 추천되고 있는 약물이다.

유전자형 1형 환자 대상 연구에서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과 병용하는 3제요법으로 24~48주 치료 성적은 SVR이 90% 수준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약물 내성에 있어 다른 경구용 약제와 중복되지 않기에 병합치료 시 효과가 증대된다는 연구가 있다.

개정된 표준치료, DAA로의 전환 
DAA는 바이러스 작용부위에 따라 NS3/4A 단백분해효소억제제, NS5A 억제제, NS5B 중합효소억제제 3가지로 구분된다. NS3/4A에는 보세프레비르와 텔라프레비르, ABT-450, 아수나프레비르(Asunaprevir), 시메프레비르(Simeprevir), 팔다프레비르(Faldaprevir), MK-5172가 대표적 약제들이다.

NS5A는 다클라타스비르(Daclatasvir), 레디파스비르(Ledipasvir), ABT-267 등이 있다. NS5B는 뉴클레오타이드 유사체인 소포스부비르(Sofosbuvir)와 비뉴클레오사이드 유사체인 ABT-333으로 나뉜다.

제일 초창기 개발된 단백분해효소 억제제 보세프레비르와 텔라프레비르를 1세대 DAA로 정의하지만, 단백분해효소 억제제, 중합효소 억제제에 있어 2세대부터는 명확한 구분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발표된 가이드라인 변화는 소포스부비르를 기본으로 한 차세대 DAA 등장으로 기존 페그인터페론 ·리바비린과의 병합요법 및 인터페론을 제외한 DAA병합요법으로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새로 도입된 제제들은 기존 24~48주 치료기간을 12~24주로 단축시키고 임상시험에서 단기치료 목표인 지속바이러스반응(SVR) 개선 측면에서도 효과를 입증했다. 이와 함께 인터페론 처방으로 인한 부작용이 없거나 발생비율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차세대 치료제 도입, 비용 대비 효과가 관건”

 연세의대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

최근 C형간염 치료는 전반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고 있다. 미국간학회

 
(AASLD)에 이어 유럽간학회(EASL)도 기존 지침을 대폭 수정한 새로운 C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을 4월 발표했다.

공개된 내용에는 이미 승인됐거나 향후 시장 진출이 기대되는 차세대 경구용 약물(DAA)이 표준치료에 등극했다.

2011년 당시 미국과 유럽에서 유전자형 1형 만성 C형간염의 표준치료였다 올해 개정에서 빠진 1세대 DAA 보세프레비르(Boceprevir)와 텔라프레비르(Telaprevir)가 국내에서는 아직 승인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 DAA 임상연구에 참여하며 간질환 인식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연세의대 안상훈 교수(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를 만나 주목받는 약물들의 효과와 국내 도입전망, 비용 이슈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최근 미국·유럽 C형간염 가이드라인이 대폭 수정됐는데, 가장 주목할 부분은?
특히 유럽 가이드라인은 이번 개정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까지 보세프레비르 또는 텔라프레비르 3제요법이 유전자형 1형의 표준치료로 사용됐지만 부작용 문제로 퇴출되다시피 빠지고 소포스부비르와 시메프레비르, 다클라타스비르로 전환됐다.

작년 개정된 미국 가이드라인에서도 소포스부비르와 시메프레비르가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승인을 받으면서 소포스부비르를 기반으로 하는 치료로 바뀌었고 대안으로 시메프레비르를 추가했다.

핵심은 NS5A 억제제인 다클라타스비르가 유럽가이드라인에 추가됐다는 것이다. 이 약제는 유럽과 미국에서 승인이 확실시 되지만 아직 공인을 받지 않은 상태다.

결국 유럽가이드라인도 소포스부비르와 시메프레비르를 기존 인터페론·리바비린에 병합하거나 인터페론을 제외한 단독 처방으로 바뀐 부분은 미국과 동일하지만 곧 출시될 약제를 추가한 것이 차이점이다.

게다가 미국간학회의 가이드라인보다 치료 옵션이 더 다양해졌다. 이는 처방 가능한 경구용 약이 3개이기에 임상적 결과가 조금씩 달라져 약제별 구분을 둔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점은 유럽의 경우 소포스부비르와 시메프레비르를 사용할 수 없을 때 기존 보세프레비르 또는 텔라프레비르 3제요법을 추천했지만 미국 가이드라인은 쓰면 안 된다고 권고했다.

- 지침의 변화는 DAA의 어떠한 효과와 관련이 있는가?
흥미로운 사실은 인터페론·리바비린을 사용하다 재발한 환자 대부분은 재처방 시 효과가 상당히 감소하지만 새로운 경구용 약제가 첨가된 치료는 이전 치료에 실패한 재발 환자에서도 초치료 환자만큼 효과를 나타냈다.

이를 반영해 가이드라인은 초치료와 재발 환자 구분을 두지 않고 같은 처방을 권하고 있다. 이제는 인터페론 치료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재발 환자와  초치료 환자 사이에 치료의 벽이 허물어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하지만 치료 무반응과 간경변 환자는 DAA를 쓰더라도 치료반응이 떨어져 조금 더 강력한 병합요법이나 치료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차세대 DAA는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 적게 노출됐다는 지적이 있다.
사례에 따라 축적된 연구의 수가 차이를 보인다. 간경변, 간이식 전후 환자의 연구 데이터는 충분하지만 투석 환자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물론 초치료나 재발 환자에 비해 연구 데이터가 적은 게 사실이지만 현재까지 도출된 자료를 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 국내 DAA 임상연구 진행상황은?
대부분의 임상시험이 국내서도 진행되고 있다. 진척이 빠른 것은 시메프레비르와 다클라타스비르로 인터페론이 빠진 이중요법(Dual therapy)에 다클라타스비르와 NS3/4A 단백분해효소 억제제인 아수나프레비르가 있다. 이 치료는 6개월 사용에 완치율이 90% 수준으로 나온다.

이 외에도 한국과 대만에서 유전자형 1형 환자를 대상으로 소포스부비르와 레디파스비르를 하나의 캡슐에 섞어 1일 1회 복용 효과를 평가하고 있다. 이 약제는 3개월 치료에 90% 이상 완치율을 보였다.

올해 안에 임상시험이 끝나 등록까지 1년 정도 시간을 감안하면 내년 말이나 그 다음해에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비용이나 도입시기는 정부와 보험 문제 협상이 주요 관건이 될 것이다.

- 차세대 경구 약물의 가격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는다.

기존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치료는 유전자형 1형은 1년, 2형에서는 6개월을 써야 했지만 새로운 경구 약물은 이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시켰다. 여기서 비용의 문제가 따른다.

소포스부비르 12주 단독 사용에는 8만 4000달러로 인터페론 등 기타약제가 추가되면 1억이 넘어간다. 현재 인터페론과 리바비린치료에 보험적용을 고려하면 유전자형 1형은 1년 사용에 약 700만원(유전자형 2형은 350만원) 수준이다.

효과와 부작용, 치료기간, 복약 순응도에 다양한 강점을 갖지만 3개월 치료에 1억 초반 비용이 지출된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 국내 도입 시 급여적용 문제는?
어떤 환자부터 보험 급여를 적용시킬지가 문제이다. 일본의 경우 C형간염 환자가 많아 정부의 대대적 지원으로 약값 책정이 순조롭게 조율됐다.

미국에서도 시메프레비르 3개월 사용이 6만 6000달러 수준인데 일본은 1만 1000달러이다. 국내는 일본과 상황이 달라 가격 조율에 고민이 따르는 것이다.

시장 진입이 늦춰진다면 손해는 결국 선택의 폭이 좁아져 환자에게 돌아간다. 이에 국내 도입 시 기존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병합치료 실패, 고령, 간경화, 투석, 간이식 등 특수상황에 있는 환자에 한해 급여적용이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다수의 생각이다.

약제가 보이는 효과적인 임상 결과도 중요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한 치료가 이뤄질 가능성도 무시 못한다. 물론 국내 진입 가격은 어느정도 조정되겠지만 이 부분을 정부에서 보완해 줄지도 의문이다.

앞으로 이 약들이 시장에 진출하면 항암제보다 더 비싼 가격대를 형성할 수 있어 비용문제가 큰 이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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