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전공의 수련환경개선 및 입원전담전문의 도입 촉구

"정부에서 수련환경개선안을 만들었지만, 병원 대부분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PA가 아닌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를 고용하고, 수련환경평가기구를 세워야 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개정된 '수련규칙 표준안'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이 같은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이 실질적인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과 수련환경평가기구 개설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A대학병원에서 입원전담 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 고용 직접적 요구, 병원의 조속한 문제해결 등을 위해 파업을 시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내과의 위기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대전협에서는 사실상 내과만의 문제가 아닌 의료계 전체의 위기이자 전공의 수련환경의 문제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고 인식했다.

실제 대전협은 전공의 1600명을 대상으로 수련환경 개선안 마련 후 시행 현황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전혀 수련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수련규칙 표준안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근무시간이 동일하다고 응답한 전공의가 81.4%였고, 오히려 늘었다고 말한 전공의도 8.9%에 달했다.

또한 병원으로부터 수련현황표를 거짓으로 작성하라는 직접적 압력을 받은 전공의도 44.5%였고, 전공의 중 15%가 하루 2시간 수면으로 버티며, 36시간 이상 연속 근무하는 전공의도 40%였다.

대전협 이승우 부회장은 "복지부에서는 거짓으로 보고된 수련현황표를 토대로 잘 이뤄지고 있다는 발표까지 계획 중"이라며 "전공의들의 근무환경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점을 묵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부 전공의들은 폭력에 노출돼 있었는데, 이는 초과근무에 따른 전공의들의 실수에 기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신체적 폭력 중 절반 이상이 상급자에게 당하는 것이었고, 이는 수련환경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대로 진료하지 않은 데 따른 폭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의 잘못된 수련환경으로 양질의 진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환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개정안을 시행하기 위해선 추가 인력이 필요하며, 이를 관리, 감독하는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따라서 대전협은 전문간호사 PA가 아닌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의 도입 및 고용을 촉구하고, 의정협의에서 마련하기로 약속됐던 수련환경평가기구를 조속히 개설할 것을 강조했다.

대전협 송명제 회장은“최근 인턴 사고파는 행위부터 단일병원 전공의 파업까지 전공의 사회에 많은 일이 있었다. 이를 보고 선배의사들은 전공의들의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송 회장은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이다. 하지만 전공의는 이를 적용받지 못하고 병원에 매일 상주해서 피교육자이자 근로자로 일한다"며 "수련환경개선안이 마련됐지만, 모니터링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일선 병원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각 병원 전공의는 국민이다. 이제 전공의도 인권이라는 단어에 부합해 환자와 함께 기뻐하는 날이 와야 한다"며 "수련환경 개선안이 실행되기 위해, 정부에서 정공의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입원전담전문의 고용과 동시에 암행어사인 평가기구 개설을 도와야 한다"고 거듭 제안했다.
 

▲ 대한 의과대학/의전원 학생협회 함현석 회장이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수련환경 촉구 기자회견에서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한편 대전협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대한공보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전원학생협회,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총 58개 병원에서 지지했다.

의대협 함현석 회장은 "전공의들의 고통은 환자의 건강, 국민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다"며 "의사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지 말고,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파업을 하면 병원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의대생들에게 방학을 강제 납부하라는 압력을 한다"며 "더이상 병원들의 인력의 남용을 좌시하지 않겠다. 대전협의 이러한 활동, 발언 지지한다"고 밝혔다.

경기도전공의협의회 민경재 회장 역시 "내과 전공의 파업은 쥐가 궁지에 몰려 고양이를 문 행동이었다"며 "병원에서 과잉 업무를 전공의에게 전가하면서, 이들을 사지로 몰고 간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어 "선배들은 우리 때는 더 힘들었다며 참으라고 하지만, 이제는 악습을 끊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경기 전날 잠을 제대로 못잔 선수가 제대로 뛸 수 없듯 전공의들의 과다업무로 인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면, 이는 모두 환자에게 문제가 전가된다"고 설명했다.

민 회장은 대전협에서 요구한 입원전담전문의 도입, 수련환경평가기구 설립에 대해 동의하면서, "지금의 노력이 없으면 후배들에게 더한 악습이 갈 것이고, 의료이용 쏠림 등 의료계가 악순환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앞으로 전공의들의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고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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