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테이너 논란 국회로...의료분쟁조정 강제개시-환자안전법안도 '수면 위로'

고 신해철씨 사건을 계기로, 산업화로 내달리는 국내 의료환경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분쟁 조정제도 개선, 병원내 환자안전 시스템 마련 등 국회차원에서 진행 중인 법 개정작업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닥터테이너' 역기능 부각...간접광고 부작용 노출

 

사건을 계기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첫번째 키워드는 닥터테이너다.

닥터테이너란 의사(doctor)와 연예인(entertainer)이 합쳐진 신조어. 의학정보와 지식을 단순 전달하던 과거 방송 의사들과 달리, 의학과 예능프로그램을 넘나들며 대중들에 얼굴을 알려, 연예인 못지 않은 인지도와 인기를 누리는 의사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닥터테이너를 둘러싼 논란은 이전에도 있어왔으나 고 신해철씨를 수술한 의사가 잦은 방송출연으로 얼굴을 알려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화두에 오르는 모양새다.

초창기, 의사들의 방송출연은 적지 않은 순기능을 보여줬다. 이들이 방송에서 보여주는 편안하고 소탈한, 또 탈권위적인 이미지들은 의사에 대한 국민들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한 몫을 했고, 범람하는 각종 의학정보 가운데 옥석을 가려줌으로써 국민건강 증진에도 적지 않게 이바지했다.

그러나 의사들의 방송진출 범위가 확대되고, 이른바 닥터테이너라 할만한 스타의사들이 생기면서 역기능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TV 프로그램의 간접광고와 환자유인 효과.

의사들의 TV 프로그램 출연이 사실상 해당의사와 병원에 대한 광고로 작동, 환자들을 유인하는 효과를 내게 된 것이다. 특히 미용과 성형, 비만치료 등 비급여 진료과목에서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왔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됐다.

▲남윤인순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윤인순 의원은 "고 신해철씨 사건의 이면에는 TV 의료프로그램의 간접광고 부작용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방송사들이 앞다퉈 의료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출연자들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무분별한 비만치료, 성형수술, 특히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수술을 TV 프로그램에서 선전하고 국민들을 현혹하고 호도하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윤 의원은 "환자들은 방송에 나오는 의사들을 그 분야의 전문가로 착각하게 되고, 의사들은 그 유명세를 이용해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면서 "이런 프로그램들을 광고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느냐. 정부는 이 같은 방송의 중단을 검토하고 의료법상 문제가 있는 부분들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분쟁 조정절차 강제개시...“한쪽만 위해선 안 돼” 

고 신해철씨의 사망사건이 의료분쟁으로 번지고, 국내 의료분쟁-의료사고 처리 절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제세 의원이 지난 3월 내놓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오 의원은 주로 의료기관인 피신청인들의 거부로, 의료분쟁 조정제도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의료분쟁조정절차 강제개시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오 의원의 법안은 △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토록 하며 △피신청인의 조정절차 개시에 대한 이의신청이 있거나, 부당한 목적에 의한 조정신청인 경우에만 조정 불가로 사건종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국회 내부에서도 찬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2012년 4월 의료중재원 출범 이후 올해 7월까지 전체 3021건의 조정신청 중 약 59%에 해당하는 1787건이 조정 정지(각하)되었고, 이 중 거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1684건은 피신청인 부동의로 각하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제도로는 신속한 분쟁해결을 바라는 환자들에게 큰 불편을 야기할 뿐 아니라 의료분쟁조정제도 조기 정착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피신청인 동의 없이 개시되지 않는 현행 조정절차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환자와 보건의료기관 모두가 만족하는 조정절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분쟁조정절차 강제개시가 근본해법일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의료분쟁처리 현황, 조정 참여율 등 성과 지표만으로 의료중재원의 실적을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사자간 신뢰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조정절차의 특성상 조정절차 자동개시를 통해 조정개시율을 높이는 것보다 합리적인 제도 운영을 통해 자율적으로 조정절차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의료계 또한 의료분쟁을 조장하고, 의사의 권익을 부당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서 잠자는 ‘환자 안전법’...규제만 말고 지원도 해줘야

▲신경림 의원

국회에 계류돼 있는 환자안전법 제정안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환자안전 관련법안은 신경림 의원이 낸 '환자 안전 및 의료 질 향상법안'과 오제세 의원이 낸 '환자안전 및 의료질향상에 관한 법률안' 등 모두 2건.

양 안은 모두 환자안전에 관한 기본법으로서 환자안전과 의료질 향상을 위해 국가와 의료기관 등 행위주체별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로 하여금 환자안전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고, 의료기관에는 환자안전위원회 및 전담인력을 운영하도록 하며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정보 보고 시스템을 두도록 했다.

다만 이들 법안을 놓고도 관계단체간 이견이 커, 실제 법 제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공급자단체들은 법 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의무만을 과도하게 규정, 병원들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의협은 의견서를 통해 "환자안전관리체계를 마련해 의료 질을 향상하려는 개정안의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만을 규정하고 지원책은 미흡해 제도설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치과의사협회과 병원협회, 노인요양병원협회 등도 이중규제의 우려가 크며, 의료기관에 지나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환자단체는 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자단체연합은 국회에 낸 의견서를 통해 "환자안전에 관한 기본법으로서의 입법 취지에 공감하며 법 제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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