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학회·심혈관중재학회 "위험도 따라 적정진료하는데 협진 강제화라니"
"촌각 다투는 환자 골든타임 놓칠수도···보장성 강화와 거리 멀고 국민건강 위협할 것"

▲ 대한심장학회와 심혈관중재학회는 5일 전문의학언론 기자간담회를 통해 복지부의 스텐트 협진 의무화 개정고시가 정상의 비정상화 행태라며 원점에서 재검토해줄 것을 촉구했다.

대한심장학회(이사장 오동주)와 심혈관중재학회(이사장 안태훈)가 12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복지부의 스텐트 협진 의무화 고시에 대해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는 진료체계를 비정상으로 퇴행시키고 있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해 줄 것을 재삼 촉구했다.

양 학회는 5일 전문의학언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개정 고시가 국제 가이드라인을 왜곡해 법으로 규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비정상적이고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진료권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지적, "이로 인해 스텐트 시술병원의 폐업 및 기능축소, 치료결정 지연으로 인한 환자위험 증가 등 부작용이 대재앙 수준으로 속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이드라인 근거한 결정"

복지부는 지난 9월 30일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급여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 개정안을 고시, "오는 12월 1일부터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 심장 스텐트의 개수제한 없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심장스텐트의 적정 사용 및 최적의 환자진료를 유도하기 위해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관상동맥우회로술(CABG) 대상으로 추천하는 중증의 관상동맥질환에 대해서는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가 협의하여 치료방침을 결정해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복지부 측은 그 간 이번 스텐트 협진 고시안이 국제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결정이라고 강조해 왔다.

△"가이드라인 왜곡했다"

하지만 심장내과 학계는 "복지부가 근거로 제시한 유럽의 가이드라인을 잘 못 해석하는 오류를 범해 의료현장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특히 "심장스텐트의 적정 사용 및 최적의 환자진료를 유도하기 위해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CABG를 대상으로 추천하는 중증의 관상동맥질환에 대해서는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가 협의하여 치료방침을 결정해야 한다"는 고시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 내용을 왜곡한 결과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가이드라인은 뭐라 말하나?

복지부가 내밀고 있는 근거는 지난 2010년 발표된 유럽의 심혈관 재형성술 가이드라인이다. 여기서 가이드라인은 중증 협심증시 여러 분야 전문가의 협진을 권고하고 있다.

두 학회는 "국제 가이드라인은 전세계 시술의들에게 중요한 의학적 참고자료가 된다"며 "다혈관 복잡병변의 스텐트 시술 시에 흉부외과의들과 협진해 볼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복지부가 이를 그대로 급여기준에 반영함으로써 '강제'로 변모시켰다"고 반발하고 있다.

학회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 어디에도 이러한 권고사항을 보험기준에 적용하는 나라는 없다"며 권고사항을 보험기준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를 밝혔다.

특히 유럽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올해 개정된 재형성술 가이드라인에서 좌주간부 또는 다혈관 병변 환자의 재형성술과 관련해 SYNTAX 위험도 스코어에 기반해 PCI와 CABG를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올해 발표된 개정판(EHJ 2014;35:2541-2619)은 재형성술시 다학제 결정과정(multidisciplinary decision pathways)과 관련해 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 및 비ST분절상승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의 급성 단계에서 Heart Team 협진이 의무 또는 강제사항이 아니라는 점(not mandatory)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다만 다혈관 안정형 관상동맥질환에 대해서는 다학제적 결정과정이 요구된다(required)고 언급하고 있으나, 이 역시 의무사항은 아니다(not mandatory).

△SYNTAX 스코어에 기반한 재형성술 선택

주목할 대목은 안정형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재형성술, 즉 CABG 또는 PCI의 선택과 관련해 SYNTAX 스코어에 기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SYNTAX 스코어는 좌주간부 또는 다혈관 관상동맥 병변의 환자에서 PCI 시술시 주요 심뇌혈관 부작용 위험을 장기적으로 예측하기 위한 위험도 모델이다.

가이드라인은 좌주간부 병변 관상동맥질환의 경우 SYNTAX 스코어가 22점 이하일 경우, PCI와 CABG를 동급(Class I, Level B)으로 권고하고 있다. 23~32점인 경우에도 역시 등급에 차이를 두고 CABG (I, B)와 PCI (IIa, B) 모두를 권장한다.

다만 SYNTAX 스코어가 32점을 초과할 경우에는 CABG (I, B)를 선택하도록 했다. 다혈관 병변에서는 22점 이하에서만 PCI와 CABG 모두를 같은 등급(I, B)으로 권고했다. 이는 우리나라 가이드라인 역시 마찬가지다.

△환자특성·임상환경·과학적 근거 따른 진료가 정상

심장학회와 심혈관중재학회는 임상현장에서 "이 같은 SYNTAX 스코어에 기반해 PCI와 CABG 선택의 자유로운 결정이 이뤄지고 있고 이에 근거해 협진 시스템이 갖춰진 대학병원급에서는 자연스럽게 협진도 진행되고 있다"며 이 것이 정상적인 임상진료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복지부의 개정 고시는 환자특성과 임상환경에 따라 이뤄져야 할 협진을 일괄적용하도록 강제함에 따라 진료권 제한은 물론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 학회의 설명이다.

학회는 또한 "이번 개정 고시가 스텐트라는 치료재료에 대한 급여기준을 정하는 고시임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행위기준을 추가해 의학적 근거 및 환자의 선택이 있더라도 삭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오류로 인해 의사의 진료권과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심각하게 제한되며, 급여를 적용받으려면 치료결정 전에 타과 전문의의 의견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사실상 급여 사전심사제를 운여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행위별 사례별로 급여를 인정한다는 명목 하에 사후심사도 강하게 실시된다는 점이 임상현장의 스텐트 시술선택이 어렵도록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양 학회는 "당장 12월 1일부터 병원 근처 90분 이내 흉부외과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MOU를 맺어야 하는 지방의 중소병원에서는 흉부외과 협진이 현실적으로 수용 불가능하다"며 임상환경의 애로점을 설파했다.

이로 인해 이들 병원에서 스텐트 시술을 포기하게 될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지방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학회는 마지막으로 "복지부의 이번 고시는 결과적으로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실상은 건강보험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스텐트 시술을 규제하기 위함"이라며 "백가지 부수적인 이득이 있더라도 한가지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요소가 있다면 재검토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12월 1일 정상의 비정상화 고시시행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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