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대한고혈압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서 미래비전 제시
"세계를 향하여···Hypertension Seoul 2016 성공개최 다짐"

▲ 대한고혈압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에서는 학회 역사의 산증인들이 참석해 지난 20년을 되돌아보고 우리나라 고혈압의 미래를 계획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 대한고혈압학회 20주년 기념 특별 심포지엄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김종진, 회장 홍순표)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한국 고혈압의 현안과 이에 대한 미래비전을 제시했다. 학회는 지난 10월 31일·11월 1일 양일간 개최된 추계국제학술대회에서 '창립 20주년 기념 특별 심포지엄'을 열어 지난 20년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우리나라 고혈압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인 고혈압의 당면과제는 무엇이며, 향후 학회 차원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국 고혈압의 미래'에 대해 발표한 박성하 교수(연세의대)는 우리나라 고혈압의 현황 및 관리실태와 관련해 향후 10~20년 사이 이슈가 될 사안들을 제시하고, 학회가 이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노인 고혈압 대란 대비 안하면···"

▲ 박성하 연세의대 교수
박성하 교수는 한국인 고혈압의 최대 당면과제로 노인 고혈압 대란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앞으로 10~20년 내에 노인 연령대의 고혈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로 인해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머지 않은 시기에 고령화를 뛰어 넘어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상황만 보더라도 65세 이상 고령 연령대의 고혈압 유병률이 50%를 웃돌고 있는 것이다.

노인인구 2명 중 1명은 고혈압이라는 것인데, 현재의 중·장년층이 고령에 진입하게 되는 향후 10~20년 시점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패널로 나선 가톨릭의대 김재형 교수는 "노인인구가 전체의 20% 전후를 차지하게 되는 10년 뒤에는 고령층 150만명 정도가 고혈압을 안고 살아갈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며 "현재의 고령층은 물론 젊은 연령대에서부터 비만과 짜게 먹는 식습관의 문제점을 지적해 고혈압 유병률을 줄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하 교수는 이에 대해 학회 차원에서 고령층 코호트를 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노인 고혈압에 대한 전향적 연구를 확대·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한국인 데이터와 임상근거에 기반해 별도의 노인 고혈압 진료지침을 만들고, 이들 연령대에서 목표혈압을 명확히 규정하는 등 치료전략 강화에도 힘써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국형 지침 완성도 높이자"

현재 활용되고 있는 고혈압 진료지침을 지역·인종특성에 맞게 한국형으로 조정하는 사업도 지속적으로 박차를 가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고혈압학회는 지난 2013년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의 유병특성과 임상근거를 반영한 한국형 고혈압 진료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박성하 교수는 아직도 한국인 고혈압과 관련한 데이터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 향후 한국인 코호트를 기반으로 고혈압 관련 데이터를 양산하고 이를 적극 반영해 지침을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형 진료지침의 완성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특히 심평원과 건보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한국인 심혈관질환 위험도 평가모델의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과 무증상 표적장기손상의 치료를 위한 코호트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신장질환이나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치료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이를 위한 아웃컴 임상연구의 확대도 촉구했다.
 

* 추계학회서 2013 고혈압 진료지침 공식배포

대한고혈압학회는 이번 추계국제학술대회에서 2013 고혈압 진료지침을 공식배포했다. 지난 2013년 요약본을 선보인데 이어 전체내용을 담고 있는 정규집이다.

아직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한국인 고혈압의 임상특성을 십분 반영한 이번 지침은 과거 혈압 만을 또는 혈압을 중심으로 치료를 계획했던 것에서 벗어나, 혈압과 더불어 심혈관 위험인자·표적장기손상·동반질환 등을 종합해 전체 심혈관 위험도(global cardiovascular risk)를 평가하도록 했다.

이 평가결과는 연이어 치료계획과 전략 수립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저·중·고위험군이냐에 따라 약물치료 시점이 달라지고, 환자의 동반질환 등 임상특성에 따라 약제의 선택도 차별화할 수 있다.

고혈압학회의 새로운 지침은 항고혈압제의 처방 원칙과 관련해 혈압수치와 함께 임상적 특성과 동반질환을 중시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지침은 전반적으로 고혈압 환자의 혈압 목표치를 140/90mmHg 미만으로 제시하고 있다. 고혈압의 경계치 미만으로 혈압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으로 변화가 없다. 하지만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목표치에는 변화가 있었다. 130/80mmHg으로 제시했던 기존의 목표치를 140/85mmHg 미만으로 완화해 권고했다.

지침은 약제처방 원칙을 고려했을 때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베타차단제(BB), 칼슘차단제(CCB), 이뇨제 모두가 1차선택 약물로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항고혈압 효과와 관련해 특정 약제의 우월성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결국 환자의 임상특성을 고려해 적합한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인데, 약물의 선택시에 혈압수치보다는 환자의 임상적 특성과 동반질환을 중시하라는 내용이 이에 해당한다.


△"항고혈압제 신약 임상연구 주도적으로 나서야"


박성하 교수는 항고혈압제 신약개발 및 임상적용과 관련해서도 학회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이후 주춤했던 고혈압 분야의 신약개발이 최근 이중작용 억제기전의 LCZ696(안지오텐신수용체-네프릴리신 억제제 계열)을 필두로 새롭게 부흥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박 교수는 향후 이 심부전 치료제의 기전을 응용한 이중작용 기전의 신계열 항고혈압제들이 다수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새로운 계열 약제들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연구가 고혈압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학회 차원에서 이들 연구에 적극 참여를 주도해 신약개발에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의 신약개발 과제 추진과 기업의 R&D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회의 학술적 지원을 주문한 것이다.
 

* 현재 임상연구 진행 중인 신계열 항고혈압제 후보들은?

충북의대 황경국 교수는 이번 대한고혈압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에서 현재 개발단계에 있는 이중작용 기전의 신규 항고혈압제 후보군을 소개했다.

2상 임상에서 획기적 성과를 보고하며 최근의 고혈압 분야 신약개발을 이끌고 있는 약물은 안지오텐신수용체-네프릴리신 억제제(ARB-NEP inhibitor)로 불리는 LCZ696이다.
 
PARADIGM-HF 연구에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에날라프릴과 비교해 심혈관 원인 사망과 심부전 입원율을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보고됐다. 이 신약물질은 일련의 임상연구에서 혈압강하 효과를 검증받았다.

안지오텐신수용체-엔도텔린수용체 길항제(ARB-ETA antagonist) 계열의 신약 후보물질인 PS433540 역시 2상 임상에서 기존 항고혈압제와 비교해 우수한 혈압 조절률을 보고하고 있다.

여기에 엔도텔린변환효소-네프릴리신 억제제(ECE-NEP inhibitor) 계열의 SLV306 역시 이중작용 기전을 갖춘 혈압강하 신약물질 후보군으로 일련의 임상연구를 통해 항고혈압제 분야를 공략하고 있다.

서울의대 이상언 교수는 이외에도 체내 알도스테론 농도를 감소시키는 알도스테론 신티아제(aldosterone synthase, CYP11B2) 억제제 후보물질 LCI699, 심부전과 고혈압을 대상으로 효과를 검증 중인 나트륨이뇨펩티드 작용제(natriuretic peptide agonist) 계열의 PL3994 등을 고혈압 분야의 신약 후보군으로 소개했다.


△Hypertension Seoul 2016 앞두고 새비전···"세계를 향하여"


▲ 김종진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
대한고혈압학회는 1994년 창립된 이래로 태동기 - 정착기 - 발전기 - 도약기를 거쳐 이제 중흥기를 맞고 있다. 학회는 이 중흥기의 새로운 비전으로 '세계를 향하여···'라는 모토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2016년 서울에서 개최될 세계고혈압학회(ISH) 학술대회, 즉 'Hypertension Seoul 2016'의 성공적 개최가 자리하고 있다.

'고혈압의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ISH 학술대회는 전세계 고혈압 관련 전문가들이 격년으로 한 자리에 모여 학술적 발표, 논의, 교류의 장을 펼치는 세계 최대규모의 학술제전이다.

김종진 이사장은 Hypertension Seoul 2016'에 국내 2000명, 해외 4000명 등 6000명 이상이 참석해 성황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8년 전 중국과의 경쟁 끝에 2016년 서울 개최를 확정짓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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