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말부터 사무장병원 수사과정·법 강화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해 국회가 법을 개정하고, 정부는 TFT를 꾸렸다. 국민 의료비 낭비와 주변 병원 피해 등을 막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다만 일부 법조계, 의료계 관계자들은 자칫 의심기관으로 낙인돼 급여비 지급 정지, 운영 어려움 등의 피해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정림 의원이 지난해 사무장병원을 근절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 해당 법안이 통과돼 내달 21일부터 적용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된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건보공단이 급여비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 요지다. 이는 사무장들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급여비를 빼돌리지 못하도록 하는 방어책인 셈이다.

법안에는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공단이 지급 보류를 하기 전 요양기관에 의견 제출의 기회를 제공토록 했으며, 만약 무죄판결이 확정되면 공단이 급여비는 물론 가산금을 지급할 것을 명시했다.

그간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 △일반인 신고시 포상금 지급 △사무장병원 고용 의사의 자진 신고시 행정처분 감경 등의 제도를 시행했으나, 사무장병원의 증가하고 부당 청구액수도 급증해왔다.

문 의원은 "시장·군수·구청장이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지급보류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사무장병원들이 이에 불복,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번 의료법 개정을 통해 사무장이 병원을 청산하고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을 빼돌리는 수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이번 법안 시행에 대해 "사무장병원 근절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선의의 피해자가 줄어들기 바란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외에도 올해 5월말부터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 불법 개설된 의료생협등을 근절하기 위해 불법의료기관 대응협의체를 출범했다.

협의체에서는 의약단체를 상대로 명의대여 예방을 위한 교육 및 홍보, 사무장병원 신고센터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의료생협 설립 기준 및 관리 강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판결까지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단순 의심기관일 경우, 게다가 규모가 작은 기관일 경우 급여비가 몇개월만 지급되지 않더라도 손해가 크기 때문.

법안이 시행되기 전인 지금도 사무장병원이 아닌 곳에 대해 급여비 환수처리를 감행했다가 재판을 통해 환수처분이 취소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실제 최근 성직자인 A씨는 병원 3곳에서 총무일을 도왔다는 이유로, 건보공단에서 사무장으로 오인받아 그가 일했던 3곳의 진료비 30억4823만원을 모두 환수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건보공단은 A씨에 대해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개설 및 영리목적의 환자 유인 등으로 법원에 기소했고, 법원은 의료법 위반죄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공단은 A씨가 일한 기간 동안 병원 3곳의 요양급여비를 환수한 것.
 

 

그러나 재판은 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A씨는 환자유인이 아닌 단순 선교활동을 위해 병원3곳의 채무 관리를 해오면서 일부 환자들에게 교통비와 생활비를 지급한 것"이라며 "A씨가 명의를 대여해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했다고 볼 수 없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의 혐의를 입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의료기관 3곳의 환수 금액이 상당히 고액인 점을 감안했을 때 공단에서 A씨에게 상당히 가혹한 처분을 내렸으므로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며 "즉각 환수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을 모두 공단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같은 사례를 근거로, 보건의료사건 전담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법안 개정에 대해 "완전히 사무장병원을 척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동시에, 의료계에 지나친 불안감 조장, 사무장병원 의심기관에 대한 지급정지 피해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법안에서 사무장병원이 아닌 것이 밝혀지게 되면 해당 요양기관에 이자분을 지급하는 부분은 '병주고 약주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대처'"라며 "일단 의심기관이 되면 병원 운영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 논란이 커질 것"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의 경우 1~2달분의 진료비만 지급되지 않더라도 직원 월급과 건물 관리비, 임대료 등을 줄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면서 "재판과정이 수개월에서 수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재정 문제로 인해 사실상 폐업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의혹이 해명돼 재개업하더라도 이미지에 타격을 받아 운영이 힘들 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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