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욱 교수·Jennifer Ibrahim 박사, 효소대체요법 골질환 합병증 개선에도 효과

전 세계 인구 4만~6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인 고셔병(Gaucher disease).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에도 80명 정도의 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개발된 효소대체요법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드라마틱하게 개선시킴에 따라 고셔병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골질환 합병증 개선에도 매우 효과적이라는 데이터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이에 국내 대사희귀질환의 권위자인 울산의대 유한욱 교수(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내분비대사과)와 젠자임 US 메디컬 디렉터인 Jennifer Ibrahim 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고셔병 환자 현황과 치료 및 전망을 살펴봤다.
 

Q. 고셔병은 어떤 질환이며 임상적 증상은 무엇인가?

▲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내분비대사과 유한욱 교수

유한욱 고셔병이란 전체 유전성 대사질환의 7%를 차지하는 리소좀 축적질환(Lysosomal Storage Diseases, LSD) 중 하나로, 유전자 이상에 의해 글루코세리브로사이다제(glucocerebrosidase, GBA)라는 효소가 결핍돼 발생하는 열성 유전병이다. 1882년 간과 비장이 비대해진 환자를 처음으로 보고했던 프랑스 의사 필립 찰스 어니스트 고셔(Philippe Charles Ernest Gaucher)의 이름에서 명칭이 유래됐다.

리소좀 내 효소 결핍으로 인해 뼈의 골수, 비장, 간 등에 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glycolipid glucocerebroside)라는 지질이 다량 축적되면 간비대, 비장비대, 빈혈, 혈소판 감소 등이 발생하고 때로는 신경증상을 유발한다. 최근에는 비정상적인 뼈 대사로 인한 심각한 골 관련 합병증 사례들이 보고되면서 이에 대한 치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달 열린 인터네셔널 고셔병 컨퍼런스에서도 비중 있게 다뤘다.

신경증상 동반 여부에 따라 비신경형과 신경형으로 구분하는데, 서양인에서는 90%가 비신경형인 데 반해 동양인은 60%가 신경형으로 유전자형에 의한 차이가 존재한다. 신경형은 초기에는 비신경형과 비슷하지만, 점차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경련 등 발작 증세를 보이며 눈의 움직임이 제한된다. 일부 환자들은 식물인간 상태가 돼 음식을 삼키지 못하거나 폐렴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
  

Q. 국내 환자 유병률은 어느 정도이며 세계 유병률과 차이가 있나?

유한욱 전 세계적으로 인구 4만~6만명 중 1명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 발생빈도는 10만명당 1명으로 비교적 드문 편이다. 현재까지 국내 환자는 사망자를 포함해 80명 정도로 추정된다.

국제적으로 1991년에 설립된 고셔병 환자 레지스트리(Gaucher Registry)를 통해 고셔병 환자의 임상, 인구 통계, 유전, 생물화학적 특성 등의 등록이 이뤄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환자들도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분류돼 관리되고 있다.

Q. 고셔병의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유한욱 과거에는 골수검사를 통해 진단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효소분석을 통해 쉽게 진단이 가능하고, 추가적으로 유전자분석을 시행하기도 한다.

진단방법 자체가 어렵지는 않으나 초기이거나 경증(mild)인 경우 발견이 어려울 수 있는데,질환이 늦게 발견되면 골격계 변형이 심해지거나 골절, 골괴사가 발생해 효소대체요법으로도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레지스트리 데이터에 따르면 증상발생 후 진단시기가 2년 지연되면 합병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희귀질환이라는 특성상 의심하지 않으면 진단이 어렵고, 국제적으로도 진단율이 20%에 미치지 못한다는 보고가 있어 임상의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Q. 고셔병의 치료법은? 

▲ 젠자임 US 메디컬 디렉터 Jennifer Ibrahim 박사
유한욱 과거에는 비장제거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었지만 이 경우 비장에 있던 고셔세포가 간장이나 뼈 등 다른 장기로 옮겨가면서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게 돼 많은 환자들이 사망했다.

미국립뇌질환연구소(NINDS)의 Roscoe Brady 박사가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 ERT)을 개발되면서 고셔병 치료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게 됐다.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환자에게 성장호르몬제를 주입하고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을 주입하는 것과 같이 결핍된 효소를 보충해주는 원리다.

태반에서 추출한 인간 글루코세리브로사이다제인 세레다제가 199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고, 3년 후 유전자재조합술로 개발된 지금의 세레자임이 FDA 승인을 받아 사용되기 시작했다.

세레자임은 대사질환 치료의 효시격으로 50여 개의 리소좀축적질환 중 10여 개가 효소대체요법을 통해 치료되고 있으며, 비신경형 환자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켰다. 2주에 한번씩 병원을 방문해 투여 받으면 극심한 빈혈로 사망에 이르던 환자들이 더이상 수혈도 필요치 않게 됐고, 비정상적인 비장비대도 해소되는 한편 부작용도 거의 없다. 다만 뇌 혈관장벽을 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Jennifer Ibrahim  효소대체요법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치료 시작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비신경형인 경우 효소대체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은 거의 없고, 질환의 진행과정에서 언제 시작했는지에 따라 증상의 전개 양상, 치료반응이 상당히 좌우된다. 일부에서는  증상 발현 자체를 예방해주는 효과들도 있다. 

Q. 골질환 합병증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유한욱 고셔병 환자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뼈의 건강이 중요해졌다. 골질환 합병증은 삶의 질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척추측만증이나 만곡증, 고관절 골절이 발생할 수 있어 고령 환자에서 특히 주의해야 하고, 성장기 아이들의 경우 키가 크지 않는다. 골위기(bone crisis)라고 표현할 정도로 뼈에 나타나는 고통 또한 심각하다.
빈혈이나 간, 비장 증상에 비해 치료반응이 늦고, 이미 파괴적인 변화가 발생한 후에는 회복이 어려우므로 조기치료가 더욱 중요하다.

Jennifer Ibrahim 세레자임은 20여 년 동안 축적된 레지스트리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소대체요법에 대한 골질환 반응을 평가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역시 관건은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인데, 골질환 합병증 중 하나인 무혈성 고관절 괴사가 발생하면 인공관절로 교체해 주는 것 밖에는 치료방법이 없다.

하지만 진단을 받고 2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면 무혈성 고관절 괴사 발생 위험을 41% 낮출 수 있으며, 치료 1년 이내에 골통증, 골위기 등의 문제가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다른 장기에 비해 치료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대치를 다르게 잡을 필요가 있다. 

Q. 최근 젠자임이 개발한 경구용 고셔병 치료제인 세레델가가 FDA 승인을 받았다. 향후 임상에서 어떤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하나?

유한욱 세레자임이 주사용제여서 2주에 1번 꼴로 통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에 경구용제라는 점에서 환자순응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기전이 다른데 글루코실세라마이드생성효소(Glucosylceramide Synthase)라는 특정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전구물질이 덜 쌓이게 하는 개념이다. 특별히 골 관련 증상에 대한 반응이 세레자임보다 빠른 것으로 알려져 국내 도입 이후 실제 환자들의 반응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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